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할머니들의 산수유, 보약이 따로없다

공존을 위한 노력, 꽃 피는 산골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등록 2008.12.18 13:46수정 2008.12.1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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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산수유  햇살을 받은 산수유가 붉은 빛으로 반짝인다.

산수유 햇살을 받은 산수유가 붉은 빛으로 반짝인다. ⓒ 참거래

▲ 산수유 햇살을 받은 산수유가 붉은 빛으로 반짝인다. ⓒ 참거래

산수유는 가장 이른 봄에 꽃이 피고 가장 늦은 11월이 되어야 수확을 한다. 수확만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말리고 씨를 빼고 다시 말리는 작업을 해야만 붉디 붉은 한 알의 산수유를 만날 수 있다.

 

얼마전 모 신문사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내일자 신문에 구례 산수유 사진이 나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맘때쯤이면 산수가 수확이 끝났어야 하지 않느냐는 확인 전화였다. 아마 구례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확인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일 신문에 구례 산수유 사진이 나가는데요." 

"산수유 수확이 끝났어야 하지 않나요?"

 

"네."

"이미 수확을 했어야죠." 

 

"수확을 해야 하는데 가격이 너무 낮아서 농민들이 수확을 포기 한 것입니다."

"그러니 보는 사람들에게 멋지지만 농민들에게 그렇게 보이지는 않겠죠."

 

"아, 그렇군요." 

"네." 

"알겠습니다."

 

a 마당에 산수유 말리기 햇살에 비추는 곳에 모두 산수유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마당에 산수유 말리기 햇살에 비추는 곳에 모두 산수유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참거래

▲ 마당에 산수유 말리기 햇살에 비추는 곳에 모두 산수유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참거래

그 이야기를 하고 나니 옆 집 김순임 할머니 생각이 났다. 할머니 집엔 한 달 전부터 산수가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할머니를 만나러 가보니 할머니는 벌써 외출 중이다.

 

다음날 아침 할머니는 마침 산수을 삶고 있었다. 이렇게 가마솥에 살짝 삶은 다음 마당에 말려 씨를 빼기도 하고 잘 말려서 그냥 씨를 빼기도 한다고 한다. 한 달 전부터 작업을 하셨는데 요즘 산수유 가격이 너무 헐해서 동네 사람들이 아무도 하지 않으려 한다고 한 말씀하신다.

 

"자네가 좀 사가게나. 아니면 이번 장에 내다 팔려고 하는데 왔다 갔다 차비도 해야 하고…."

 

할머니의 정성을 아는 지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동안 작업한 산수유를 모두 구입해줬다.  

 

"얼마를 드려야 할까요? 할머니…."

 

시장 가격을 무시할 수도 없고, 혼자 비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고 팔릴 리도 없다. 시장에 매입하는 최고 가격을 드리고 거기다 만원을 더 드리고 집을 나왔다. 가격을 치고 나오는데 뒷통수가 아릿하다.

 

a 가마솥과 산수유 가마솥에 살짝 삶아서 말리기도한다.

가마솥과 산수유 가마솥에 살짝 삶아서 말리기도한다. ⓒ 참거래

▲ 가마솥과 산수유 가마솥에 살짝 삶아서 말리기도한다. ⓒ 참거래

너무 싸서 그렇다.

 

예전에 한 근(600g)에 4만원씩 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돈나무', '대학나무'라고 부르지 않았는가?

 

하지만 요즘엔 값싼 중국산에 여기저기 많이 심다 보니 가격이 뚝 하고 떨어졌고, 수확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졋다. 산수유는 오미자처럼 차로 마시는 것이 대중화되어 있지 않다보니 일반 사람들은 쉽게 구입하지는 않는다.

 

a 할머니와 산수유 산수유좀 팔아줘!!

할머니와 산수유 산수유좀 팔아줘!! ⓒ 참거래

▲ 할머니와 산수유 산수유좀 팔아줘!! ⓒ 참거래

산수유는 생으로는 효소를 담그기도 하지만 생으로 판매를 하지는 않는다. 모두 말린 다음 씨를 발라 건산수유로 시장에 낸다. 일반 농산물처럼 수확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손이 가야 한다. 그만큼 귀한 것이고 농사는 힘이든다. 

 

산골에 남은 사람들은 모두 노인들 뿐이니 그나마 돈 안되는 일이라도 전기세라도 보태려고 작업을 한다. 하지만 앞으로 이러 추세가 이어진다면 국내산 산수유를 찾기고 힘들어질 것이다. 산수유나무는 천년이 되어도 살아남는 장수나무다. 하지만 요즘에 여기저기 베어낸 산수유 나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봄에 노란꽃 피었다고 사진기 들고 와서 사진 찍고 떠나버리고, 가을에 붉게 익었다고 놀러오지만 말고 산수유 한 봉지라도 구입해서 가면 어떻겠는가?

 

가격이 헐하니 이런 기회에 평소 산수유를 드시지 않던 분들도 먹어 보면 좋을 것 같다. 산수유는 보통 주전자에 보리차처럼 끓여 먹기도 하고 술을 담그기도 한다. 산수유는 장기 복용해도 무탈하다고 하니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 원기회복을 위해 먹어 봐도 좋을 것 같다. 

 

꽃 피는 산골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수고스럽게 보듬어 가꾸는 사람들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이 지속되려면 공존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할머니의 산수유 구입하기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순임 할머니의 산수유는 300g 9900원 무료배송으로 참거래 농민장터에서 공급하고 있답니다. 
#산수유 #참거래농민장터 #참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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