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하산
김강임
원형분화구엔 가을이 넘실표고 474.5m, 비고 125m 큰사슴이오름 진수는 분화구가 아닌가 싶었다. 해송과 억새, 찔레와 쥐똥나무들이 서식하고 있는 큰사슴이오름 정상에 그렇게 아름다운 분화구가 나타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깊이 55m 분화구 속을 들어갔을 때, 우리는 가을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다. 아주 조그만 학교 운동장 같기도 하고, 소형 무대 같기도 한 원형화구 안은 누렇게 짓무른 억새가 만발했다. 한마디로 가을이었다. 한겨울 말없이 피어 있었을 억새의 무리는 그렇게 큰사슴이 오름 한가운데 피어 있었다.
가을 분위기에 무르익다보니 분하구의 능선이 궁금해졌다. 분화구 한가운데에서 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급경사. 나무뿌리를 딛기도 하고, 죽은 나무 가지를 잡기도 하고, 숨을 헉헉대며 오른 곳은 큰사슴이 오름 능선.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능선에서는 분화구의 모습을 조망할 수 없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