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과 아벨>, 계속 웃을 수 있을까?

[TV리뷰] 15.9%로 수목 시청률 1위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

등록 2009.02.19 10:26수정 2009.02.2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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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새 수목드라마 <카인과 아벨>의 주인공인 이초인(소지섭 분)과 이선우(신현준 분). ⓒ SBS


구약성경 창세기에는 인류 최초의 살인이 그려진다. 뱀의 꼬드김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은 죄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하와는 카인과 아벨, 두 아들을 낳는다. 카인은 자라서 땅을 부치는 농부가 되었고, 아벨은 자라서 양을 치는 목자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카인은 땅의 소출을 하느님께 제물로 바쳤고 아벨은 양의 첫 새끼와 그 기름을 제물로 바쳤다. 그런데 하느님은 아벨의 제물은 기꺼이 굽어보았으나 카인의 제물은 굽어보지 않았다. 그러자 카인은 몹시 화를 내며 얼굴을 떨어뜨렸고, 하느님은 카인을 꾸짖는다.

카인은 아벨을 들로 꾀어낸다. 그리고 자신을 따라 들에 나온 아벨을 죽이고 만다. 하느님이 카인에게 물었다.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 카인이 대답했다. "모릅니다.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다시 하느님이 카인에게 말했다.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느냐? 들어 보아라. 네 아우의 피가 땅바닥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 이제 너는 저주를 받아 네 손으로 네 아우의 피를 받아낸 그 땅에서 쫓겨날 것이다. 네가 땅을 부쳐도 그것은 더 이상 수확을 내주지 않을 것이며, 너는 세상을 떠돌아 헤매는 신세가 될 것이다."

구약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다. 동생 아벨을 질투하여 그를 죽이고 만 카인, 여기서 모티브를 얻은 SBS 수목드라마 <카인과 아벨>이 지난 18일 첫 방영됐다. 두 천재 외과의사 이선우(신현준 분)와 이초인(소지섭 분)은 어려서부터 친형제처럼 같이 자랐다. 자신과 같이 병원을 운영하던 친구 부부가 죽자 이종민(장용 분)은 어린 초인을 집에 데려와 친자식처럼 키운다. 그런 초인을 따뜻하게 맞아준 선우, 초인은 선우를 친형 이상으로 따르며 동경했고 그처럼 되고 싶어 했다.

세월이 흘러 나란히 뛰어난 신경외과의사로 성장한 그 둘, 미국의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7년 만에 돌아온 선우를 보며 초인은 반갑게 맞아줬지만 어딘가 변해버린 선우의 모습에 초인은 이질감을 느낀다. 자신이 시술한 환자가 미각을 잃을지도 모르는데도 "더 큰 것을 위해선 작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태연하게 말하는 선우, 그 모습에 초인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린다. 어느새 자신만큼 성장한 초인을 보며 선우는 기뻐하지만 마냥 좋은 내색을 할 순 없다. 바로 초인을 미워하는 어머니 나혜주(김해숙 분)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 쯤은 아무래도 좋았다. 어머니의 미움으로 모른 척 하기엔 초인은 선우에게 너무 큰 존재였으니까. 그러나 초인과 서연의 관계를 알고부터 그 마음에 점차 금이 가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초인과 함께 병원에서 어울렸던 서연(채정안 분)은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했다. 그런 서연을 꼭 낫게 해주마 약속한 선우는 미국 유학길에 오른 뒤 오랜 시간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서연은 초인에게 마음을 열어 그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서연을 만날 생각에 기대에 부풀어 있던 선우는 큰 충격을 받는다.

무엇보다 선우에게 가장 큰 충격은, 어느새 초인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사실이었다. 이사회에서 뇌의학센터 개설을 주장하는 선우, 그러나 그의 주장은 아버지 이종민 원장이 쓰러지기 전 계획했던 응급의학센터 개설을 원하는 목소리에 밀리고 만다. 응급의학센터 개설의 중심에는 신경외과에서 응급의학과로 전과한 초인이 버티고 서 있었고, 아버지 종민의 뜻이 친아들인 자신이 아니라 초인에게 있다는 것을 안 선우는 분노한다. 결국 혜주의 음모에 동참하여 초인을 버리기로 한 선우는 수술 참관을 핑계로 초인을 중국으로 보내는데….

빠른 전개로 첫방부터 시청자 사로잡은 <카인과 아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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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과 아벨>은 소지섭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 SBS

결코 짧지 않은 이 이야기, 그런데 놀랍게도 단 한 회 분량의 이야기다. <카인과 아벨>은 이처럼 스피디하게 이야기를 전개했다. 초반 3회분 정도는 등장인물의 설명과 대략적인 줄기의 소개, 사건 암시에 쓰던 기존의 드라마들과는 달리 <카인과 아벨>은 단 1회 만에 모든 설명을 끝마친다.

덕분에 시청자는 뜸들이지 않고 2회부터 곧바로 위기에 봉착하게 되는 초인을 볼 수 있다. 실로 대단한 속도감이다. <아내의 유혹>이나 <꽃보다 남자>처럼 스피디한 드라마가 유행인 요즘, 빨라진 시청자의 속도감을 따라잡기 위해서인지 <카인과 아벨>은 처음부터 힘을 내고 있다.

<카인과 아벨>은 정체성이 모호하다. 의사가 주인공이고 병원이 배경이니 의료드라마라고 해야 하지만, 또 그렇지만도 않다. 본방이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시청자에게 보여진 <카인과 아벨>의 예고편은 수술실에서 메스를 들고 있는 신현준과 소지섭의 모습이 아닌, 광활한 사막에서 추격전을 벌이다가 총에 맞은 채 휘청거리는 소지섭의 모습이었다.

이처럼 <카인과 아벨>은 단순히 의료드라마라고 하기엔 액션활극의 냄새가 짙게 배어있다. <외과의사 봉달희>의 연출을 맡았던 김형식 감독이 연출했지만, <카인과 아벨>은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의료드라마였던 <외과의사 봉달희>보다 병원 내 권력 향배를 놓고 치열하게 이전투구하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보였던 <하얀거탑>을 닮아 있다.

20부작 드라마에 총제작비 75억원이 들어간 대작답게 해외로케 촬영도 중국 내몽골의 은천사막과 상하이 등지에서 2개월 간 진행됐다. 풍성한 볼거리는 이것만이 아니다. 내로라하는 배우들도 대거 출연하여 저마다 연기력을 뽐낸다. 각각 5년, 6년 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하는 소지섭과 신현준의 카리스마 대결에 채정안, 한지민의 가세로 인한 4각 구도 형성은 빤하지만 그만큼 긴장감을 높이는 데 좋은 효과를 낸다.

무게감 있는 조연배우들, 극 안정감 더해

여기에 장용, 김해숙, 하유미, 권해효, 안내상, 박성웅 등 무게감 있는 조연배우들의 투입은 전반적인 극의 안정감을 더한다. 주연배우 모두가 연기력 면에서는 검증받은 배우들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연기 못하는 배우 없는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됐다. 드라마를 보면서 소위 '손발이 오그라들' 걱정 따윈 안 해도 되는 것이다.

이런 장점들이 시청자를 사로잡은 것일까? <카인과 아벨>은 지난 18일 첫 방영에서 15.9%(TNS미디어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난주까지 동시간대 1위를 달리던 경쟁작 <미워도 다시 한 번>을 0.3% 차이로 따돌리고 수목드라마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첫 출발을 기분 좋게 시작한 <카인과 아벨>이 앞으로도 쭉 웃을 수 있으려면 두 가지에서 유의해야 한다. 첫째 화려하고 풍성한 볼거리에 치중한 나머지 알맹이가 비어 가는 줄 모르면 안 되고, 둘째 이야기 전개가 진부하고 식상한 신파로 흘러가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SBS는 2년 전 <로비스트>를 통해 알맹이 없이 겉만 화려한 '대작'이 어떻게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는지에 대해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이미 반년 넘게 형제간의 애증을 다룬 드라마 <에덴의 동쪽>을 보아온 시청자들로 하여금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두 가지만 지켜진다면 <온에어> <일지매> <워킹맘>으로 이어지던 SBS 수목드라마의 황금시대는 다시 도래할지도 모른다.
#카인과 아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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