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첸이사의 하이라이트까스띠요 피라미드 정면 모습.
문종성
그런데 그런 숫자놀음보다 나를 더 당황시킨 것은 따로 있었다. 왠지 보기만 해도 숨이 차다 했더니 여기 경사각이 흐트러짐 없는 45도를 유지한단다. 갑자기 지난 멕시코시티에서 테오티우아칸의 어질어질했던 피라미드 등정기가 생각나 아찔해진다. 다행인지 다리가 후들거릴 일은 생기지 않았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밟고 올라간 통에 유적이 훼손이 많이 되어 지금은 유적에 오르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카스티요의 백미라던 빨간 재규어 상과 차끄 몰 상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은 불행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요거? 몬테 알반에도 있었던 거잖아?”
왠지 반갑다고나 해야 할까. 구기장(Juego de Pelota)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반가움이 앞서 촐랑촐랑 잔디 위를 뛰어버렸다. 기억난다. 공놀이라기보다 신에게 바쳐질 제물을 결정하는 중요한 빅게임으로 신성한 종교의식에 더 가까웠던 몬테 알반의 그 귓전을 때리는 함성 소리.
“이게 말이죠. 사실 경기장처럼 보이지만 종교 의식으로 보는 편이 더 타당하다니까요. 손을 사용하지 않고, 골을 넣어야 하는 경기죠. 가만 있자, 여기선 어디다 넣어야 되나?”
“가이드가 저 벽에 설치된 동그란 골문으로 넣어야 한다는군요.”
“그런가요? 아무튼 그거 알아요? 중요한 건 이 경기에서 지면 그걸로 끝. 제물로 바쳐진다는 군요. 후, 정말 끔찍하죠.”
“지금 가이드 하는 말 들었어요?”
“네?”
“이기는 팀의 캡틴이 영광스럽게 제물로 바쳐진다는데요?”
그룹 여행 온 서양여행자들 사이에서 조곤조곤 슬쩍 아는 체를 했더니 바로 직격탄이 날아온다. 그렇다면 몬테 알반에서 귀동냥으로 들은 정보는 다 무어란 말인가. 가이드가 설명을 다 마치고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재차 물어보았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이긴 자가 제물로 바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