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쿠리 딸기면 "봄기운이 불쑥!"

[봄맛나들이 ①] 새콤달콤한 딸기

등록 2009.03.10 09:17수정 2009.03.1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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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육질이 도톰한 딸기 '육보' 육보는 일본에 비싼 로열티를 주고 재배하고 있다. 딸기는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로 칼로리가 적어 다이어트 식품으로 제격이다.

육질이 도톰한 딸기 '육보' 육보는 일본에 비싼 로열티를 주고 재배하고 있다. 딸기는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로 칼로리가 적어 다이어트 식품으로 제격이다. ⓒ 박종국

▲ 육질이 도톰한 딸기 '육보' 육보는 일본에 비싼 로열티를 주고 재배하고 있다. 딸기는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로 칼로리가 적어 다이어트 식품으로 제격이다. ⓒ 박종국

 

평소 나는 옷차림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먹을거리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렇다고 해서 식도락이나 맛객은 아니다. 먹성이 좋아 무엇이든 즐기는 편이다. 특히 봄철에는 없던 입맛도 되살아난다. 빼곡 돋아나는 여린 새싹들로 나물을 무치면 대접 한 그릇도 뚝딱.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담기는 양이 부족할 판이다.

 

대체 아무리 바빠도 먹질 않고 배겨낼 재간이 없다. 그래서 봄날에는 주먹쌈(자작하게 끓인 된장에다 여린 상추를 한 옴큼씩 싸는 쌈)이 제격이다. 포만감에 춘곤증에 겨워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하물며 거기다가 봄멸치 조림을 곁들이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봄철 식단에는 나물이 빠지지 않지만, 봄의 체취가 향긋한 상추쌈을 젖혀놓을 순 없는 일이다. 봄나물과 맞설 수 있는 게 상추쌈이다.

 

a 햇상추 봄날 입맛을 돋우는 상추.

햇상추 봄날 입맛을 돋우는 상추. ⓒ 박종국

▲ 햇상추 봄날 입맛을 돋우는 상추. ⓒ 박종국

a 상추 주먹삼 봄날 만나는 여린 상추는 주먹쌈이 제격이다.

상추 주먹삼 봄날 만나는 여린 상추는 주먹쌈이 제격이다. ⓒ 박종국

▲ 상추 주먹삼 봄날 만나는 여린 상추는 주먹쌈이 제격이다. ⓒ 박종국

 

봄이 되면

우리 집은 바빠요.

봄나물과 생김치를 만들고

생된장에 상추쌈을 싼다고 그래요.

후식으로 봄딸기도 먹어요,

날씨가 더운 여름철에는

시원한 냉면을 자주 먹지만

뜨거운 삼계탕도 먹어요.

수박참외도 먹지요.

또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는

송편도 먹고 밤도 먹고

감도 먹고 사과도 먹고

배도 먹고 대추도 먹어요.

그런데 겨울에는 뭘 먹을까요?

김장김치에 군고구마를 싸서 먹지요.

- 신미화(부곡초, 3학년), '봄나물' 전부

 

논술교실 아이 글이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 눈에 비친 풍성한 사계절 우리 먹을거리다. 하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쌈과 딸기에 집중한다. 이즈음의 계절에 가장 맛깔을 더하기 때문이다. 물론 국적불명의 서양음식들이 들어와 식탁을 어지럽히고 있지만, 그래도 새로 돋는 나물을 캐 먹으며 봄을 맞이하는 풍속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진달래꽃전이나 쑥떡, 두견주의 운치는 그 무엇에 비하랴.

 

봄나물에 버금가는 상추 주먹쌈

 

또한 여름철 시식으로 단옷날의 수리취떡, 유월 유두날 수단과 밀쌈, 삼복에는 삼계탕, 육개장을 만나는 일은 여간 즐거운 게 아니다. 아무리 가마솥 불볕더위라 해도 팥죽 같은 땀을 쏟으면서도 연방 삼계탕을 찾는다. 이열치열하며 더위를 떨쳐내는 습속을 가진 민족이 또 있을까. 

 

그뿐이랴. 오곡백화가 풍성한 가을철에는 햅쌀로 빚은 송편을 만나고, 중양절(9월 9일)에는 국화전과 화채를 응접한다. 과일도 넘쳐나는 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참한 먹을거리는 모든 꽃나무들이 긴긴 겨울잠에 드는 겨울철이 별미다. 봄철에 나물이 대명사라면 겨울철에는 따뜻한 전골과 신선로가 으뜸이다. 하지만 살얼음이 동동 뜨는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는 메밀국수와 냉면을 빼놓을 수 없다. 수정과도 여러 가지 강정들과 수줍은 듯 후식으로 따라 나온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팥을 먹어야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면 동짓날의 팥죽은 또 어떻게 이름값을 매겨야 할까.

 

a 육보 딸기 육보는 육질이 좋아 새콤달콤하며 향 또한 진하다.

육보 딸기 육보는 육질이 좋아 새콤달콤하며 향 또한 진하다. ⓒ 박종국

▲ 육보 딸기 육보는 육질이 좋아 새콤달콤하며 향 또한 진하다. ⓒ 박종국

a 장희 딸기 장희는 육보에 비해 길쭉길쭉하지만 그 맛이 육보에 버금간다.

장희 딸기 장희는 육보에 비해 길쭉길쭉하지만 그 맛이 육보에 버금간다. ⓒ 박종국

▲ 장희 딸기 장희는 육보에 비해 길쭉길쭉하지만 그 맛이 육보에 버금간다. ⓒ 박종국

 

이렇듯 계절별로 다 다른 시식이 있지만 봄철에는 상추쌈 다음으로 비타민 C가 풍부한 딸기(딸기는 설탕에 찍어먹으면 비타민 C가 다 소모된다!)를 제쳐둘 수가 없다. 딸기는 여타 음식이나 과일에 비해 칼로리가 적은 편이다. 우유 200ml 120kcal이고, 설탕 작은 숟가락 2스푼 약 25kcal인 데 비해 딸기 10개 약 50kcal 정도다(밥 한 공기는 약 300 kcal 정도다). 그래서 딸기는 몸에 필요한 비타민을 충분히 공급하면서도 저절로 다이어트가 된다. 이쯤이면 봄철 딸기가 금방 바닥이 나지 않을까.

 

사계절 입맛 돋우는 우리 먹을거리

 

딸기를 무척 좋아해서 자주 사는 편이다. 그런데 그 종류는 여러 가지다. 현재 많이 재배되고 있는 딸기의 주요 품종으로는 촉성의 경우 여봉, 여홍, 정보, 장희이고, 반촉성의 경우 보교와 수홍 품종이지만, 새로운 품종이 계속 도입되고 있다.

 

"딸기는 주로 어느 계절에 출하되며, 어떤 종류가 있나요?"

 

"요즘 세상 어느 과일이 계절을 가려나옵니까? 계절이 없어요. 딸기의 경우 11월 말부터 출하를 시작해서 이듬해 5월까지 나와요. 크게 장희와 육보를 들 수 있는데, 그중 육보는 일본에 비싼 로열티를 주고 재배하고 있지요. 전체적으로 도톰한 게 '육보'고, 길쭉길쭉한 게 '장희'입니다. 오늘 제가 내다팔고 있는 딸기는 고령에서 비닐하우스로 재배한 것들로 그 맛이 새콤달콤해서 설탕에 버금갑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보니까 전국적으로 딸기축제가 많던데, 어느 곳인가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딸기 재배지로는 고령을 위시해서 청도, 합천, 거창, 진주, 하동, 고성, 밀양, 논산, 완주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딸기를 재배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 요즘은 논산, 완주, 거창, 청도에는 딸기 축제가 열리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 곳에 가면 당도가 높고 육질이 좋은 고품질의 딸기를 맛볼 수 있습니다. 딸기는 맛뿐만 아니라 향도 진해서 딸기를 재배하는 하우스 안을 들어서자마자 상큼한 향기가 콧속을 자극합니다."

 

"딸기를 보니까 비슷비슷한데 맛은 다 다르네요. 매상은 어떤가요?"

 

"네, 오늘은 두 종류만 팔고 있어요. 육보는 두 근에 8천원, 장희는 7천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하루 매상은 흡족한 편입니다. 다른 과일들에 비해 가격도 부담 없고, 누구나 좋아하는 과일이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퇴근 무렵이면 주부들뿐만 아니라 아저씨들도 곧잘 사 갑니다."

 

a 딸기 좌판 이석재 씨가 길거리에 펼치고 있는 차량 좌판

딸기 좌판 이석재 씨가 길거리에 펼치고 있는 차량 좌판 ⓒ 박종국

▲ 딸기 좌판 이석재 씨가 길거리에 펼치고 있는 차량 좌판 ⓒ 박종국

 

길거리 죄판을 펼치고 있는 이석재(47·대구 달서구 본리동)씨의 응답이다. 이씨는 주로 차량으로 과일행상을 하고 있는데, 요즘 같은 계절에는 딸기로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매기가 좋기 때문. 선참에 몇 개 집어먹어 봤더니 말 그대로 새콤달콤한 딸기 맛이 진한 설탕에 버금간다. 입맛이 게름직하고 봄을 타기 쉬운 계절, 비타민의 보고인 먹거리, 나른한 일상을 떨치기에 딸기만한 게 또 있을까 싶다.

#딸기 #육보 #장희 #딸기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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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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