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금융 2009 화두 ‘보수경영’과 ‘협동정신’

20여개 새마을금고ㆍ신협, 부평 곳곳서 총회

등록 2009.02.13 15:17수정 2009.02.1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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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이 회계년도가 끝나는 2월 들어 정기총회를 잇달아 개최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은 최고 의결기구로 각각 대의원총회와 조합원총회를 두고 있다.

 

부평에는 11개 새마을금고와 10개 신용협동조합(지역ㆍ직장 포함)이 서민금융기관으로써 역할을 하고 있다. 20개 지역금융기관의 자산을 모두 합칠 경우 1조 3000억원을 넘는다. 해마다 1~2월에 열리는 정기총회는 전년도 사업 결산과 올해 사업계획을 보고하고 승인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올 정기총회의 화두는 단연 경제위기 극복이다. 신자유주의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경제 불황의 파고를 지역금융이 어떻게 넘을 수 있을 것인가가 화두인 셈이다. 여기서 지역금융이 택한 대처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보수적 경영이고, 다른 하나는 협동조합 운동의 강화다.

 

이 같은 방안은 정부가 최근 금융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통합법)을 시행하면서 금융업종간 벽을 허물고 증권사의 투자은행 전환을 유도하는 등의 금융전략과는 대조를 이룬다.

 

정부, 신자유주의 확대 정책으로 일관

 

자본시장통합법의 시행은 노무현 정부 시절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전략’에 맞춰 준비돼왔던 것으로, 말 그대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ㆍ선물회사 등의 업무 영역을 허물어 대형 금융투자회사로 통합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로써 국내에도 메릴린치(경영 부실로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인수됨)ㆍ골드만삭스 등과 같은 대형 투자은행이 출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를 통해 금융상품의 종류도 매우 다양해지고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상품들이 등장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설명의무제도’가 도입돼 금융투자회사는 상품판매 시 그에 따른 위험 등을 투자자가 이해하도록 설명하고, 설명 내용을 투자자가 이해했음을 확인하는 서명을 받도록 했다. 이 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중요사항을 빠뜨려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금융투자회사는 배상책임을 져야한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는 사실상 금융의 증권화ㆍ펀드화ㆍ파생상품화에 따라 나타난 것으로, 이는 실물경제에 기반하지 않은 금융시장의 과잉이 불러온 경제위기였다. 때문에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이 금융 산업의 경쟁력 강화라기보다는 최근 경제 불황을 야기한 신자유주의의 확대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1월 31일 사임한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 감독과 규제에 대한 전면적 개편 논의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라며 “자본시장통합법이 추구하는 시장형 금융시스템의 위험 요소를 파악해 법을 보완ㆍ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차입을 기초로 하는 미국식 투자은행(IB) 모델은 퇴조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지향하는 게) 한국판 ‘골드만삭스’였다면 우리도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금융기관의 불안정성이 지급결제시스템에 미칠 위험을 감안해 증권 중개기관과 보험사에 새로 허용된 지급결제 기능은 취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은행의 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박형준 연구원은 2월 9일 ‘금융부문의 공공성 확대를 위한 새로운 출발점 모색’이라는 보고서에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은 오히려 재고하고 은행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수경영은 본래 역할 충실하자는 것

 

요컨대 생산과 재생산 영역, 즉 실물경제에 기반을 둔 금융의 역할과 자본시장에서 금융의 역할 구획을 확실히 하고, 전자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에게 요구되는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국내 2~3개 은행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주요 지주로 경영권을 확보하고 안정적 예금 대출 업무에 전념토록 함으로써 국가경제 전체의 유동성을 원활하게 유지시킬 수 있는 기반을 확립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이 금융기관으로써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은행의 역할보다는 국가경제 전체유동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보수적인 경영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이 규모로 치면 시중은행과 견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이들 기관이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규모도 크지 않다.

 

다만 둘 다 전국에 1500여개 내외의 단위조합을 가지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제2금융기관으로써 서민 밀착형 금융기관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경제 불황으로 인한 서민경제의 위기가 곧 자신들의 위기로 직결될 수 있어서 보수적인 경영을 앞세운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부평구신용협동조합평의회 윤순혁 회장(부평신협 이사장)은 “조합 운영에서 발생한 수익의 일부를 유가증권 투자수익에 비해 적더라도 신협중앙회에 예치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조합에서 이번 총회 때 이 같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역금융의 보수적인 경영방침은 대의원정기총회와 조합원정기총회라는 의결기구의 존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지역금융도 출자자 중 ‘큰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 이 들의 입김도 작용하지만, 대의원과 조합원이 주인인 조합이라는 설립취지에 맞게 조합원의 복지 증진과 지역사회 환원을 적극 강조하는 것이다.

 

금융위기 속 다시 주목받는 ‘협동조합운동’

 

국내 시중은행은 신자유주의의 시작을 알린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외환ㆍ한국씨티ㆍ한국SC제일은행 등 7개로 통합됐다. 이 중 한국씨티은행과 한국SC제일은행은 100퍼센트 외국 자회사이며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도 사실상 외국계 은행이다.

 

이에 대해 부평구새마을금고협의회 홍종익 회장(부평남부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외국계 은행이다 보니 공공성 확보는 고사하고 매년 천문학적인 배당금이 국외로 빠져나간다”며 “지역금융은 다르다. 수익금은 조합원들에게 돌아가게끔 돼있고, 장학금지원․노인과 회원 복지 사업 등은 지역에 환원되는 사업이다”라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 모두 ‘협동’에서 출발했다. 두 기관의 모태가 바로 ‘협동조합운동’인 셈이다. 때문에 2009년 총회에서 강조되는 ‘협동조합’정신은 금융위기 속 각 단위조합이 어떤 형태의 협동조합운동을 전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례로 부평신용협동조합은 조합원 대상 신용대출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이 부동산담보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로 열을 올렸다면 신용협동조합은 자신들의 신용평가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무담보신용대출’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부평신협 윤순혁 이사장은 “신협의 협동조합운동이 전에 비해 많이 퇴색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 맞는 협동조합운동이 필요하다. 일차적으로 신협중앙회에서 노점상 등 무점포 상인을 대상으로 500만원 이내의 신용대출을 실시하는데, 여기에 모든 신협이 동참할 계획”이라며 “금융부문 뿐만 아니라 지역운동차원에서 실시하는 것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2.13 15:17ⓒ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통합법 #신자유주의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협동조합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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