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종교 전도구역과 금지구역 정하자

국민정신건강 위협수준... 법당에 '불심지옥' 낙서질하면 '천당' 가나?

등록 2009.02.03 20:04수정 2009.02.03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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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보훈병원의 법당 게시판에 부착된 '해탈의 노래'에 극우개신교 행동대원으로 추정되는 자가 '불심지옥'이라고 낙서질 했다. ⓒ 조호진

서울보훈병원의 법당 게시판에 부착된 '해탈의 노래'에 극우개신교 행동대원으로 추정되는 자가 '불심지옥'이라고 낙서질 했다. ⓒ 조호진

 

지난 1월 19일 '서울보훈병원'을 찾아갔다. 장인어른의 상이군인 신청서류에 필요한 진단서 등 제증명을 떼기 위해서였다.

 

대형병원엔 종교시설이 있기 마련이다. 병사(病死)의 와중(渦中)에 있는 환자와 가족들을 위로하고, 지친 영혼을 달래주기 위함이다. 서울보훈병원 응급실 우측 바깥에는 성당이, 2층엔 교회가, 1층 실내엔 법당이 있다. 보훈법당은 1층 통로에 있어 오가는 길에 들르기 용이했다.

 

'보훈법당'은 점심시간이어서인지 한가했다. 독경소리가 잔잔히 울리는 법당 천정에는 간구(干求)의 뜻을 적었을 형형색색의 등이 달려 있었고, 보살 한 분이 염주를 세며 절하고 있었다. 생로병사의 기로에서 드리는 예배와 기도는 얼마나 절박할 것인가. 여유가 있었다면 법당에 들어가 아픈 사람들이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손 모으고 싶었다.

 

법당 입구 게시판에는 4음보 7행의 '해탈의 노래' 가사가 적혀있었다. 욕망과 번뇌에 끌려 다니다 생을 마치기 일쑤인 인생에서 해탈을 노래하는 것과 참회로 드리는 기도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천년자리 만년자리

불보살님 가꾼자리

황금으로 뿌린자리

내치수에 맞는자리

내일신 갈적에는

춥도않고 덥도않고

자는잠에 곱게가소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보훈법당

 

상인과 조폭에게도 '상도덕'과 '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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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걸린 붉은 네온 십자가. ⓒ 조호진

도심에 걸린 붉은 네온 십자가. ⓒ 조호진

예수구원 불심지옥

 

'해탈의 노래' 첫 행 바로 위에 볼펜으로 갈긴 낙서질이다. 미뤄 짐작건대, '예수구원 불신지옥'이란 행동강령에 세뇌된 극우개신교 행동대원의 소행일 것이다. 선교란 미명으로 명동, 광화문, 신도림, 전철, 시장, 거리 등지에서 벌이는 이들 행동대원들의 가투(街鬪)는 천박한 행동을 넘어 가학성조차 띠고 있다.

 

국민건강을 해치는 불량식품과 혐오식품 판매는 단속대상이다. 또한 비흡연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금연구역을 정해놓고 있다. 앞의 조치가 '육신' 건강권 보호에 관한 것이라면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정신' 건강권에 관한 것이다. 

 

극우개신교의 전도행위는 '혐오감'과 '스트레스'를 강요하면서 국민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물건도 강매하면 불쾌한데 심지어 신앙을 강매해서 되겠는가. 종교자유를 침범하는 행위는 정신건강 훼손은 물론이고 종교간 갈등과 사회불안의 요인이기도 하다. 

 

전도행위 금지는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에 저촉될 것이다. 그러나, 종교의 자유가 모든 권리를 뛰어넘는 자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믿지 않는 사람, 자신의 종교가 있는 사람에 대한 강요는 인권침해와 종교침해 행위이다. 따라서 국민과 이웃 종교인들의 피해가 없도록 특정구역을 전도구역으로 정하고 대신 종교와 관련 없는 공중장소는 전도행위 금지구역으로 정하자.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그 심각성이 드러날 것이다. 종교 편향의 현 정부에선 쉽지 않으니 민간 차원에서 논의를 부쳐보자.

 

상인들에겐 상도덕이 있다. 공동의 이익과 질서를 위해 손님을 가로채는 호객행위를 상인단체 스스로 금지시킨다. 조폭들에게도 룰이 있다. 구역침범은 전쟁선포나 다름없기에 여간해선 남의 구역을 넘보지 않고 자기 구역에서 논다. 그러나 '천국환장병'에 감염된 보균자들은 이웃 종교 구역까지 침범하여 무력시위를 자행한다.

 

그들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 되라'는 예수의 말씀을 전도의 무기로 삼는다. 종교 권력자들은 이를 빌미 삼아 평화의 땅을 침공했고 수없이 많은 인류를 학살했다. 강요하는 그들의 것은 '복음'이 아니다. 그리고 법당은 땅 끝이 아니라 불자들의 신성한 공간이다. 예수는 이웃사랑의 낮은 마음으로 복음을 권면하라고 했을 뿐이다. 예수의 통곡소리가 들린다.

 

불교와 가톨릭 등 이웃 종교가 극우개신교의 전투성과 호전성에 대응했다면 이 땅은 종교전쟁으로 피비린내가 났을 것이다. 서해 NLL이었다면 교전이 벌어졌을 것이다. 야만의 종교행위는 이 땅에서 불거진 것이 아니라 함량미달 선교사의 진출과 미국의 한반도 지배전략에 의한 것이다. 이승만 장로 그리고 서북청년단과 궤를 같이하던 상당수 월남(越南) 목사들의 십자군전쟁으로 인해 분단과 분열, 적대와 증오의 씨앗이 뿌려졌다.

 

이 정도면 종교행위를 포기한 몰상식한 행위다. 도대체 말귀라도 알아들어야 타이르기라도 하고, 대화라도 나눌 텐데…. 공중도덕과 공중질서를 해치는 것에 대해 점잖게 타이르면 '마귀', '사탄'의 누명을 뒤집어씌운다. 이건 뭐 외계인도 아니고, 차라리 외계인이 낫겠다. ET나 둘리는 귀엽기라도 하지. 부모형제도 못 알아보는 영혼구원과 영적전쟁은 종교행위가 아니라 천륜 파괴 행위일 뿐이다.

 

민주주의 위협하는 종교와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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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십자가는 침략과 전쟁의 십자가가 아니라 사랑과 용서의 십자가이다. ⓒ 조호진

예수의 십자가는 침략과 전쟁의 십자가가 아니라 사랑과 용서의 십자가이다. ⓒ 조호진

'붉은 십자가가 장악한 도심은 붉은 묘지로구나!'

 

지인의 탄식이다. 야경의 도심을 바라보면 붉은 네온 십자가가 도시를 장악한 것을 볼 수 있다. 극우개신교는 하나님 나라건설을 지상목표로 내세운다. 까보면 종교권력을 천년만년 누리기 위한 안전장치로서 정치권력을 장악하자는 것이다.

 

물질(자본)과 교세(유권자)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이들은 이미 정교분리(政敎分離)를 붕괴시켰다. 그리고 맹위를 떨치며 선거운동을 편 결과 이명박 장로 대통령 당선이란 목표를 달성했다. 이 장로는 서울시장 재직시절 당신 맘대로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 했다. 물론, 서울시민과 상의한 바 없다.

 

친위세력인 뉴라이트 상임대표 김진홍 목사를 청와대로 불러 예배를 드리면서 청와대를 봉헌했을지도 모른다. 하나님이 거절하시는데도 불구하고 특유의 밀어붙이기로 떠맡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불쾌해 하셨을 것이다. 하나님은 부정한 뇌물을 받지도 않으시고 더구나 거짓으로 점철된 자의 제사는 더더욱 받지 않으신다.

 

장로 대통령과 극우개신교는 같은 무늬다. 일방통행, 소통불능, 안면몰수, 유언비어 살포, 친미 맹종 등 어쩜 그리 똑같은지…. 민주주의 시계가 역주행하고 있는 지금, 오직 권력 편에만 섰던 극우개신교는 도탄에 빠진 백성은 외면한 채 이명박 장로의 만수무강을 빌고, 이에 힘입은 장로 대통령의 오만한 권력행사는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괴물로 변한 '극우개신교' 사라질 날 온다!

 

"문화사적으로 보면 그리스도교는 없어진다. 이집트 고대종교는 3천년을 지속했다. 그리스도교 역사는 현재 2천년이다. 이집트 고대종교는 스핑크스와 피라미드의 거대한 유적을 남겼지만 신자가 사라지자 신도 사라졌다. 그것이 신의 운명이다.

 

그리스도교는 배타 독선으로 유지해 왔지만 이제 한계에 왔다. 증오와 폭력을 낳은 배타와 독선은 기독교의 생존 원리가 아니라 파멸 또는 소멸 원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제 기독교가 해야 할 것은 하나밖에 없다. '메타노이아'다. 즉 죽어 되살아나는 일이다." 2008-10-21 <한겨레신문> 보도 일부.

 

정진홍 이화여대 종교학과 석좌교수가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종교간 열린토론회'에서 한 예언적 진단이다. 극우개신교는 사라져야 한다. 그게 하나님 뜻이다. 그들의 악행으로 민심은 떠났다. 다만, 보험사의 영업기법 또는 다단계 기법을 차용한 조직운영 기법으로 버티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결국 공룡 교회당은 텅텅 비어갈 것이다.

 

하나님과 예수가 없는 교회, 욕망의 괴물로 변한 교회당은 강마에의 욕설처럼 '욕망의 ×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맘몬(부(재물)의 하나님과 권력의 하나님은 사라지고, 사랑과 나눔-자유와 정의-일치와 화해의 하나님이 임할 날이 올 것이다. 관용과 배려를 상실한 종교의 궤멸은 하늘의 뜻이고 역사의 순리이다.

 

세례교인으로서 불자님들께 사과의 손을 모은다. 법당에 '예수구원' 낙서질 한다고 해서 천당 가는 게 아니란 것은 상식이다. 극우개신교의 무례한 침범을 넓은 도량으로 불쌍히 여겨주실 것을 호소한다. 종교성을 상실한, 무례하기 짝이 없어 상대할 가치마저 없는 그들의 '예수구원'으로 먹칠 당한 예수는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고, 불자님들의 자비와 관용 덕분에 부처께서는 무량 공덕을 쌓으셨다.

 

내가 믿는 예수는 평화의 예수다. 전쟁과 파괴와 침범을 결코 가르친 바 없다. 그는 가난한 이웃과 불구자, 소경과 절름발이, 병자와 외로운 자, 과부와 고아의 친구였다. 오직 사랑과 용서로 소외된 이웃의 편에 섰을 뿐 권력의 주변을 얼씬한 바 없다. 그러므로 사랑의 예수와 자비의 부처가 추구하는 세상이 서로 다르지 않으니 연대의 인사를 나누면 좋겠다. 그리하여, 부처를 믿든, 예수를 믿든 서로 존중하며 평화롭게 사는 천국과 극락이 도래하도록 더욱 간구하고 기도하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블로그(tajin.tistory.com)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2.03 20:04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뉴스앤조이/블로그(tajin.tistory.com)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예수구원 #불신지옥 #종교편향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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