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교양있게 살긴 틀렸나봐!"

점심 특선으로 저렴한 가격이라 마음껏 먹으면서

등록 2008.12.21 11:59수정 2008.12.2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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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처음으로 가지고 온 음식 ..

처음으로 가지고 온 음식 .. ⓒ 정현순

▲ 처음으로 가지고 온 음식 .. ⓒ 정현순
"우리들은 교양있게 살긴 틀린 것 같다. 이렇게 배가 부르다면서도 계속 갖다 먹으니" 한 친구가 음식을 먹다가 하는 소리 한다. "왜 많이 먹으면 교양 없는 건가?" "아니 뭐 꼭 그런것은 아니지만 왠지 그런 생각이 든다" 한다. 지난 19일 다른 친구가 아들이 취업이 되어서 점심을 산다기에 나갔다. 마침 그날 남편이 집에 있어서 손자를 맡기고 혼자 나갈 수 있었다.
 
혼자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는 발걸음이 어찌나 가볍던지. 내가 혼자 나온 것을 본 친구들이 "손자는?" 한다. "마침 할아버지가 집에 있어서 두고 나왔어. 혼자 다니니깐 정말 좋다" "그래 그 기분 내가 알잖아" 손자를 지금도 돌봐주고 있는 친구가 하는 말이다. 요즘 그의 손자들은 둘다 놀이방에 다녀서 한결 편해졌다고 한다.
 
a 음식점내부 ..

음식점내부 .. ⓒ 정현순

▲ 음식점내부 .. ⓒ 정현순

어쨌든 그렇게 기분 좋게 친구들을 만났다. 그 집은 평일 점심특선이 9900원인 뷔페식 레스토랑이었다. 그런데 어찌나 사람들이 많던지. 우리들도 이름을 적어 놓고 30~40분 이상 기다렸다. 우리 이름이 불리워지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보기와는 달리 안은 꽤 넓었다. 직원이 안내해 주는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주로 젊은 사람들과 대학생들이 많았다. 간간히 아기 엄마들도 아기를 안고 음식을 먹는 모습이 보였다.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우리가 식당에 들어간 시간은 2시가 다 되어서였다. 오랫동안 기다리느라 배들이 많이 고팠다.

 

자리를 잡자마자 샐러드바로 가서 음식을 담아오기 시작했다. 한 접시 담아오기가 무섭게 먹어 치우고 2번 3번씩 갖다 먹었다. 난 평소 스파게티를 즐겨먹지 않는다. 그런데 그 집에서는 왠지 먹고 싶어졌다. 하여 조금 맛이나 보려고 가지고 왔다. 먹어보니 한국사람 입맛에 맞게 매콤하고 깔끔한 맛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다른 음식들도 한결같이 정갈하고 개운했다. 음식이 떨어지면 바로 그 자리를 채워놓아 먹는데 부족함이 전혀없었다.  또 다 먹은 빈 접시는 재빠르게 치워주어 불편함도 없었다. 서비스도 좋고 친절했다. 그곳을 추천한 친구는 가끔씩 그 집을 오지만 언제나 음식 맛이 변함없이 입에 맞는다고 한다. 나도 그 집의 음식이 입에 맞아 다음에 가족들과 함께 와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신선한 채소와 마시는 차, 과일도 여러 가지로 준비 되어 있었다. 토마토, 귤, 파인애플, 레몬생강차, 커피, 아이스크림 등 입맛에 골라 먹을 수 있었고 얼마든지 더 갖다 먹을 수 있었다. 친구가 후식으로 먹어 본다면서 과일과 빵을 더 가지고 왔다. 그런데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면서 "이거 남기면 여기에서 욕 할 텐데" 하면서 걱정이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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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순

"그럼 이거 싸가지고 가라. 남기면 진짜 욕먹을 것 같다" 했더니 그는 진짜 남은 음식을 티슈에 얼른 싸가지고 가방에 넣는다. 빈 접시를 가지러 종업원들이 수시로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그는 재빠른 행동을 취한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 친구가 그런 말을 하게 된 것이다. 

 

난 집에 돌아와서 교양이란 뜻을 찾아봤다. 사전에는 교양이란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라고 표기 되어 있었다. 교양이란 뜻도 그러니 그 친구의 말대로 교양과로 살긴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일에는 그다지 크게 경우에 어긋나지 않게 살고 있으니 그런대로 괜찮은 것은 아닌지. 스스로 위로를 해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좀 더 노력해 봐야지 하는 생각도 드는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맛있는 음식을 앞에 놓고 어떻게 참지!

2008.12.21 11:59ⓒ 2008 OhmyNews
# 교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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