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주인이 종업원들에게 택시만 태운 이유

[리뷰] <프로는 한 장짜리 기획서도 다르다>

등록 2009.01.06 10:12수정 2009.01.0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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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파이미디어' 임정섭 대표가 쓴 <프로는 한 장짜리 기획서는 다르다>

'파이미디어' 임정섭 대표가 쓴 <프로는 한 장짜리 기획서는 다르다> ⓒ 크레듀

<세계일보> <경향신문> <서울신문>을 거치며 오랫동안 편집국 기자로 일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난생 처음 광고부서로 보직이 바뀐다. 비록 3개월이었지만 부탁받는 위치에서 부탁하는 위치로 바뀐 경험은 생소했다.

2004년 7월 자본금 5천만원으로 (주)파이미디어를 세웠다. 당시에는 새로운 개념이었던 TV리뷰 매체 <TV리포트>를 선보였고, 이어 온라인 책전문 일간지인 <북데일리>를 만들었다. 뉴스를 통해 1대1(기업:누리꾼) 기부문화를 만든 '파이뉴스', 재테크와 자기계발을 통한 성공 프로그램 사이트 '아이엠리치'도 만들었다. 모두 해당 분야에선 처음이다.


모두 임정섭 파이미디어 대표가 만든 작품이다.

아이디어가 쏟아진다고 아우성인 그가 최근 <프로는 한 장짜리 기획서도 다르다>(크레듀)라는 책을 펴냈다. <을의 생존법>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책 세 권을 내겠다"고 밝힌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이 책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무기라는 것을 증명한다. 임 대표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할 수 있는 게 아이디어. 자본금 5천만원에 불과한 작은 회사를 만든 그는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제안서를 들고 큰 기업들을 찾아다녔다. 퇴짜 맞기도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을 버티면서 연매출 8억원 회사를 키웠다. 더불어 기획서를 만드는 데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쌓은 경험을 지금도 책상 앞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 땅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털어놓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획에 대한 틀이 잡혀갈 즈음, 많은 직장인들이 대를 잇듯 자신에게 주어진 기획과 기획서 쓰기, 비즈니스를 위한 글쓰기 등 특별한 미션 앞에서 서성이는 모습을 보았다."


저자는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는 별을 보라고 권한다. 하룻밤 새도록 보고, 그래도 풀리지 않으면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면서 보라고. 그리하면 별처럼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라고 믿는다.

여기서부터 스타이론은 시작한다. 이론은 별처럼 다섯 개 꼭짓점으로 이뤄진다. 아이디어(Idea)를 비롯, 과제(Problem), 전략(Strategy), 분석(Analysis), 실행(Action)이 다섯 개 꼭짓점이다.


저자는 수많은 역사상 성공사례를 스타이론에 대입해 정리한다. 예를 들어 트로이전쟁은 다음과 같다. 1단계인 과제는 '트로이와 전쟁에서 승리'다. 2단계인 분석은 트로이의 지형지물과 군비, 전황이다. 3단계인 아이디어가 바로 트로이 목마다. 4단계인 전략은 트로이 목마 침투 후 야간 기습, 5단계인 실행으로 완성된다.

비즈니스 글쓰기 스타이론은 아이디어 떠올리기(Idea), 생각 토해내기(Think Out), 정리하기(Arrangement), 조사와 분석하기(Research), 글쓰기(Biz Writing) 등 다섯 과정이다. 정리할 때는 기획 이유(Why), 현재 상황과 문제점 말하기(Analysis), 기획 내용 전달(Message), 추진할 전략 드러내기(How), 기획이 가져올 효과 보이기(Effect)로 꾸민다. 이처럼 다섯 꼭짓점만 잘 기억하면 기획서를 훌륭하게 정리할 수 있다고 글쓴이는 강조한다.

아이디어는 가까운 곳에 있다

a  일상 속엔 수많은 기획 요소가 들어가 있다. 저자는 스타이론을 통해 여러 사례를 분석한다.

일상 속엔 수많은 기획 요소가 들어가 있다. 저자는 스타이론을 통해 여러 사례를 분석한다. ⓒ 김대홍

책엔 역사 속 사례만 나오는 게 아니다. 저자가 겪은 많은 사례가 나온다. 상암월드컵 경기장 옆에 살면서 매일 작업현장을 기록한 사진을 BBC에 판 사진작가 양만기씨, 손자 신발을 빠는 것을 불편해하다 발등 부위를 탈부착하는 운동화를 특허 등록해 사업가로 변신한 방부복 할머니.

그는 아이디어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고 외친다. 유명인이 아닌 보통 사람들의 성공담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권하는 이유다.

"한 음식점 사장은 종업원들에게 출퇴근할 때 반드시 택시를 이용하게 했다. 주인은 종업원을 태운 택시가 도착하면 운전기사들에게 식사와 커피를 대접했다. 난데없는 극직한 서비스를 받은 택시기사들은 모두 음식점의 홍보요원이 되었다. 택시기사들이 시내를 누비고 다니며 승객들에게 입소문을 낸 것이다."-P90

'기획서 쓰기'라는 콘셉트는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다양한 사례는 그 점을 무색하게 만든다. 서브를 넣을 때 공에 바람을 불어넣는 일본 탁구대표 히라노 사야카, 셋엇 자세에서 그립을 만지작거리며 놓았다 들었다 반복하는 골프스타 세르히오 가르시아 등 스포츠 스타의 버릇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글쓴이의 다양한 호기심 덕분이다.

'1%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대목도 재밌다. 기획에서 보는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한 대목인데, 노무현-이명박 대통령 당선을 다룬 일부 언론을 예로 들었다.

2002년 12월 20일
과반수에도 못 미치는 반쪽짜리 대통령 노무현 후보 당선
총 유권자수 3499만1529명 / 노무현 득표 1201만4277명, 총유권자 대비 34.3%

2007년 12월 20일
과반수에 육박한 국민 모두의 대통령 이명박 후보 당선
총 유권자수 3765만3518명 / 이명박 득표 1149명2388명 48.7%, 총유권자 대비 30.5%

복잡한 것 같지만 그가 내세우는 스타이론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원래 잘 된 기획일수록 단순하고 명쾌하다는 게 글쓴이가 가진 기획관이기 때문이다.

스타이론을 만든 임정섭 대표는 지금도 끊임없이 자기만의 별을 만드는 중이다. 그는 2008년 9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개 모집한 '국민 제안 프로젝트'에 '한국문학가요제'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서평아카데미'와 '기획아카데미'도 개설했다.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지금도 여러 장 기획서를 만지작거릴 글쓴이 모습이 눈에 선하다.

프로는 한 장짜리 기획서도 다르다

임정섭 지음,
크레듀(credu), 2008


#기획서 #임정섭 #스타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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