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슈켄트 도착대로가 펼쳐진다.
김준희
나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은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이다. 망기트의 루스탐, 구르렌의 안바르, 이 친구들은 술 좀 줄여야 할텐데. 칼리지 개학식에서 학생들 앞에서 춤을 추게 만들었던 교장과 영어교사 후산도 떠오른다.
키질쿰 사막을 통과하는 동안 만났던 사람들도 생각난다. 나에게서 태극기를 가져가고 나중에는 염소고기를 사주었던 사막의 운전사 일홈, 현대판 오아시스인 식당에서 잠자리를 제공해준 사람들, "꼭 성공하길 바랄게!"라며 응원해 주었던 네덜란드 여행자들.
한국에서 일하고 돌아와 성공한 밥켄트의 알리, "형님 나랑 같이 한국에 가요!"라고 부탁하던 이쉬티한의 또다른 알리, 도로에서 벌꿀을 팔며 생활하던 자스루벡, 맛있는 볶음밥을 만들어준 사이둘라 할아버지.
이들의 친절과 웃음이 있었기에 나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기억에 남을 수많은 순간들도 있다. 사막에서 걷다가 지친 끝에 혼자 야영하던 그 밤, 잘곳을 찾아서 두리번거리던 뜨거운 오후, 1박 2일 동안 보드카를 마시고 녹초가 되었던 그 날, 촉촉한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컨테이너 안에서 대화하던 저녁시간.
아마 이 순간들을 내가 살아가면서 평생동안 기억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기억들은 나의 내면 어딘가에 깊숙히 자리잡고서 종종 고개를 내밀 것이다. '여행'이라는 단어를 무작정 그리워할 때,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지도를 뒤적이다가 문득 우즈베키스탄의 영토가 눈에 들어올 때, 나는 아마 우즈베키스탄의 사막과 목화밭, 첨탑, 푸른 돔을 그리워하게 될 거다.
차량과 현지인들로 복잡한 타슈켄트 시내, 나는 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아 걸었다. 그리고 정각 12시, SKY114 사무실에 도착했다. 성수기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바쁜 사무실, 조상식 사장님은 나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선다.
"고생 많았지?""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나는 악수를 하면서 고개 숙여 인사했다. SKY114 사무실은 출발전과 비교해서 별로 바뀐 것이 없다. 직원들은 여전히 바쁘고 하루종일 방문객들이 오간다. 나는 바깥쪽의 소파에 앉아서 오랜만에 인스턴트 커피를 한잔 마시고 이곳 교민들 사이에서 발행하는 교민일보를 펼쳐들었다. 한국의 소식이 궁금했기에.
또다른 여행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