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이명박 대통령님, 파국의 문을 여시겠습니까?"

등록 2008.12.30 18:19수정 2008.12.3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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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님, 파국의 문을 여시겠습니까."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창원을)이 30일 이명박 대통령한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밝혔다. 권 의원 측은 이날 언론사에 배포한 '이명박 대통령께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께 드리는 첫 편지글인데, 쓴소리 좀 해야겠습니다"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 농성장에서 편지를 쓴다고 한 권 의원은 편지에서 옛 일을 떠올렸다.

 

"대통령께선 열두해 전인, 1996년 12월26일 새벽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그때는 신한국당 국회의원이셨습니다. 신한국당 국회의원 이명박은 1996년 12월25일, 크리스마스밤이 막 지나가던 그 새벽에 어디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기억하십니까. 당시 신한국당 의원들은 청와대의 긴급지시 전화 한통으로 크리스마스날 밤에 집결했습니다.

 

새벽에 도둑 고양이마냥 국회의사당으로 숨어 들어갔었지요. 그리곤 단 6분 만에 노동악법, 안기부법(정보부법)을 붕어빵 찍듯 찍어냈습니다. 날치기 통과라는 말조차 걸맞지 않은 행위였습니다. 그리곤, '이건 몰랐지'하는 표정으로 득의양양 하며 기세 좋게 국회 본회의장을 나섰습니다."

 

그러면서 권 의원은 "바로 그 순간이 YS 정권의 몰락을 불러오리라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었겠습니까. 상상도 못했을 것입니다"며 "군사작전 하듯이 자행된 의회쿠데타는 YS 정권의 무덤이 됐습니다"고 밝혔다.

 

또 권 의원은 1996년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있었을 때 일도 거론했다.

 

"한나라당이 국회의사당으로 집결하던 12월 25일 그 시점에 저는 상황을 예상하고 민주노총 부위원장들과 함께 시내 모처에서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12월26일 새벽 6시 6분에 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날치기 통과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명동성당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아침 8시에 민주노총 총파업을 선언했습니다. 파업 선언은 민주노총 위원장이던 제가 했지만, 그 항쟁은 국민들의 뜻이었습니다."

 

그는 "40일간 이어지던 총파업의 기간 내내 일어나던 국민적 저항을 대통령님도 기억하고 계실 것"이라며 "날치기의 주역들은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던 시간이었고, 김영삼 정권은 그대로 주저앉았습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권 의원은 지금 국회 상황을 설명했다.

 

"2008년 12월 30일, 국회의사당에서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권영길의 머릿속에서 자꾸 12년 전 그날이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요. 강제진압에 대항하기 위해 쌓아 놓은 바리케이드를 보면서 12년 전 그날의 상황이 자꾸 떠오릅니다. 여야 간의 대화가 사실상 단절됐습니다. 타협점을 찾으려 해도, 대통령의 강경한 방침에 따라 한나라당 지도부의 입장은 경직되어 있습니다."

 

그는 "청와대의 전화 한통으로 국회의사당에 숨어들어가던 신한국당 의원들의 모습과 오늘 한나라당 원내 지도부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고 밝혔다.

 

권영길 의원은 "1996년 12월26일 날치기 통과는 YS 정권 말기였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님은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까. 강행처리는 이명박 정부의 몰락을 불러올 것입니다"며 "지금 식물 대통령이 된다면, 남은 4년 임기동안 국민들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게 되겠습니까"라고 강조했다.

 

"비록 대통령님이 걸어갈 길과 제가 걸어갈 길이 다르지만, 진심으로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이 엄혹한 시기 정부의 몰락은 국민적 고통으로 직결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강행처리는 파국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진심으로 충고 드립니다. 파국의 문을 열지 마십시오."

 

"전두환도 방송국부터 장악했다"

 

한편 권영길 의원은 30일 아침 CBS(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론노조 총파업이 "정부의 언론장악 기도를 막고 공정언론을 지키려는 정당한 투쟁"이라고 밝혔다. 그는 "박정희, 전두환도 쿠데타 직후 방송국부터 장악했는데 이명박 정부도 방송장악을 통한 장기 집권을 획책하고 있다"며 현 정부의 언론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권 의원은 한나라당의 언론 법안을 가리켜 "청와대가 재벌과 족벌신문에게 방송을 안겨주겠다는 것"으로 규정하고 이를 철회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국회파행 사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거수기로 전락시키고 반민주적인 악법을 통과시키려다 생긴 일"이라며 책임을 분명히 했다.

2008.12.30 18:19 ⓒ 2008 OhmyNews
#권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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