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언론'을 '금론'으로 바꾸자고 하라!

[지역언론 별곡 263] 언론법안 둘러싼 '동상이몽 미디어 정치' 관전 포인트

등록 2009.03.03 21:12수정 2009.03.0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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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진 언론 관련법을 여·야가 '사회적 논의기구'에 넘기고 말았다. 100일간 논의한 뒤 6월 임시국회에서 표결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당사자인 언론사들의 입장은 여전히 제각각이다. 보수와 진보, 서울과 지방, 부자와 가난 등으로 엇갈린 논조에선 자사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그러나 난기류에 휩싸인 '언론법안호'가 사회적 논의기구에 넘겨졌지만 거센 풍랑과 암초는 곳곳에 산재해 있다. '공허한 주장' 때문이다. 말이 사회적 기구이지 공론의 장을 빙자한 분열과 증오, 탐욕과 저주로 가득한 논쟁이 소통을 극복해내기란 여간 쉽지 않아 보인다. 시간만 유예됐을 뿐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까지 가득 싣고 있다. 

가장 불안해하는 쪽은 지역언론들이다. 거센 미디어 빅뱅의 불똥이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너무 뜨겁고 무섭기 때문일까. 국민적 소통을 담보로 한 사회적 논의기구에 내던져진 언론법안에 대한 논평을 찾기 힘들다.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를 지역언론들은 쉽게 삼키지 못하고 조마조마하게 바라만 보고 있다.

지역언론은 '조마조마'... 서울언론은 '평행선 의제설정'

그러나 서울언론들은 '동상이몽', '시한폭탄', '시간벌기', '시한부 휴전' 등에 비유하며 모처럼 한 목소리로 부정한다. 하지만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정하는 이유가 각기 다르다. 논조에선 여전히 찬성과 반대의 이념적 색채가 짙게 묻어난다. 재벌신문과 비 재벌신문들로 나뉜 평행선 의제설정은 '미디어 정치'의 진수를 보는 듯하다.      

동상이몽을 꿈꾸는 미디어 정치의 관전 포인트가 흥미를 끈다. 특히 재벌에겐 내줄 수 없지만 재벌신문들에겐 내줄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고 있는 방송법은 시한만 연기됐을 뿐, '방송의 사형선고'나 나름 없다는 평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법안 처리를 강력히 주장하는 쪽은 정부와 여당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전 포인트는 더 있다. "핵심은 '조·중·동 방송' 불가"라는 언론·시민단체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들 재벌신문들과 궤를 함께 하고 있는 세력이 누구인가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힘없는 자들의 거센 반대여론을 짓누르려는 공허한 소리에 조목조목 논박하지 못하고 대안을 쉽게 내놓지 못하는 야당의 태도 또한 세심하게 짚어보아야 한다.  


이 모든 논쟁의 핵심은 재벌신문과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안' 처리를 위해 들고 나선 공허한 주장 때문이란 사실은 재삼 두말한 여지가 없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언론은 '금론(金論)'이나 '권론(權論)' 또는 '사론(私論)'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왜 이토록 언론을 험난한 여정에 가두려 하는가. 다시 복기해 보자. 지난 1월 정부의 '미디어산업 7대 법안'이 포장될 무렵 한나라당 홈페이지에는 '미디어산업법, 청년에게 일자리를! 국민에게 방송선택권을!'이란 슬로건 아래 '여론이 다양해진다', '경제 살리기 법안이다'고 강조한 홍보문구가 등장했다.


타임워너, 월트디즈니와 '지역언론 살리기'는 무슨 상관관계?

경제 살리기 법안이라고 강조한 이유 중에는 "세계 미디어기업 중 매출액 1위, 2위인 타임 워너와 월트 디즈니의 약 46조, 35조(미국, 2007년)에 비해 KBS(1조 3,000억원, 수신료 5,000억원 포함, 2007년)는 2.8~3.7%, MBC(7,700억원, 2007년)는 1.7~2.2%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건 그렇다 치자. '지역언론들을 살리는 법안'이라고까지 홍보했다. "지역언론은 신문과 민영방송이 다 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신방겸영하고 투자가능기업이 늘어나면 지역언론사가 살 수 있다"고 했다.

이게 말이나 될 법한 소리인가. 취약매체에 대한 공적지원 강화는 고사하고, 그나마 남아있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반토막내고, 지역방송의 광고판매를 지원하던 한국방송광고공사 체제를 해체하고, 시장논리에 근간한 민영미디어렙 도입을 강행하면서 지역언론을 살리는 법안이라는 게 도대체 맞는 말인가. "지역언론 살리기 법안이 아닌 '지역언론 말살법'에 다름 아니다"는 여론이 지역에서 고조되고 있는데도 '지역언론 살리기 법안'이라고 하니 소도 웃을 일이다.   

다른 조항은 차치해 두더라도 신문방송 겸영허용에 따른 재벌신문들의 방송시장 진입은 한정된 방송광고시장을 잠식하며 지역방송 등 군소매체의 몰락을 가져올 게 분명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지역신문도 예외는 아니다. 가뜩이나 서울의 과점 보수신문들이 지역신문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마당에 재원의 80~90%를 광고시장에서 조달하는 지역신문들은 더욱 피폐해질 위기에 처할 게 분명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재벌신문들 편에 서기로 작정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주장을 내놓았을 리가 만무하다. 한술 더떠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이구동성으로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해 온 '미디어산업법안'을 부추기고 있다. 그동안 지켜져 온 언론법이 민주주주를 발전시키지 못했고 여론의 다양성을 저해시켜온 원인으로 몰아세우기까지 한다. 다른 신문들과는 차별화된 의제설정이 참으로 놀랍다.

'루퍼트 머독' 앞세운 해괴한 논리... 그에게 사주라도 받았나?

a 미디어법 거부와 루퍼트 머독 <동아일보> 27일자 사설

미디어법 거부와 루퍼트 머독 <동아일보> 27일자 사설 ⓒ 동아일보


특히 <동아일보>는 이러한 논거를 뒷받침하기 위해 '루퍼트 머독'이란 자를 자주 거론한 점이 예사롭지 않다. <동아>는 27일 사설 '미디어법 거부는 일자리 창출 방해다'에서 이런 해괴한 논리를 폈다.

"기술 발달과 함께 미디어산업이 재편되는 미디어 빅뱅은 세계적 추세다. 프랑스는 경쟁을 통한 글로벌 미디어산업 육성을 위해 이달 초 방송법을 개정했다. 방송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없앤 것이다. 세계 50여 개국에서 미디어사업을 하는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대표는 '이제 신문업계, 방송업계 같은 칸막이는 없다. 중요한 것은 복합 미디어 전략이다'고 강조한다."

이에 앞선 지난 12일에도 <동아>는 사설 ''미디어 칸막이' 걷어내야 민주화 완성된다'에서 "영국에선 호주 출신의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대표가 권위지인 더 타임스와 위성방송 BSkyB를 소유하고 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이 운영하는 TV아사히는 1일 개국 50주년을 맞아 이동통신업체인 KDDI와 함께 '미디어복합체'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며 "한나라당이 마련한 미디어관계법은 1980년 신군부독재가 강제했던 지상파방송의 독점 칸막이를 허물어 디지털경제 시대에 맞는 미디어산업으로 육성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조선>과 <중아>도 연일 특집기사와 칼럼 등을 통해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들 신문들의 주된 논거는 선진국에선 미디어 소유구조를 자유롭게 하되 방송의 공적책임 및 여론의 독과점 등을 사후 규제로 해결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디지털미디어 기술을 가진 우리나라가 시대착오적 아날로그 시대의 법을 고집하는 좌파 수구세력에 발목 잡혀 있다고 거듭 주장한다.

이는 최근 프랑스와 영국을 순방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한 발언과 궤를 함께 한 것이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 위원장은 2월 18일 국회에서 현지 방송 실태를 왜곡되게 보고해 야당 의원의 질타를 받았다. 그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지난 2월 5일부터 10일까지 프랑스 방송규제기관인 시청각위원회, 영국 BBC 등의 방문 결과를 밝혔다. 그러나 이날 보고 내용 중 논란이 된 것은 프랑스의 방송법 통과 과정과 영국의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에 대한 평가였다. 

최 위원장은 "도착한 날이 2월6일인데 2월5일 프랑스에선 미디어 개편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며 "프랑스에서의 방송 신문 겸영 문제는 이미 흘러간 얘기이고 그 문제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영국에 대해선 "머독 같은 사람은 영국 사람이 아닌데도 (영국에서)신문 방송 겸영을 한다. (그런데) '문제점이 제기된 바가 없다'고 했다. 부러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머독이 언론을 상업적으로 만들고, 언론을 돈벌이로 보기 때문에 기자들을 해고하고 파업이 났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최 의원은 또 "(프랑스의 경우)공영방송 재원 문제라는 단 한 건의 문제로 1년을 토론했다"며 작년 12월 24일에 발의하고 2월에 통과시키자 한 우리와는 다름을 역설적으로 지적했다.

루퍼트 머독, 그가 누구인데...

a 루퍼트 머독, 그는 누구인가? <사시IN> 창간호가 다룬 루퍼트 머독에 관한 특집기사.

루퍼트 머독, 그는 누구인가? <사시IN> 창간호가 다룬 루퍼트 머독에 관한 특집기사. ⓒ 시사IN


루퍼트 머독. 그가 누구인가. 영국의 <더 선><더 타임스>, 미국의 <뉴욕 포스트> 등 전 세계 100여 개 신문을 비롯해 20세기 폭스사를 인수하고 이어 폭스 텔레비전을 출범시킨  루퍼트 머독은 이미 세계 52개국에 780여 개의 미디어를 거느리는 거인으로 군림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과 모기업인 다우존스를 인수함으로써 그의 미디어 왕국은 더욱 견실해졌고 영향력 또한 더욱 강력해졌다. 머독은 <월스트리트 저널>을 인수하면서 편집권의 독립과 뉴스 판단의 자율성을 약속했지만, 다른 매체를 인수할 때에도 비슷한 공약을 남발했던 전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대목이기도 하다.

심지어 머독이 다우존스 인수를 발표한 날, <뉴욕 데일리 뉴스>의 편집국 간부들은 <월스트리트 저널>이 그 모든 권위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기자들의 일자리는 도마 위에 오를 것이고, 사원들은 신뢰성을 의심받고 있는 <뉴욕 포스트>와 통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인수로 루퍼트 머독은 왕관에 언론의 보석을 달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자극적이며 선정적인 기사로 미디어 윤리를 저버린 언론 자본가라는 비난과 함께 공격적인 기업 인수 합병을 감행한 성공적인 사업가라는 상반된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는 루퍼트 머독이다.

그런 '미디어의 황제'를 앞세워 미디어 관련법을 부추기는 여당과 재벌신문들은 어떤 '미디어 황제'를 꿈꾸고 있는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세계 각국의 대형 미디어 그룹들은 거의 다 뉴스를 주력으로 하는 미디어가 아니라는 점을 새길 필요가 있다.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스포츠 같은 오락산업 위주다. 미국의 타임워너그룹은 매출의 70%가 영화와 드라마, 스포츠 등 오락에서 나오고 뉴스 채널인 CNN이 차지하는 비중은 5%도 안 된다.

새삼 2007년 9월 <시사IN> 창간호가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창간호는 신정아씨 인터뷰로 세상에 많이 알려졌지만, 정작 표지를 차지한 인물은 루퍼트 머독이었다. <시사IN>은 해당 기사에서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의 월스트리트 저널 인수는 자본이 어떻게 언론을 장악하는지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창간호 '머독의 돈 언론엔 독?'이란 제목의 기사는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의 <월스트리트 저널> 인수는 자본이 어떻게 언론을 장악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선데이 타임스>는 '한때' 탐사 기사로 명성이 자자한 신문이었다. 머독이 1981년 이 신문을 인수했을 때 <선데이 타임스>는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신문 중 하나였다. 그러나 머독이 인수한 이후 편집장이 바뀌더니 1면 기사가 왕실 뒷이야기, 거품 스타들, 복권, 여행지 소개, 불확실한 사실 등으로 채워졌다. 위대한 저널리즘의 전통은 선정주의로 바뀌었다.

MBC "미국, 복합미디어그룹 생겨난 뒤 7천2백명 일자리 잃어"

그에게 사주라도 받은 것일까. 세계 언론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루퍼트 머독을 지금 한국의 보수층은 미화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지난 1일 MBC는 "오히려 주요 선진국들은 뉴스 매체간의 결합을 여론 독점 우려 때문에 규제하고 있고, 실제로 미국은 한 지역 내에서 신문사와 방송사를 동시에 소유하지 못하도록 했다"며 "우리나라 3대 일간지이자 논조가 비슷한 조선, 중앙, 동아일보 세 신문은 발행 부수 공개를 거부하고 있지만 매출액 기준으로 시장의 60%를 차지한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신문이 방송에 진출하면 여론이 다양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지적한 내용은 이목을 끌었다. 이날 MBC는 방송법 개정안이 경제살리기·일자리 창출법이라는 한나라당 주장에 대해 "2000년 이후 우리나라 방송시장이 두 배로 커졌어도, 일자리는 6백 명 늘었을 뿐"이라며 "미국에서는 지난 96년 복합미디어그룹이 생겨난 뒤, 오히려 TV와 라디오 종사자 7천2백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이 방송법 개정안 등 이른바 '언론악법'(미디어관계법)의 '날치기' 직권상정을 한 이후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재개했지만 왜 언론노조가 법안 상정에 반대하고 있는지, 미디어법안엔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분석한 리포트를 볼 수 없는 다른 방송과는 대별되는 대목이다.

'루퍼트 머독'과 '매체 식민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권하는 2권의 책

a 루퍼트 머독 성공에 감춰진 비밀  ‘루퍼트 머독 성공에 감춰진 10가지 비밀’(스튜어트 크레이너 지음/ 오세영 옮김)

루퍼트 머독 성공에 감춰진 비밀 ‘루퍼트 머독 성공에 감춰진 10가지 비밀’(스튜어트 크레이너 지음/ 오세영 옮김) ⓒ 영언문화사

여기서 루퍼트 머독을 미화하며 언론악법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국내 언론과 정치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 우선 <루퍼트 머독 성공에 감춰진 10가지 비밀>(스튜어트 크레이너 지음/ 오세영 옮김, 영언문화사 펴냄)이란 책이 그 중 한 권이다.

이 책의 서두에서 지은이는 "루퍼트 머독의 비즈니스 비결, 즉 미디어 황제의 경영철학과 성공철학을 이해하기 쉽게 서술한다. 무모하고 비도덕적이며 민주주의에 위배되는 인물로 치부되는 루퍼트 머독, 그에게는 19세기의 악덕 자본가에 비유한 '비열한 인간'이라는 비난과 함께 '뛰어난 인재'라는 찬사가 늘 따라다닌다"고 했다. 루퍼트 머독의 성공 비결을 이 책은 이렇게 압축했다.

첫째, 흐름을 타라. 이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 그 면에서 머독은 이 시대 최고의 카멜레온이라는 것이다. 둘째, 나쁜 놈이 되어라. 냉정하기만 한 머독에게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 승부를 걸어라. 머독은 위험을 먹고사는 도박사이기 때문에 판이 클수록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넷째, 항상 선두에 서라. 다섯째, 사업의 전체를 파악하라.이는 머독이 사업 전체를 꿰뚫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간부들은 언제 전화벨이 울릴지 모르기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머독과 함께 일하려거든 갖추어야 할 조건들이다. 그러면서 이 책은 머독을 '마케팅의 귀재', '속도전의 강자'로 비유했다. 다른 사람이 수년 걸려야 할 것을, 머독은 단 시간에 전화 한 통화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루퍼트 머독과 글로벌 미디어를 내세워 미디어 관련법과 일자리 창출의 상관관계를 강조하고 있는 이들에게 또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 바로 전북대 신방과 김승수 교수가 10년 전에 쓴 <매체경제분석>(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이다.

매체에 대한 경제적 연구의 특성과 그에 관련된 이론을 논하고, 매체산업 연구의 흐름과 그 이론적 성과를 분석한 책이다. 김 교수는 매체경제학이나 정치경제학은 서구적인 특성을 가진 이론이라고 결론짓고 한국식 매체분석의 대안으로 '언론경제학'을 제기했다.

이 책에서 제기한 언론경제론은 기존의 이론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 주력하였다. 언론경제론은 해석에 치우친 기존의 연구 방법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측정/해석을 동시에 수행한다. 언론경제론은 커뮤니케이션 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며, 비판하고 끝으로는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미디어 빅뱅, 회사에 유익할 수 있겠지만 공익에 반하는 것"

a 매체경제분석 매체경제분석(김승수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매체경제분석 매체경제분석(김승수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 커뮤니케이션북스

그는 이 책에서 영국의 미디어 정치경제학자인 피터 골딩의 말을 인용해 거대한 자본간의 융합으로 커다란 변화를 수반하고 있는 매체시장을 이렇게 비판했다.

첫째, 매체사업체의 거대화, 시장 지배적 매체는 국민에게 선택의 폭을 좁히고 오히려 경쟁을 제한한다. 둘째, 매체복합체는 계열 매체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목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상업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수용자의 눈과 귀를 막는다.

셋째, 시민 매체나 인터넷 등 매체 규모는 작지만 사회적으로 가치를 전파하는 매체는 거대한 글로벌 매체에 의해 시장에서 배척된다. 넷째, 거대 매체사업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뉴스제작에 마음대로 개입하고 통제한다.

다섯째, 저널리즘 기능보다 범죄, 오락, 명사들을 소재로 한 오락프로그램이 만연하여 정보시장을 지배한다. 여섯째, 시장 주도적인 매체가 국가의 정책을 좌우한다. 일곱째, 타임워너, 디즈니 등 미국의 글로벌 매체가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국내 매체는 이들이 공급하는 콘텐츠에 의존함으로써 매체 식민화가 더욱 심화된다.

참으로 놀라운 예견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승수 교수는 지금도 이러한 주장에 변함이 없는 듯하다. 지난 1월 21일 오전 10시 국회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재벌과 신문의 방송보도영역 소유를 반대한다' 토론회에서 한나라당이 내놓은 미디어 관련법과 이에 관한 주장에 상충되는 점이 있다고 이렇게 주장했다.

"신문과 방송을 교차소유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고용창출이 예상된다고 하고 있다. 모순이고 논리적 허점이다. 시너지 효과는 효율성인데, 효율을 꾀하다 보면 고용창출을 예상하기 어렵다. 그리고 미디어의 시너지 효과는 회사에 유익할 수는 있겠지만 공익에는 반하는 것이다. 미국 보수적 공공연구소인 AEI에서는 이미 '미디어 교차소유는 안티-퍼블릭'이란 발표를 한 적도 있다."

'언론'을 '금론, '권론', '사론''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라! 

그는 "미디어 빅뱅이 실행된다면 미디어가 바른 말을 한다는 뜻에서 언론(言論)이라고 불러왔던 관행을 바꿔 금론(金論)이나 권론(權論) 또는 사론(私論)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며 " 경제 논리와도 대립하고, 민주주의를 위축시키는 빅뱅으로 인해 미디어시장의 낭비와 혼란이 증폭되고, 가뜩이나 나쁜 경제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처럼 1990년대 재벌들이 영화, 비디오, 음반, 케이블티비 사업에 손을 댔다가 빈털터리가 돼서 퇴출됐고, 이런 것들이 재정을 악화시켜 급기야는 우리나라를 경제 위기에 몰아넣었던 역사가 생각난다. 이런 악몽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미디어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일자리가 2만개 이상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2007년 말 현재 한국의 방송 산업 종사자 수는 2만8913명으로, 2003년 이후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방송산업 종사자 가운데 48.1%를 고용한 지상파방송의 재원은 상업광고인데, 방송광고 역시 2003년 이후 매년 약 1000억 원씩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115억 원이나 줄었다. 수신료를 받는 KBS를 제외한 다른 방송사의 매출은 방송광고가 절대적인데, 광고 매출은 재벌이나 조선 중앙 동아가 새로 진입해 매체 수가 늘어난다고 같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감소하거나 정체된 방송광고시장에서 사업자의 증가는 방송 뿐 아니라 신문사의 매출도 감소시켜 구조조정을 수반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또 재벌신문과 여당은 겸영을 허용할 경우 여론다양성과 선택권이 많아진다고 주장한다. 특히 재벌신문들은 사후규제로 편향보도나 여론 독과점을 견제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사후규제는 방송내용의 진실이나 선정성, 왜곡보도 등에 대한 심의와 재허가 등에 국한된다. 가뜩이나 우리나라는 3개 보수신문이 전체 신문시장의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어 여론 독과점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독과점이 방송에 그대로 전이된다면 이는 끔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도 여론 다양성을 외치는 독과점 세력들은 루퍼트 머독을 앞세워 꼼수를 두려 하고 있다. 차라리 '언론'을 '금론'으로 바꾸자고 대놓고 제안하는 게 낳지 않을까.  
#루퍼트 머독 #매체식민화 #언론법안 #사회적 논의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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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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