'날짜 지났다' '주인 바뀌었다'...쿠폰 서비스 희한하네

중국집 쿠폰 30장과 맞바꾼 탕수육, 처음 받은 혜택

등록 2008.12.06 11:43수정 2008.12.0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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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쿠폰으로 받은 탕수육 ..

쿠폰으로 받은 탕수육 .. ⓒ 정현순


"여보세요. ○○중국집이지요. 쿠폰이 30장 모였는데 탕수육 작은 거 먹을 수 있지요?"
"그럼요. 그럴 수 있고 말고요."


산뜻한 답변이 흘러나왔다. 참으로 기분 좋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것만 달랑 받아 먹기가 미안해서 우동과 간짜장을 더 시켰다. 그래도 기다리는 동안 과연 제대로 된 탕수육이 올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30분 쯤 후 중국집에서 음식이 배달 되어왔다.

"쿠폰 확인 해보세요."
"네 괜찮습니다."

그대로 주머니에 넣는다. 그에게 "아저씨 약속을 잘 지키니깐 참 좋으네요"라고 하니 아저씨도 씨익~ 웃는다.

쿠폰으로 받은 탕수육은 양이나 질로 평소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쿠폰으로 처음 받아 보는 서비스라 기분이 정말 좋았다. 5일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들어 온 남편에게 "우리 그 중국집 쿠폰이 30장 모였는데 탕수육 시켜 먹을까?"라고 했다. 남편은 "그럼 쿠폰이라고 먼저 말하고 시켜"라고 한다. "당연히 그러지"하곤 시키게 되었다.

쿠폰서비스는 주말에는 안된다기에 금요일에 시키게 된 것이다. 또  쿠폰으로 진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다. 언젠가 통닭집 쿠폰 10장을 모아 신이 나서 쿠폰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통닭을 시켰다. 얼마 후 통닭이 오고 쿠폰10장을 내놓았다.


a 1년 6개월동안 모은 중국집 쿠폰 30장 ..

1년 6개월동안 모은 중국집 쿠폰 30장 .. ⓒ 정현순


배달 온 관계자는 쿠폰을 확인해 보더니 2~3장이 날짜가 지났다고 안된다고 한다. 난 그제야 쿠폰에 날짜가 적혀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몰라서 그랬으니깐 이번에는 어떻게 안될까요?"라고 했다. 그는 "글쎄요. 한 장이라면 어떻게 해보겠는데요"라며 곤란해 했다. 할 수 없이 난 통닭값을 내고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후 쿠폰을 받으면 날짜가 적혀 있나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어떤 음식점은 전화를 하면 '내부수리중'이란 말만 계속 나오곤 했다. 또 주인이 바뀌었다고 하기도 했다. 하여 정성껏 모은 쿠폰을 버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런 후 쿠폰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이번에도 긴가민가하면서 시킨 탕수육이 제대로 왔으니 완전 횡재한 기분이었다. 그 쿠폰은 딸아이가 이사하면서 20장 이상 주고 간 것과 그동안 우리가 시켜 먹은 쿠폰과 함께 모은 것이기도 했다. 남편과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았다. 우동이나 간짜장 중 하나만 시켜도 좋았을 것을. 하여 탕수육은 나중에 먹기로 하고 우선 면종류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그때 마침 딸아이가 왔다.

"어머 얘 너  진짜 때 맞춰서 잘왔다. 이거 먹어라."
"대낮부터 웬 탕수육?"
"이거 네가 이사하면서 준 그 쿠폰으로 서비스 받은 거야. 완전 공짜 같다. 어서 먹어."

딸아이가 몇 점 집어 먹는다. 요즘은 포인트나 쿠폰을 발행하는 곳이 많다. 그런 것을 받으면 소비자는 혜택을 받으려고 그곳을 즐기차게 이용하고, 그곳이 원하는 장수만큼 쿠폰을 모아 작은 기쁨을 맛보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10장 20장 쿠폰을 모아서 혜택을 받기 전 쿠폰은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럴 땐 왠지 배신감이 느껴지고 불신이 쌓인다. 난 오늘 받은 기분 좋은 서비스 때문에 그동안의 불신이 조금은 사라진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여 앞으로 다시 쿠폰을 열심히 모을 것 같다. 그것도 믿음이 생긴 집으로 엄선해서.
#쿠폰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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