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69)

― ‘주민 1만2천 명의 농업도시’, ‘몇 명의 아이들’, ‘한 명의 어린아이’ 다듬기

등록 2009.03.07 17:47수정 2009.03.0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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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주민 1만2천 명의 농업도시

 

.. 우리 집 거실에서 내과의사 오티스 스미스는 주민 1만2천 명의 농업도시인 조지아 주 포트밸리에서 최근 떠나온 일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다 ..  《하워드 진/유강은 옮김-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이후,2002) 37쪽

 

 오늘날 우리네 살림집은 거의 서양집처럼 꾸밉니다. '마루'는 없어도 '거실(居室)'은 있어요. '부엌'은 없고 '주방(廚房)'은 있습니다.

 

 '최근(最近)'은 '요사이'로 고칩니다. "떠나온 일에 관(關)해 이야기해"는 "떠나온 일을 이야기해"로 다듬습니다.

 

 ┌ 주민 1만2천 명의 농업도시

 │

 │→ 주민이 1만2천 명인 농업도시

 │→ 1만2천 사람이 사는 농업도시

 └ …

 

 '주민(住民)'은 "사는 사람"을 뜻합니다. 그러니 "몇 사람이 사는(살아가는) 농업도시"처럼 풀어쓰면 돼요. '주민'이라는 말을 살리고 싶다면 "주민이 (얼마쯤 되는) 농업도시"라 하면 되고요. "사는 사람 몇 명"이라 하기보다는 "사는 사람 몇"이라 하든지, "몇 사람이 산다"라고 풀면 한결 낫습니다.

 

 

ㄴ. 몇 명의 아이들

 

.. 몇 명의 아이들이 야트막한 담 위에 나란히 앉아 뭔가를 돌로 두드리는 모습이었다 ..  《편해문-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소나무,2007) 80쪽

 

 "한 잔의 차" 같은 말씨를 털어내지 못하면, 가지를 치고 새끼를 치면서 "한 가지의 일"이나 "한 대의 차"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한 명의 사람"으로도.

 

 ┌ 몇 명의 아이들이

 │

 │→ 아이들 몇몇이

 │→ 몇몇 아이들이

 │→ 몇 아이들이

 └ …

 

 아이들 몇몇이 놀고 있습니다. 아이들 몇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몇몇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몇 아이들이 눈에 뜨입니다.

 

 아이들이 몇이나 있는가 숫자를 세어 보려고 했다면, "아이들 몇 명"이라고 세어 줍니다. "몇 명이 되는 아이들"이라고 세어 보아도 됩니다. 한자말 '名'을 굳이 쓸 까닭이 없다고 느끼는 가슴이라면, "몇 아이들"이라고 세거나 "아이들 몇"이라고 세어 줍니다.

 

 

ㄷ. 한 명의 어린아이를

 

.. 한 여성은 한 명의 어린아이를 낳기 위하여 진통한 후 한 어린아이를 기릅니다 ..  《칼릴 지브란/김한 옮김-그대 타오르는 불꽃이여》(고려원,1987) 167쪽

 

"낳기 위(爲)하여"는 "낳으려고"나 "낳기까지"로 손봅니다. "진통(陣痛)한 후(後)"는 "배가 아파야 하고"나 "배가 아픈 다음"으로 다듬어 봅니다.

 

 ┌ 한 명의 어린아이를 낳기 위하여 (x)

 └ 한 어린아이를 기릅니다 (o)

 

 보기글을 가만히 보면, 첫머리를 "한 여성"이라고 적습니다. "한 명의 여성"으로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어서 "한 어린아이"가 아니라 "한 명의 어린아이"로 적습니다. 그런데 끝머리에는 또 "한 어린아이"가 나옵니다.

 

 오락가락하면서 '명 + 의'를 넣기도 하다가 안 넣기도 하는 말투입니다. 알맞게 잘 쓰다가도 얄궂게 틀리고, 그러다가 다시 알맞게 잘 쓰는 말투입니다.

 

 아무래도 우리 말투를 찬찬히 헤아리지 못했기에 이런 말투가 나오는구나 싶고, 우리 말씨를 좀더 돌아보지 않았기에 이런 말씨를 함부로 쓰는구나 싶습니다.

 

 말짜임을 통째로 손질해서 "어머니 한 사람은 배가 아픈 끝에 아이 하나를 낳아서 기릅니다"쯤으로 고쳐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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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7 17:47ⓒ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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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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