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순천남부시장 먹을거리

등록 2008.12.22 10:15수정 2008.12.2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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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배를 채우기 위해 아랫시장의 맛집을 찾아가는 길,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곶감들이 지천에 널려있습니다.


 곶감 네 개 천원. 찔러보지 않아도 된다. 싸니까. 먹을 수 있으니까.
곶감 네 개 천원. 찔러보지 않아도 된다. 싸니까. 먹을 수 있으니까.조은혜

네개 천원! 너무 싸니 미안해서 찔러보지도 못하겠네요.
찌르면 사야할 것 같고, 그래서 분이 많고 주름이 많은 걸로 눈대중해서 샀습니다.
전 반건시가 좋지만, 집에 식구들은 꿉꿉한 걸 좋아하거든요.

 "안 사도 되니께 서서 많이 먹고 가시요이" 사실은 이거다. "먹어보씨요. 안 살 수가 없을 것인께."
"안 사도 되니께 서서 많이 먹고 가시요이" 사실은 이거다. "먹어보씨요. 안 살 수가 없을 것인께."조은혜

안 사도 좋으니 맛 한번 보라고 쥐어 주신 상주곶감입니다.
과연, 맛을 보니 안 살 수가 없더군요.

늦은 점심을 잡숫고 계신 할머니를 뵈니, 잊었던 허기가 되살아납니다.
아…역시 곶감같은 걸로는 안 되겠네요.

 오후 세시 즈음, 늦은 점심을 잡숫고 계신 할머니.
오후 세시 즈음, 늦은 점심을 잡숫고 계신 할머니.조은혜

시장 한쪽 구석에 위치한 포장마차를 찾았습니다.

 어디로 보나 그냥 포장마차. TV에도 나온 맛집이란다.
어디로 보나 그냥 포장마차. TV에도 나온 맛집이란다.조은혜

TV에 나온 집이라는데, TV나온 집, 뭐 이런 글귀 하나 없이 무뚝뚝하게 서 있습니다.
그냥저냥 오는손님 안 막고 가는손님 안 잡는, 뭐 그런 곳이네요.
유달리 친절하지도 않고 별달리 살갑게 굴지도 않지만 그냥 비비적대고 싶게 만드는 곳.
과연 맛집까지도 재래시장답습니다.


 들어가 앉으면 더욱 허름하고 너절하지만 이상하게 식욕이 솟는다.
들어가 앉으면 더욱 허름하고 너절하지만 이상하게 식욕이 솟는다.조은혜

 아이를 업고 한참을 기다리고 계신 아주머니
아이를 업고 한참을 기다리고 계신 아주머니조은혜

어지간해서는 이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자리가 없어 싸 가시는 분들도 많아요.

 밑반찬은 딱 하나, 깍두기.
밑반찬은 딱 하나, 깍두기.조은혜

깍두기입니다,
그냥저냥 맛있는.
팔불출 같이,
깍두기맛까지 열올리며 설명하고 싶진 않습니다.
남도사람 입맛에 맞게,
멸치액젖으로 시원하게 담근 깍두기예요.


 1500원짜리 파전이 엄청 크다.
1500원짜리 파전이 엄청 크다.조은혜

오징어도 들어있지만
해물파전이라고 하긴 좀 미안한 정도의 양입니다.
메뉴에도 그냥
'파전'이라고 적혀있어요.

 명태머리전. 명태와 사람을 동급화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명태대가리전은 너무 험악하다.
명태머리전. 명태와 사람을 동급화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명태대가리전은 너무 험악하다.조은혜

생각하시는 것만큼 그렇게 몹쓸음식은 아니랍니다.
살이 반, 뼈가 반이라 먹기가 좀 사나워서 그렇지 먹을 건 꽤 나오더군요.

어두육미. 이 말 이거 진짜일까요.
엄마들의 빤한 거짓말이 좀 덜 빤해보이라고 하는 소리는 아닌지.
전 생선대가리 맛있는지 도통 모르겠거든요. 제가 아직 어려서 그런 걸까요?

 어두육미? 엄마들의 빤한 거짓말.
어두육미? 엄마들의 빤한 거짓말.조은혜


우리 엄마, 잘 드십니다.
곱창같은 거 우왁스럽다고 눈길도 안 주는 우리 엄마가,
제 눈에는 더 우왁스러운(퀭한 눈까지 달린) 생선대가리를 어떻게 저렇게 잘 발라드실까요.
항상 드시던 거라 그런 건 아닌지…….
순간 가슴이 찡…하기엔 엄마의 표정이 진심으로 맛있어 보였습니다.

 강엿. 그야말로 '강'엿.
강엿. 그야말로 '강'엿.조은혜


돌아오는 길엔 한봉지에 이천원하는 강엿을 사서 물고,,,오고 싶었지만 오히려 엿에 이를 물린 채로 집까지 돌아와야 했습니다.

언젠가 들러 주세요.
인심 좋다, 는 말은 낯간지러워 피차에 주고 받지 않는.
무덤덤하지만 순박한 사람들이 부대끼며 어울려 사는 이곳에.
#재래시장 #순천 #순천남부시장 #명태머리전 #곶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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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필력, 아니고 날림필체. 모두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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