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떼루아> 와인전문 드라마 맞나?

대놓고 말 못하는 속사정... '방송법' 때문에

등록 2008.12.11 13:27수정 2008.12.1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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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사진=SBS)

(사진=SBS) ⓒ SBS


와인전문 드라마를 표방한 SBS 월화드라마 <떼루아>가 극 초반 시청자들의 이목을 끄는데 고전하고 있다. 이 드라마가 일본만화 <신의 물방울>처럼 와인 대중화에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일부 와인애호가들 역시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4회가 방영된 지난 9일 시청률이 10.9%를 기록, 처음으로 두자릿수를 넘었지만, SBS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 드라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의견이 넘쳐난다.


시청자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극중 한혜진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과장되고 스토리의 진행이 개연성이나 짜임새 없이 흘러간다는 것. 또 와인 애호가들은 이 드라마가 ‘와인전문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으나 기존의 트렌디 드라마와 차별성이 없다고 말한다.

“3회까지 보았지만 와인 드라마라는 타이틀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드라마의 소재로 와인을 택한건 좋지만 그렇다면 와인에 대해서도 좀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시청자 게시판, 아이디:betage)

국내에서 <신의 물방울> 같은 와인만화가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만화를 통해 쉽고 재밌게 '실제 와인'을 이해할 수 있어서다. 와인이 가진 본래 스토리와 특징이 주인공이 접하는 사건이나 사람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독자의 흥미를 끌었냈던 것.

그러나 드라마 <떼루아>에는 와인에 담긴 풍부한 이야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바로 '방송법' 때문이다. 현재 시판되는 와인의 이름을 거론할 경우 방송법상 광고가 되어 제재를 받는다. 그것이 극 중 '샤또 무통 마이어'라는 존재하지 않는 와인이름이 등장하는 까닭이다.

<떼루아>는 이처럼 실제 와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없이 ‘와인전문’ 드라마를 이끌어나가야하는 딜레마가 있다. 그렇다고 배우들을 입을 통해 와인용어를 설명하거나, 와인잔을 닦는 모습을 보여주는 수준으론 이름값을 하기 어렵다.


게다가 실명이 밝혀지지 않는 와인, 가상의 이름으로 소개되는 와인에 호기심을 느낄 시청자도 많지 않아 보인다. 어떤 방법으로든 시청자가 드라마를 보고나서 와인 한 잔이 땡기도록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지금까지가 도입부였다면 다음 5회부터는 와인드라마로서 분명한 정체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침 9일 예고편에는 여주인공 이우주(한혜진 분)가 '와인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앞으로 본격적인 와인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떼루아>가 국내최초 와인드라마로의 명성을 얻을지, 이름만 와인드라마를 표방한 트렌디 드라마로 판가름 날지, 이도 저도 아닌지는 다음 주부터 이어지는 전개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다.

다만,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는 시청자로서 <떼루아>가 비록 허울뿐인 '와인전문' 드라마일지라도, 완성도 높은 멜로 드라마로는 남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와인리포트(www.winereport.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와인리포트(www.winereport.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떼루아 #와인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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