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기자 시험,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21살 대학생, 인턴기자 도전기

등록 2008.12.25 11:52수정 2008.12.2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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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언론사들은 대학생들을 원한다 겨울방학을 맞아 언론사들은 대학생 인턴을 모집하고 있다. 사진은 한 언론사 인턴기자 모집 로고의 일부분 ⓒ 모 언론사 로고

"제 1차 서류합격을 축하드립니다" , "아쉽지만 불합격되셨습니다.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21살 대학생인 나에게 매번 들려왔던 메시지다. 바로 방학시즌에 모집하는 언론사로부터 받은 것이다. 총 4번의 언론사 인턴시험 지원 중, 2번은 2차면접 탈락 2번은 1차에서 고배를 마셨다.

아직 기자로서 자질이 부족할 수 있고, 군대를 가지 않은 21살의 어린 나이가 심사위원들에게 걸렸을 수도 있다. 이같은 결과가 읽는 독자들에게 참담할 수 있지만, 나는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훗날 최고의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원자격은 '4년제 재학이나 2년제 재학생 이상의 대학생'으로 규정하지만 막상 합격자를 살펴보면 취직을 앞둔 졸업예정자가 대다수 합격되는 한계도 느꼈다.

이런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 21살의 기적을 창조하고 싶었던 어린 대학생의 인턴도전기,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조선일보> 대학생 인턴 1차합격, 이보다 기쁠 수가

올 한해 가장 욕도 먹고 여론의 채찍질을 당하던 조중동 신문, 그 중 하나에 속하는 <조선일보> 인턴기자모집 광고가 겨울방학 시작 전에 벌써 떴다. 사실 <조선일보>는 여러 매체중 일찍 인턴기자 모집 공고를 한다. 또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자랑한다. 기자가 되고 싶은 대학생들이 꼭 지원해보고 싶은 언론사이기 때문이다. 선배들은 <조선일보> 지원하기 상당히 힘들다고 한다.


"야, 너 아직 어리잖아. 조선이 어린 학생을 뽑아줄까?"

나이가 어린 학생을 뽑아줄지 의문이라는 충고다. 하지만 어디서나 이런 관념은 고정관념중 일부. 선배들의 만류가 오히려 지원을 하게 되는 자극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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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인턴기자 모집 사이트 자체적인 조선일보의 인턴모집사이트 ⓒ 조선일보 웹사이트


<조선일보>는 자체적인 사이트로 인턴기자 모집을 공고한다. 게시판이나 이메일로 모집하는 다른 언론사에 비해 차별화된 구조다. 자기소개서와 에세이도 홈페이지내에서 직접 쓸 수 있다. 다른 매체에 비해 신속성 있고 편리한 <조선일보>의 인턴사이트로 지원을 마쳤다. 지원을 마친 후로 나에게 부과된 수험번호는 '225번'.

지원서를 쓰고 보름이 지난 후, 기쁜 소식이 들어왔다.

"제 1차 서류전형에 합격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귀하는 800명이 지원한 학생 중 60명 이내에 선발되어 그 어느 누구보다 월등하신 결과를 만들어내셨습니다."

인턴담당자의 메일 메시지다. 너무나 기뻤는지 모른다. 취직을 앞둔 대학생 몇 명을 제치고 1차에 합격했다니... 감개무량한 소식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면접날짜가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 후 이틀 뒤라는 것. 시간이 없었다.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자, <조선일보> 면접정보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했다. 그 결과 공통적인 의견은 "인성과 기자의 자질에 대해 물어볼 것이니 염려말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다.

또 걱정스런 메시지도 있었다. 바로 <시사인> 고재열 기자의 '독설닷컴'블로그에서 <오마이뉴스> 출신 시민기자가 조선일보 인턴활동에 제한을 받은 사실이다. 이같은 사실이 널리 퍼지자, <조선일보>인턴을 지원해 1차합격한 나에게 큰 걱정거리로 인식됐다. 하지만 부정적인 생각은 화를 불러일으키는 법.

한파 속 찾아간 <조선일보> 인턴면접, 복장과 질문에 당황하다

원주에 위치한 학교에서 <조선일보> 사옥까지 무려 2시간 이상이 걸린다. 12월 3일 오전 9시에 배정받아 찾아간 <조선일보> 시험장의 모습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거의 다 양복 정장을 갖춰입은 것이다.

"복장에 대한 심사는 없습니다. 편안하게 입고 오라고 얘기하고 싶어도 다들 정장을 입으시네요.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복장에 대한 심사기준은 없습니다."

1차 합격 후 인턴담당자로부터 수신받은 메시지중 일부다. 복장은 전혀 신경을 안 쓴다는 내용이 분명하다. 하지만 시험장 풍경은 담당자 메시지의 내용과 전혀 딴판이었다. 정식사원 면접과 비슷한 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마땅한 양복이 없어, 후드티 차림과 학교명의 야구점퍼를 입고온 나와 대조적이었다. 어쩔 수 없었지만 실전에서 더욱 잘하자는 생각으로 면접에 임했다.

면접에서 나온 질문은 두 가지였다.

1. 왜 <조선>에 지원했나?
2. 기자의 자질은 무엇인가?

간단하지만, 한편으로 신중을 요하는 질문이다. 총 5명으로 구성된 집단면접질문이다. 5명 중 가장 오른쪽에 위치된 난 보다 창의적인 답변을 위해 여러가지로 생각했다.

생각을 하던 도중, 한 학생이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해 심사위원의 웃음을 자아냈고 또 한 학생은 경제에 관심있다고 대답해 경제부 담당인 심사위원의 추가질문도 받았다. 이런 순서가 지속된 결과, 내 차례가 왔다.

주로 '버라이어티'와 젋은 나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 난, 심사위원의 주목을 받기 위해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 대답에 대한 추가질문은 바로 이것.

"군대 다녀왔나?"

군대를 미필했기에 "아니요"라는 대답을 했다. 아주 간단한 추가질문이다. 사실 이 때 심사위원들은 후드티를 입은 내 모습에 눈여김도 주지 않은 모습이었다. 분명 복장에 대한 제한은 없다고 했지만, 심사위원들에게는 이같은 참고사항에 동의하지 않은 듯, 양복을 입고 또렷하게 대답만 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더 줬다.

그 결과, 화려한 양복 복장에 목소리가 뚜렷한 사람과 경제에 대해 관심있다는 대학생이 합격되고, 후드티를 입은 난 불합격됐다. 나이가 적어 건방져보였을까? 심사위원은 어린 나의 나이와 복장문제로 나를 합격못해 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또다른 이유가 그 속에 숨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화려하고도 한 순간으로 당황한 <조선일보>의 면접 후 또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헤럴드경제> 긴 작문, 긴 취재테스트

2주 뒤에 새로운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헤럴드경제> 인턴1차합격이 됐다. 지난 19일 발표를 본 후 새로운 다짐을 했다. 다시 한번 해보자는 것. 또 합격자 명단 옆에 출생년도가 표기됐는데 대부분 80년대 초반이나 중반이었다. 88년생 21살과 89년생 20살은 불과 5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헤럴드경제>는 대학생인턴모집하는 언론사중 가장 길고 오히려 빡센 시험과정을 거친다. 작문 시간대인 아침 8시부터 면접시간대인 오후 6시까지 광화문 <헤럴드경제>사에서 지냈다.

22일 시험이 열린 이 언론사 작문의 주제는 '반'과 'FTA'. 1시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난 고등학교 시절의 '반'으로 작문을 마쳤다. 여기까지는 쉽게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가 21살 어린 나에겐 고되고 힘겨웠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남대문시장'이나 '경기침체 속 연인들의 데이트'라는 주제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원고지로 취재기사를 작성하는 것이다. 애초부터 취재기사테스트가 있는 것을 알아 노트북과 소형 디지털카메라를 준비했지만, 이같은 것은 허사였다. 종이와 펜만 이용한 채 취재를 해야 하는 환경이 구성된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무거운 짐만 든 채 남대문시장을 찾았다. 남대문시장은 크리스마스 철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했다. 크리스마스 대목을 느끼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경제위기 탓이다. 이 상황 속에서 기사를 만들어내기엔 쉽지가 않았다. 그 전에 크리스마스 대목을 느끼지 못하는 상인들의 고통을 기존 미디어에서 다뤘기 때문에 중복된 아이템도 낼 수 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생각을 했다. 바로 '팸플릿 속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민심'을 담으려고 결심했다. 주로 불조심과 축구대회 우승과 관련된 내용을 초점해 기사를 담았다.

3시간의 취재 후로 간단한 점심식사를 가졌다. 메뉴는 햄버거, 신속한 기사작성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불같은 속도로 점심을 끝낸 후 기사는 20분 내 완료. 총 7시간여를 남대문과 광화문에서 지내다 보니 이제 녹초가 됐다. 심지어 22일 당시 날씨는 영하 9도에 육박하는 한파 속 시험이었다.

1시간 반 기다리게 해놓고, 질문은 달랑 2개?

3시까지의 데드라인을 마치고 면접대기실에서 기다렸다. 총 50여명의 인원중 5명씩 들어가서 면접을 봐야 했다. 이번에는 복장 문제에 걸리지 않기 위해 반코트에 와이셔츠를 입었다. 양복을 사기에는 사정이 마땅치 않았다.

면접은 가나다순으로 진행됐다. '조'로 시작되는 내 성은 한참 뒤에 시험을 봐야 했다. 시간이 계속 흘러 다음 그룹이 들어갈 때까지 총 20여분이 걸렸다. 상당히 오래 본 시험이다. 그 다음 그룹도 똑같이 시험을 봤다.

이렇게 1시간 반을 기다린 후 문제는 여기서부터, 총 8그룹중 거의 마지막에 시험장에 들어간 후, 분위기는 좋았다.

"와 거의 다 조씨들만 들어왔네! 편하게들 보세요!"

하지만 질문은 달랑 2개, <조선> 비슷하게 '헤럴드에 대해서 아는 내용', '기자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뿐, 앞그룹 보다 상당히 짧은 수준의 질문이었다. 추가적인 질문이 많이 나온 앞 그룹에 비해 현저히 적고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의 면접이다.

사실 1시간 반 면접을 기다린 나와 면접위원들에게는 이같은 시간이 고역이다. 서로 피곤했는지 예상외로 짧게 진행된 시험에 시험을 보는 나로서는 너무 당황했다.

당황만 해 걱정이 더 커졌을까? 결과도 불합격. 21살 대학생이 이같은 결과가 닥쳐도 괜찮다고 하지만, 무려 7시간 동안 고생한 보람이 한순간의 재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21살 대학생으로서 느낀 인턴기자 도전 체험기. 이 기사를 읽는 대학생들에게 어떤 느낌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대학생이라는 명분으로 새롭게 체험하기 위해 인턴기자에 지원했다. 기자로서의 참다운 내용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어려서, 아직 기본기가 부족해서...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하지만 어린 대학생으로서는 많이 배우고 싶고 체험하고 싶었다.

이승철과 소녀시대가 '소녀시대'라는 노래로 사랑을 받았다. 그 노래 속 가사중에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수줍어서 말도 못하고!'

사실 수줍지는 않다. 그러나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가 대학생 인턴기자를 지원하는 나로서는 동감이 가는 부분이다.

보도는 더욱 더 경험있고, 역량이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 하지만 이같은 시대, 조금 어리다고 인턴지원이 어려운 세상이 정확하다면 그 현실은 한순간의 고정관념이지 않을까?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SBS U포터, 네이버블로그, 캠퍼스라이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SBS U포터, 네이버블로그, 캠퍼스라이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턴기자 #조선일보 #헤럴드경제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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