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에서 피어날 색종이꽃

615 어린이집에서 만난 한결이

등록 2008.12.15 11:11수정 2008.12.1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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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종이꽃 한결이 뚝딱 만든 옥중 아빠 생일축하 색종이꽃 ⓒ 이창기

▲ 색종이꽃 한결이 뚝딱 만든 옥중 아빠 생일축하 색종이꽃 ⓒ 이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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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춤도 잘 춰요 엄마가 갓 태어난 동생에게 수유를 하거나 돌보는 동안 5살 한결이는 혼자서도 엄마를 귀찮게 하지 않고 색종이를 접거나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면서 그렇게 잘 논다. ⓒ 이창기

▲ 혼자서 춤도 잘 춰요 엄마가 갓 태어난 동생에게 수유를 하거나 돌보는 동안 5살 한결이는 혼자서도 엄마를 귀찮게 하지 않고 색종이를 접거나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면서 그렇게 잘 논다. ⓒ 이창기

며칠 전 일이 있어 615어린이집(한결이 네 집이 현재 어린이집이고 실천연대 조작사건 가족대책위 회의실도 겸하고 있다)에 들렸다가 효심 깊은 5살 한결이에게서 큰 감동을 받았다.

 

아빠 문경환 민권연구소 상임연구원은 10월 말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되었고 엄마 양정은씨는 최근 한 달여 전에 둘째 하늘이를 낳았다.

 

그런 엄마, 아빠에게 한결이는 큰 힘이 되고 있다.

 

다음은 양정은씨가 가족대책위 까페에 올린 글의 일부이다.

 

"오늘은 정말 기특하게도 엄마가 저녁밥상을 치우고 설거지 하는 동안, 누나(한결이)가 책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며 얌전히 (갓 태어난 하늘이가)누워 놀고 있었어요. 제법 큰 아이들처럼 마주 누워 노는 다정한 모습에 가슴 뿌듯했습니다. 한결이도 하늘이도 대견하기만 합니다."

 

한창 놀아달라고 엄마를 귀찮게 할 나이인 5살 한결이는 엄마를 도와 갓 난 동생을 살뜰히 거두고 있다.

 

쪼르르 쪼르르 이 방 저 방 뛰어다니며 기저귀며 물티슈, 수건 심부름은 도맡아 하고 엄마가 동생에게 수유하는 동안에는 얌전히 앉아서 엄마와 약속한 대로 텔레비전보지 않고 색종이 접기를 한다.

 

그날도 어느덧 한결이는 예쁜 색종이꽃과 종이학을 접어오더니 곧 다가올 아빠의 생일축하를 위해 구치소에 보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마음씨가 너무 어여쁘고 애틋해 지폐를 꺼내주니 그 자리에서 아빠에게 넣어주라고 엄마에게 건네주었다. 그래서 한결이가 필요한 것 있으며 사라고 다른 지폐를 꺼내주니 또 아빠에게 주라고 엄마에게 건네주는 것이 아닌가.

엄마가 "이건 먹고 싶은 것도 사먹고 한결이가 써요."라고 권하니 그제야 저금통장에 고이접어 넣는다.


그렇게나 한결이를 예뻐했다는 아빠!

 

그래서인지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며 놀 때도, 엄마와 장난스런 표정으로 사진을 찍을 때도 한결이의 얼굴에는 어딘지 모를 그리움이 어려 있다.

 

똘똘한 한결이는 그리운 아빠의 품을 지금은 누가 앗아갔는지 다는 모를 수도 있지만 멀지 않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이 이별이 있어 아빠의 품을 더욱 따뜻하게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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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어린이집 615어린이집 아이들과 양정은 씨, 어려울 때 서로 의지하며 생활해가는 이들은 친형제 이상의 정을 나누며 영원히 더불어 함께할 것이다. ⓒ 이창기

▲ 615어린이집 615어린이집 아이들과 양정은 씨, 어려울 때 서로 의지하며 생활해가는 이들은 친형제 이상의 정을 나누며 영원히 더불어 함께할 것이다. ⓒ 이창기

2008.12.15 11:11 ⓒ 2008 OhmyNews
#615어린이집 #국가보안법 #한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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