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57) 압도적

―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이곳의 압도적 환경 속에’ 다듬기

등록 2009.01.31 17:28수정 2009.01.3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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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도적 환경

 

.. 갑자기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이곳의 압도적 환경 속에 묻혀 살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솟구쳤습니다 ..  《탁광일-숲과 연어가 내 아이를 키웠다》(뿌리깊은나무,2007) 12쪽

 

 “환경(環境) 속에”는 “환경에”나 “터전에”로 다듬고, ‘욕구(欲求)’는 ‘마음’이나 ‘생각’으로 다듬습니다. ‘강(强)하게’는 ‘크게’나 ‘거세게’로 손봅니다.

 

 ┌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이곳의 압도적 환경 속에

 │

 │→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어마어마한 이곳에서

 │→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놀라운 이 땅에서

 │→ 숲과 바다로 빽빽하게 둘러싸인 이 자리에서

 │→ 숲과 바다로만 이루어진 이런 터전에서

 │→ 숲이 있고 바다가 있는 이곳에서

 └ …

 

 숲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살면 숲이 내뿜는 기운을 받게 됩니다. 바다로 둘러싸인 곳에서 살면 바다가 뿜어내는 기운을 받게 됩니다. 논밭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살면 논밭이 뿜는 기운을 받게 됩니다. 아파트로 둘러싸인 곳에서 살면 아파트 기운을, 찻길로 둘러싸인 곳에서 살면 찻길 기운을, 학교로 둘러싸인 곳에서 살면 학교 기운을, 골목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살면 골목 기운을 받습니다. 누구나 제 삶터에 따라서 기운을 받습니다.

 

 맹자 어머님이 괜히 아이를 키울 집을 찾아 여러 곳을 떠돌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어머님들도 괜히 아이 키울 집을 찾아 서울 강아랫마을로 옮기려 하지 않습니다. 당신 아이들이 더 공부 잘하고 돈 많이 버는 일감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 따라서 집자리를 찾으니, 서울 강아랫마을만 한 데가 없습니다.

 

 거꾸로, 아이들한테 이웃을 사랑하고 자연을 아끼며 제 몸과 마음을 튼튼하고 씩씩하게 가꾸기를 바라는 어머님이라면, 서울 강아랫마을 같은 곳에는 깃들지 않습니다. 웬만하면 서울을 뜰 테며, 다른 크고작은 도시에도 깃들 마음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로지 돈만 바라보는 도시인데, 오직 졸업장으로만 사람을 따지고 재는 도시인데, 그저 얼굴과 몸매 생김새에 따라서 눈길이 바뀌는 도시인데, 그예 동무와 이웃 없이 제 밥그릇만 두둑히 채우면 넉넉한 도시인데, 이와 같은 도시에서 아이들 얼과 넋을 망가뜨릴 까닭이 없습니다.

 

 ┌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이곳에

 ├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멋들어진 이 땅에

 ├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사랑스러운 이 터에

 ├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이 자리에

 └ …

 

 시골에 사는 사람은 시골말을 씁니다. 그러나 요즈음 시골사람 말은 시골말이라 하기 힘들어집니다. 집집마다 텔레비전 안 들이는 데가 없으니 서울사람들 말씨에 이냥저냥 길들게 됩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은 도시말을 씁니다. 부산은 부산말, 대구는 대구말, 광주는 광주말, 대전은 대전말을 씁니다. 그런데 오늘날 도시사람 말은 제 고장 말씨나 말투가 배어 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습니다. 기껏해야 말끝 조금 다르고 높낮이 살짝 섞인 말씨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낱말이고 말결이고 시골사람 말결과 마찬가지로 서울을 무대로 삼는 텔레비전 말결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습니다. 고장마다 다른 빛깔은 스스로 버리고 서울바라기 말결로 거듭나려고 애씁니다.

 

 ┌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습니다

 ├ 숲과 바다가 있는 이곳에서 살고픈 생각이 솟구쳤습니다

 ├ 숲과 바다를 어깨동무하는 이곳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 숲과 바다를 벗삼는 이곳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 …

 

 우리는 어디에서 살면 좋을까요.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면 좋을까요. 우리는 어디에서 누구하고 무엇을 하며 살면 좋을까요. 우리는 어느 때 어디에서 누구하고 무엇을 하며 살면 좋을까요. 우리는 어느 때 어디에서 누구하고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면 좋을까요. 우리는 어느 때 어디에서 누구하고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면 왜 좋을까요.

 

 살아가는 그대로 말이 나오고 글이 나옵니다. 살아가는 매무새대로 말을 하고 글을 쓰게 됩니다. 살아가는 자리에 따라서 말을 펼치고 글을 나누게 됩니다. 살아가는 일감과 놀이감에 따라서 말을 들려주고 글을 적바림하게 됩니다.

 

 사랑이 좋으면 사랑을 찾아 자기 말과 글에 사랑으로 옷을 입히고 사랑으로 담금질을 합니다. 믿음이 즐거우면 믿음을 찾아 자기 말과 글에 믿음으로 옷을 입히고 믿음으로 담금질을 합니다. 돈이 좋으면 돈으로 할 테지요. 이름값이나 무리힘이 좋으면 이름값이나 무리힘으로 떡바름을 하겠지요.

 

 내 주머니만 채우려는 마음보라면 남들이야 알건 모르건 아랑곳하지 않는 막말을 펼칠 테고, 내 밥그릇만 넉넉해야 한다는 마음결이라면 우리가 다 함께 쓰는 말과 글을 엉망진창으로 어지럽히는 엉터리말을 함부로 펼칠밖에 없습니다. 내 이웃과 어깨동무하려는 마음씨라면 남들을 고이 어루만지고 헤아리는 사랑말을 펼치는 한편, 내 배가 고프고 가난한 가운데에도 콩쪼가리를 조각조각 나누어 함께 웃을 수 있는 말과 글로 새로워지고자 힘을 쏟습니다. 누구나 가고픈 대로 길을 갑니다. 누구나 살고픈 대로 말을 합니다. 똑똑하다고 말을 더 잘하지 않고, 어리숙하다고 말을 더 못하지 않습니다. 우리 말 이야기를 다룬 책을 더 많이 들춘다고 한결 살갑고 깨끗하게 말하지 않습니다. 배움그릇이 작고 가방끈이 짧다고 하여 못나거나 형편없는 말로 이야기를 펼치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2009.01.31 17:28ⓒ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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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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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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