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파야 킬러!
문종성
새벽부터 저녁까지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도로를 달리는 것도 자전거 여행에서 느끼는 매력이다. 먹고, 싸고, 달리는 심플 라이프 속에 굉장한 철학이 숨겨져 있다. ‘먹어라, 꿀을 맛보게 될 것이다! 싸라, 끙을 맛보게 될 것이다! 달려라, 끝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반복하다 어느 순간 내가 꿈꾸던 파라다이스에 도착한다면? 싼티나는 먹고, 싸고, 달리는 행위가 얼마나 고상한지 그 감격에 그만 흠뻑 젖어들 것이다.
길따라 녹음에 빠져드는 풍경은 예상대로였다. 고단함을 넘어서는 절대빈곤의 흔적은 아무리 정글로 가리려 해도 가려지지 않는 아픔이 보였다. 비바람에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집들의 내부는 더욱 더 위태로웠다. 사람의 사생활은 집 안으로 자유로이 드나드는 가축들로 인해 전혀 보호받지 못한다. 먹고 자는 독립된 공간의 부재는 병균까지 함께 나눠야 하는 공동운명체의 숙명까지 떠안는다.
바깥에 설치되어 있는 부엌 살림살이를 보면 식사나 제대로 챙기고 있는지 걱정부터 밀려든다. 해먹과 해어진 옷가지 몇 개를 제외하면 텅 빈 집 안의 썰렁함이 이들의 마음까지 차갑게 만들지는 않을런지. 해먹 아래를 지나는 닭을 보며 생각한다.
‘잡혀 먹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알이나 낳아라.’
“이렇게 살면 위생상태가 엉망이지 않소? 당장 집을 다 철거하고 새로 지으시오!”
“시방 뭔 소리여? 돈 한 푼도 없구만.”
제대로 된 지원없는 멕시코 정부의 검은 동정은 이들에겐 그저 잔소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정글의 원주민들은 매일 '동물농장'을 체험하는 조지 오웰이 되겠지만 소설 한 편 나온다면 내용은 보다 냉소적이고 비극적일지 모른다. 제목은 ‘新 동물농장균’이 적당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