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 거리의 두 얼굴, 사랑과 갈등

모두가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등록 2008.12.18 16:12수정 2008.12.1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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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모두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승철

정말, 모두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승철

 

뎅그랑! 뎅그랑! 거리에 울려 퍼지는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 속에 또 한해가 가고 있습니다. 날씨가 포근하다고는 해도 겨울인지라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던 시민들이 자선냄비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씩을 넣고 지나갑니다. 허름한 차림의 어떤 아저씨는 만원 지폐 한 장을 넣고 지나갑니다.

 

사상초유의 경제난 속에 너도나도 주머니가 가벼운 요즘입니다. 물론 돈 많은 부자들이야 이런 경제난 같은 것 아무 문제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재산을 늘릴 절호의 기회라고 두 눈을 번득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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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거리 피켓시위 ⓒ 이승철

시민단체 거리 피켓시위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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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거리의 구세군 자선냄비 ⓒ 이승철

광화문 거리의 구세군 자선냄비 ⓒ 이승철

 

구세군 자선냄비 봉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으니 역시 돈을 넣고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해 보이는 서민들이라고 합니다. 자신들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지요.

 

지난 여름밤 수많은 촛불들이 일렁이던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엔 스케이트장이 들어섰습니다. 주로 젊은 청년들과 학생들, 그리 어린이들이 모여 웃고 떠들며 신나게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이 즐겁고 행복해 보입니다.

 

그러나 그 한쪽에서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강만수를 집으로’라고 쓴 피켓도 보이고, 물과 수도, 가스가 사유화되면 우리 집 큰일 난다‘는 피켓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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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거리 피켓시위2 ⓒ 이승철

시민단체 거리 피켓시위2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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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스케이트장 풍경 ⓒ 이승철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풍경 ⓒ 이승철

 

또 다른 시위자는 ‘난~ 비정규직일 뿐이고, 88만원 받아도 열심히 일했을 뿐이고, 2년 동안 열심히 일해도 계약만료로 해고될 뿐이고’라고 쓴 피켓을 들고 서있습니다. 경제난 속에서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담겨 있는 듯합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난~ 대학생일 뿐이고, 등록금 대출 받았을 뿐이고, 졸업해도 취직이 안 될 뿐이고, 등록금 대출금 못 갚아 신용불량자 될 뿐이고’라고 쓴 피켓을 들고 서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고 ~고 문장이어서 웃음이 배어나올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애와 가난한 대학생들의 좌절과 절망이 피켓에 절절이 짙게 배어있기 때문입니다. 종로1가 보신각 앞 광장에서는 한 사람의 젊은 연사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열변을 토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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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의 눈물이 밴 거리 피켓시위 ⓒ 이승철

비정규직의 눈물이 밴 거리 피켓시위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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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1가 보신각 앞 광장의 젊은 연사 ⓒ 이승철

종로1가 보신각 앞 광장의 젊은 연사 ⓒ 이승철

 

펼침막에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나도 할 말 있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그 젊은 연사는 정부의 정책과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쓴소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남북문제와 경제문제, 그리고 지난여름 촛불 시위자들을 소환하여 조사하고 처벌하는 정부와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싶었습니다.

 

한쪽에 놓여 있는 모금함 앞을 지나던 수녀들 둘이 얼만지 모르지만 성금을 넣고 지나갑니다. 그 뒤쪽 인도 한편에는 서당 훈장과 학동들이 둘러 앉아 공부하는 모습의 예스러운 조형물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세모의 썰렁한 거리에 울려 퍼지는 자선냄비 종소리와 즐거운 표정의 스케이트장, 그리고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과 정부와 대통령을 비판하는 젊은 연사의 목소리가 한해를 보내는 수도서울의 안타까운 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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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대학생들의 좌절과 절망이 담긴 피켓시위 ⓒ 이승철

가난한 대학생들의 좌절과 절망이 담긴 피켓시위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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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거리의 예스러운 조형물 ⓒ 이승철

종로 거리의 예스러운 조형물 ⓒ 이승철

 

문득 서울광장 한 쪽에서 보았던 글이 생각납니다. “모두가 따뜻한 겨울이면 좋겠습니다.” 이 겨울이 모두에게 따뜻하기 위해서 누가 나서야 할까요? 바로 이 정부와 대통령이 아닐까요? 사랑과 갈등이 엇갈리는 세모 거리의 풍경에서 정치를, 대통령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12.18 16:12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승철 #사랑 #갈등 #구세군자선냄비 #피켓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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