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이 작년 반값, 굉장히 싸졌어요!"

싱싱한 생선 넘쳐나는 '전남 여수 중앙동 구판장'

등록 2008.12.13 19:16수정 2008.12.1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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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서방고기라 불리는 아주 맛있는 금풍쉥이 ⓒ 조찬현


이른 아침(13일)에 싱싱한 생선이 넘쳐나는 여수 중앙동의 구판장을 찾았습니다. 입구에는 조기가 상자마다 가득가득 넘쳐납니다. 주머니에 손을 푹 질러 넣은 채 사람들은 어물전을 오가며 생선구경을 합니다. 대부분 가격을 묻곤 그냥 돌아섭니다. 순천에서 왔다는 아주머니 일행은 조기를 한 상자 구입해서 나눕니다.

"조기 사러 두 집이 함께 왔어요. 여수 거문도 갈치도 샀어요. 멸치도 사러오고, 아귀도 사고, 가끔씩 와요."


사람들이 도란도란 모여 있는 모닥불 곁에는 고양이 녀석이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구판장은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산뜻한 아침 공기만큼이나 신선하고 생기가 넘쳐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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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도란도란 모여 있는 모닥불 곁에는 고양이 녀석이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 조찬현


"조기 한 박스에 5만5천원, 똑같이 나눠 줄텐께 가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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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이 유난히 아름다운 은갈치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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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주머니가 구입한 쏙을 망태기에 담고 있습니다. ⓒ 조찬현


은빛이 유난히 아름다운 은갈치, 커다란 삼치, 나무상자 가득한 조기 등의 생선들은 싱싱함이 묻어납니다. 조기 한 상자에 5만5천에 거래됩니다. 여수 중앙동에서 매운탕집을 하는 김선심(56)씨는 오늘의 생선 시세는 보통이라고 말합니다.

"조기 한 박스에 5만5천원, 똑같이 나눠 줄텐께 똑같이 가져가."
"오늘 시세가 어때요?"
"보통 가격입니다."

제법 씨알이 굵은 갈치 한 마리에 5천원입니다. 맛좋은 여수 먹갈치와 은빛이 고운 제주산 은갈치입니다. 한 할머니는 갈치를 사려다 머뭇거리며 선뜻 사지를 못합니다. 생선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상인은 예년가격의 절반밖에 안된다며 굉장히 싸졌다고 주장합니다.


"생선 값이 많이 오른 거 같아요."
"모든 생선이 작년 반값 밖에 안 돼요. 굉장히 싸졌어요. 시세는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고, 날마다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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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생선이 넘쳐나는 ‘전남 여수 중앙동 구판장' 풍경 ⓒ 조찬현


최근에는 귀한 몸이 된 생태도 눈에 뜁니다. 일본산 한 상자(18미)에 5만원입니다. 제주산 은갈치는 10kg(25미)에 11만원입니다. 강남수산의 이혜숙(41)씨는 생선의 시세가 매일 다르다며 입찰단가를 봐야 된다고 합니다.

노랑가오리 한 상자 12kg(7~10미)에 4만5천입니다. 쏙 한 상자에 4만5천원, 빨간 닭대는 한 상자에 1만5천원입니다. 이 녀석이 제일 저렴합니다. 매운탕 감으로 아주 그만이랍니다.

"다 팔고 얼마 안 남았어요, 요거하나 사세요. 전어 사이다, 전어는 한 상자에 2만원 아주 싸요."

이렇듯 저렴한 가격의 생선을 만나도 서민들은 선뜻 주머니를 열지 않고 눈치만 살핍니다. 몇 번 흥정을 하다 이내 시들해지고 맙니다. 보고만 지나치는 이들도 많습니다.

"외상으로 준께 적어 놔야제, 다 아는 사람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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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닭대는 한 상자에 1만5천원입니다. 제일 저렴한 닭대는 매운탕 감으로 아주 그만이랍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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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서대 한 상자를 돈 붙인 거 아니라며 본전에 사가랍니다. ⓒ 조찬현


할머니의 노점입니다.

"할머니 많이 파셨어요?"
"별로 못 팔았네. 8만원 주고 가져가 본전이네."

할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할머니는 서대 한 상자를 돈 붙인 거 아니라며 본전에 사가랍니다. 아주머니 한 분이 잠시 머뭇거리자 2천원 빼고 가져가라며 흥정을 합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이내 거래가 성사됐습니다. 할머니는 생선을 팔고 나서 작은 수첩에 깨알 같은 글씨로 또박또박 기록합니다.

"할머니! 생선을 팔 때마다 기록하세요."
"외상으로 준께 적어 놔야제, 다 아는 사람들이여."
"장사한지 얼마나 됐어요?"
"50년이 넘었어."
"장사는 잘 되나요?"
"갈수록 마이너스여, 이제 늙어갖고 돈 얼마나 번당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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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발낙지 한 마리에 2천5백원, 1코(20마리)에 5만5천원입니다. 개불은 50마리에 2만원입니다. ⓒ 조찬현


민어의 부드러운 속살... 입안에서 살살 녹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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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의 얼큰한 매운탕은 시원한 국물 맛이 아주 그만입니다. 속이 확 풀리고 민어의 부드러운 속살은 입안에서 살살 녹아듭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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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에 손을 푹 질러 넣은 채 사람들은 어물전을 오가며 생선구경을 합니다. 대부분 가격을 묻곤 그냥 돌아섭니다. ⓒ 조찬현


다른 할머니의 좌판입니다. 민어 한 마리에 1만5천원은 받아야 되는 건데, 1만2천원에 가져가랍니다. 세발낙지 한 마리에 2천5백원, 1코(20마리)에 5만5천원입니다. 개불은 50마리에 2만원입니다.

못생긴 아귀, 젓갈용 새우, 샛서방고기라 불리는 아주 맛있는 금풍쉥이, 다양한 생선들이 좌판에 즐비합니다.

민어를 파는 상회 앞에 사람들이 삥 둘러 서있습니다. 민어 1.5kg 한 마리에 1만원입니다. 엄청 싸게 들어온 거라며 횟감으로도 아주 그만이랍니다. 너도 나도 사가기에 덩달아 한 마리를 구입했습니다.

돌아오는 내내 이걸 어떻게 요리해먹나 상상만으로도 맘이 즐겁습니다. 민어를 잘 손질해서 무를 나박나박 썰어 넣어 고춧가루 듬뿍 넣어 얼큰한 매운탕을 끓였습니다. 시원한 국물 맛이 아주 그만입니다. 속이 확 풀리고 민어의 부드러운 속살은 입안에서 살살 녹아듭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여수 중앙동 구판장 #어물전 #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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