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구에 걸린 딸아이 혼내기만 했다

등록 2009.01.07 14:33수정 2009.01.0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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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갑자기 아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갑자기 큰 일이 났다고 하는 겁니다. 도대체 무슨 소리냐 물어보았지요. 사연인 즉슨 이제 21개월 된 딸아이가 "수두"에 걸렸다는 연락이 어린이 집에서 왔고, 주말부부인 저희로써는 상당히 어렵게 되었으며, 아이가 한동안 고생할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전화를 받고 보니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수두라는 건 모든 아이들이 한번은 거쳐가는 거지만 자식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 마음이란게 참 그렇지 않습니까. 또한 대개 수두는 2-6세 사이에 많이 걸리지요

저희 애도 나이로는 세살이 되었으니 때가 되었다 싶었던 겁니다. 또한 열이 많이 나고, 몸이 간지러우며, 계속해서 시원하게 해줘야 한다는 관리가 이 겨울에는 쉽지 않기에 아이가 많이 힘들어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지요.

어쩔 수 없이 양해를 구하고 오전근무만 마친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신속히 병원에 가서 수두가 확실한 지 확인을 해봐야 했습니다. 약 처방이 필요하면 그것도 필요하니 말이지요. 아내가 집 근처에 있는 조금은 허름하지만 저희 부부가 상당히 신뢰하는 소아과를 찾아 갔습니다. 저는 물론 사무실에서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한참 후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갑자기 웃으며 우리 애 정말 대단하다고 그러는 겁니다. 저는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의아했습니다. 그 내용인 즉슨 이러했습니다.

1.알고보니 "수두"가 아닌 "수족구"였다.
2.이미 병이 다 나았다.


헛, 이런.

사실 저는 수족구란 병명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검색하여 공부를 좀 해봤더니 4-5일간의 잠복기가 있는 바이러스성 질환이고, 감기처럼 열이 있으며, 손과 발, 입등에 물집등이 잡혀 아이들로써는 상당히 힘들어하는 것이라더군요.


그러고보니 그랬습니다. 지난 한주내내 녀석은 약간의 미열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저 감기 증세려니 했었지요. 또한 기저귀를 갈면서 보니 물집 같은 데 살짝 살짝 잡혀있었습니다. 저희는 그저 기저귀 발진인가 했었습니다. 끝으로 녀석은 자기 몸이 더워서 그런지 계속 옷을 벗으려 하고, 목욕을 하려 했으며 시원한 귤과 배를 갑자기 많이 찾았었습니다. 저는 이 녀석이 못된 버릇을 배워왔다며 밥은 안먹고 군것질만 한다 꾸짖었구요.

아뿔싸!! 녀석이 아파서 그런 건지도 모르고… 아… 이 무지함이여!!!

결국 아내는 감기약 처방만 받고 돌아왔습니다. 수족구는 이미 거의 다 나았기때문이지요. 가만보면 녀석이 스스로 자기 치유를 했던 셈이었습니다. 그 때 저는 그런 애를 꾸짖고 있었고요.

퇴근 후 엷은 목소리로 연방 '아빠~아빠~'하며 안기는 녀석을 보니 왜 이리 미안하던지요. 그런데 녀석은 그저 아빠가 좋다고, 기저귀 갈아달라 응가 닦아 달라 우유 달라 아빠 품에서 자겠다 난리입니다. 아하, 제 맘이 이거…. 커서 아이가 이 글을 읽으면 무어라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시원하게 한번 웃어주면 좋으련만.

또한 아이들의 자연치유 능력이 생각보다 더 좋다는 깨달음이 있습니다. 아이가 아프다 하여 무조건 병원에 가서 약 먹이는 건 확실히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끝으로 기왕이면 부모님들이 공부도 더 하면 좋겠지요. 저처럼 착한 아이 혼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수족구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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