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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편히 머리 눕힐 잠자리는 중요하죠. 값싸고 깨끗하며 조용한 곳을 찾고 싶은데 이는 만만치 않습니다. 제 경우 식당에서 추천하는 곳을 주로 찾아다닙니다.
하지만 이번 백제 도읍지 부여 여행에서는 다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저녁 전, 짐을 풀려고 외형이 괜찮은 곳을 먼저 둘러본 거죠. 그랬더니 시끄럽고 시설도 별로더군요.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나와 다시 식당을 찾아 괜찮은 여관 추천을 받아야 했지요.
문제는 여관이나 모텔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발생합니다. 여관에서 잘 때 마주하는 세 가지 문제 중 하나와 마주쳐 기분이 언짢지요. 모텔 입구, 아시겠지만 차량이 보이지 않도록 발을 쳐놓았거든요. 이곳을 거쳐 들어가는 게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지요. 죄 지은 사람 같거든요.
그리고 곧바로 두 번째 문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방을 잡으러 들어가는 순간부터 민망한 기분이 듭니다. 쭈뼛쭈뼛 개운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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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부여 여행에서 들었던 모텔 침대. ⓒ 임현철
아내와 함께 찾은 여관, 우린 '불륜' 아닌데...
아니나 다를까, 여관 직원이 묻습니다.
"쉬었다 가실 거예요, 자고 가실 거예요?"
한번은 아내와 방 잡으려다 의혹의 눈초리로 전신을 훑는 주인 양반 땜에 기분이 상했지요. 이에 대해 여관을 운영하는 지인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손님이 '방 있어요'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세요?"
"쉬었다 갈 거예요, 주무시고 갈 거예요 라고 묻지? 그건 왜?"
"그렇게 물으면 민망해서요. 불륜도 아닌데 꼭 너희 불륜이지 하고 말하는 것 같잖아요. 안 그래요?"
"우리도 할 수 없어. 방 값이 다르거든. 그렇다고 쉬었다 가는 손님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많거든. 경기가 어려워도 이런 돈은 안 아껴. 재밌지?"
"다른 좋은 방법이 있을 텐데…."
"우리도 그게 고민이야. 대신, 전에는 창구를 넓게 했는데, 요즘에는 얼굴 안 보려고 창구를 좁게 만들잖아."
그러니까, 이럴 땐 아이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들어가야 하는데 번번이 혼자 들어가니 탈입니다. 건망증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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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관 모텔 등에서 대하는 성인영화, 가족 여행에선 민망합니다. ⓒ 임현철
민망한 '성인 영화', 채널을 어떻게 돌려야 할지...
이번, 부여 여행에서 한 가지 흠이 있었습니다. 다 좋은데 욕실에 욕조가 없었습니다. 욕조를 선호하는 아이들을 설득해야 했지요. 그리고 짐을 풀고 씻고 난 후, 자리를 잡았지요.
여관에서 잘 때 마지막 문제는 여깁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건 너무 민망합니다. '성인 영화'. 채널을 어떻게 돌려야 할지 망설여집니다. 될 수 있는 한 TV를 켜지 않는 게 제일이지요.
그러나 TV를 켜게 되면 채널을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망한 장면이 덜커덩 나오는 날엔 "왜 저런 게 나온대?" 하고 얼버무리지만 화끈한 게 쉬 가시지는 않습니다.
이런 문제, 어떻게 해야 하죠. 이런 문제, 없는 곳 어디 없나요?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거뉴스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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