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보수단체 "용산 참사 아닌 방화사건"
"정당한 공권력 행사... 김석기 지키자"

'과잉 진압' 비난 적극 반박 나서... "정치권·언론, 비합리적 희생양 만든다"

등록 2009.01.24 17:28수정 2009.01.2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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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재개발지역 철거민들을 강제진압하는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하면서 과잉진압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전 진압작전 도중 사망한 고 김남훈 경사 영결식이 열린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영결식장에서 진압작전을 승인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영결식장을 떠나고 있다. ⓒ 권우성

용산재개발지역 철거민들을 강제진압하는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하면서 과잉진압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전 진압작전 도중 사망한 고 김남훈 경사 영결식이 열린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영결식장에서 진압작전을 승인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영결식장을 떠나고 있다. ⓒ 권우성

지난 20일 서울 용산에서 벌어진 '철거민 참사'로 과잉 진압 비난 여론이 들끓자 경찰이 적극적인 반박에 나서고 있다.

 

자신을 '서울경찰'이라고 밝힌 한 경찰관은 23일 밤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려 "철거민 농성 조기검거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철거민들은 대형새총을 이용해 화염병, 염산이 든 박카스병을 경찰관 뿐 아니라 시민과 행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투척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건은 용산주민이 아닌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에 의해 조직적으로 계획됐다"면서 "사태를 주도한 전철연 의장 남모씨는 1월 16일 전국각지 회원 40명을 모집, 용산대책위와 합류했으며 옥상침투, 망루설치, 건물사수 등 역할분담 조편성을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에 따른 공권력 행사를 문제 삼는 것은 일부 정치권과 언론의 비합리적 희생양 만들기에 불과하다"고 경찰 책임론에 대해 반박했다.

 

서울지방경찰청도 이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해 놓고 있다. 또 이번 참사를 '용산 방화사건'으로 지칭하며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홍보물을 팝업창으로 띄웠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 홍보물에서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며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누리꾼들은 "공권력 행사가 정당하면 사람을 죽여도 되냐"고 반발하고 있다.

 

'통탄'이라는 한 누리꾼은 "사람을 죽이면서 정당화시키는 당신은 부끄럽지 않느냐"고 일침을 놨다. '박가이버'라는 다른 누리꾼도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이고 정도를 넘어서 행사되거나 남용될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매우 치명적이고 심각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공권력의 책임은 일반 국민들의 책임과는 달리 특별히 무겁게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갑제 "홍준표, 김석기를 희생양으로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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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조갑제닷컴 사장. ⓒ 권우성

조갑제 조갑제닷컴 사장. ⓒ 권우성

하지만 보수단체들은 '용산 철거민 참사'의 진압 책임자인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뉴라이트와 대한민국재향군인회, 경우회, 선진화시민행동 등 150여개 단체로 구성된 '애국단체총협의회'(상임의장 이상훈 전 국방부장관)는 23일 오후 명동 은행회관에서 '애국단체 공동정책협의회'를 열고 "김석기 청장을 지켜야 한다"고 결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승춘 전 국방부 정보본부장은 "용산 철거민 사건은 친북세력과의 전장의 전초전"이라며 "만일 정부가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조치를 한다면 자칫 친북세력의 전략에 다시 말려들어가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우익 인사인 조갑제(조갑제닷컴 사장)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여당인 한나라당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용산 방화 사건이 터지니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사태를 수습하려 한다"며 "경찰 수뇌부를 이렇게 대접하면 국가 위기 때 누가 체제를 지키겠느냐"고 성토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진압과정에서 경찰관과 농성자들이 죽은 것은 불행한 일"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경찰청장 내정자를 바꿔치기 할 정도로 경찰이 잘못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장규 용산구청장 "철거민 아닌 떼잡이들" 발언 파문

 

한편 용산 참사의 관할 자치단체장인 박장규 용산구청장이 철거민들을 "떼잡이들"로 비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박 구청장은 참사가 일어난 당일(20일) 오전 용산구 보광동 주민센터에서 "(이 사람들은) 세입자들이 아니에요. 전국을 쫓아다니면서 개발하는 데마다 돈 내놓으라고…. 그래서 떼잡이들이에요"라고 비하했다.

 

또 "이 사람들이 데모를 해가지고 오늘 무슨 사고가 났다 그럽니다"라고도 했다.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말한 것이다. 박 구청장의 발언은 녹취록으로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용산구청은 "철거민들을 지칭해서 비하한 말이 아니다"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용산 철거민 참사 #김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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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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