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선생님들', 아이들 곁으로 돌아갈까?

일제고사 해직교사 소청심사위원회 16일 열려

등록 2009.03.15 17:48수정 2009.03.1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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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에서 시작된 일제고사 성적 조작이 온나라를 충격에 빠뜨렸던 지난 2월. 그래도 공정택 교육감을 비롯한 14개 시도 교육감들은 3월 31일 또 다른 일제고사를 강행하겠다고 한다. 교과부가 시도 교육청 자율로 일제고사 실시를 위임했음에도 전북도 교육감만이 표집학교에서 일제고사를 치르고 나머지는 학교 자율에 맡긴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월 일제고사로 해직된 7명의 교사들이 다시 아이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심사할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오는 16일 열린다. 송용운, 윤여강, 정상용, 설은주, 박수영, 김윤주, 최혜원 7명의 '거리의 교사들'은 소청심사를 앞두고 93일간의 서울시교육청 앞 철야 노숙 농성을 해왔다. 무려 7차례나 서울시교육청의 민원(?)에 따른 종로구청의 농성장 침탈에도 굴하지 않고, 지난 2월부터는 청소년들까지 농성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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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일간의 교육청 농성을 꿋꿋히 견딘 정상용 교사가 소청을 앞둔 감회를 말하고 있다. ⓒ 조진희

93일간의 교육청 농성을 꿋꿋히 견딘 정상용 교사가 소청을 앞둔 감회를 말하고 있다. ⓒ 조진희

 

일제고사 부당함 알리려고 5일간 걷기 행사

 

이들 7명의 교사들은 12월 24일 파면 해임에 항의하며 교원소청심사를 제기했는데, 파면 해임된 지 90일이 꽉찬 3월 16일이 되어서야 재심사를 받게 된 것이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소청을 일주일 앞둔 지난 3월 9일부터 13일까지 해직교사들이 소속한 학교들을 걸으며 해직의 부당함을 알리는 걷기 행사를 벌였다. 3월 9일 월요일에는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거리행진 선포식을 열고 해직교사 즉각 복직과 일제고사 중단을 촉구했다.

 

첫날 걷기 행사는 설은주 교사가 해임된 유현초를 시작으로 김윤주 교사가 해임된 청운초를 지나 일제고사 중단 단식투쟁 중인 전교조 정진후 위원장의 농성장에서 마무리됐다. 10일 둘째날은 12월 23일 중 1, 2학년 일제고사 때 체험학습을 안내했다는 이유로 사립학교에서 두번째로 해직 위기에 처한 황철훈 교사가 근무하는 염광중학교 일대를 행진했다.

 

셋째날은 3명의 해직교사가 나온 강동지역을 걸었는데 박수영 교사의 거원초, 최혜원 교사의 길동초, 송용운 교사의 선사초 등을 방문했다. 넷째날은 파면 처분을 받은 윤여강 광양중 교사의 학교에서 시작하여 건대 입구까지 행진하며 일제고사의 부당함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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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12명의 교사가 해직된 일제고사의 미친 바람은 3월 31일에도 멈추지 않을 듯하다. ⓒ 조진희

전국에서 12명의 교사가 해직된 일제고사의 미친 바람은 3월 31일에도 멈추지 않을 듯하다. ⓒ 조진희
마지막날(13일)은 두 개의 코스에서 걷기 행사가 진행됐다. 사립학교에서 처음으로 해직된 김영승 교사의 세화여중에서 태광산업까지가 한 코스고, 정상용 교사의 구산초에서 서울시교육청 앞까지 다른 코스였다. 5일간의 걷기를 마무리하는 집회는 바로 재심사가 열리는 삼청동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앞에서 열렸다.
 
3월 꽃샘추위로 장갑과 목도리가 없으면 앉아있기 힘든 날씨였지만 근무를 마친 서울 지역의 교사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집회 마무리 퍼포먼스로 해직교사의 복직 염원을 담은 노란 풍선을 날려보내려 했지만 청와대로 풍선이 날아들었을 때 종로서가 문책을 받는다 하여 그냥 들고 흔들기만 하기로 했다"는 말로 집회는 시작됐다. 전교조 변성호 서울지부장은 대회사에서 "또 한 명의 제자가 시험 때문에 목을 매 자살했다"면서 "교사들을 내쫓고 아이들을 죽이는 일제고사 경쟁교육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아이들 죽이고 교사들 내쫓는 일제고사 경쟁교육"

 

일제고사는 비단 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처음 발언한 평등교육학부모회 김태정 학부모는 "MB 정권 들어 사교육비가 24%나 늘어났다"면서 "학부모가 나서서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교사들을 거리로 내모는 일제고사를 중단시키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이명박 정부 들어 평범한 교사들이 줄줄이 해고되고 있다고 말한 사회자는, 최근 사학재단의 민주화를 위해 애쓴 양천고 김형태 교사를 소개했다. 김형태 교사는 "재단 전입금 1%도 안 넣는 양천고가 자율형 사립고 신청서를 냈다"면서 "이명박과 공정택을 등에 엎고 비민주와 비리가 판치는 80년대 아니 일제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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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재단의 비리를 위해 싸운 양천고 김형태 교사가 발언하고 있다. ⓒ 조진희

사학재단의 비리를 위해 싸운 양천고 김형태 교사가 발언하고 있다. ⓒ 조진희

'때는 이 때다' 쾌재를 부르는 듯한 사학재단의 미친 해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12월 23일 일제고사 체험학습을 안내한 교사들 가운데 최초로 해직 위기에 처한 염광중 황철훈 교사는 이날 작사가가 꿈이라는 제자가 써준 편지를 읽어내려가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이번 징계는 민주적인 인사위 투쟁을 1년 넘게 해온 황 교사에 대한 보복성 징계의 의미도 있다며, 황 교사는 "끝까지 투쟁해서 징계를 막고 이 아이의 졸업식에 참가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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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재단들의 전교조 교사 해고의 바람은 염광중 황철훈 교사까지 거리로 내몰려 하고 있다. ⓒ 조진희

사학재단들의 전교조 교사 해고의 바람은 염광중 황철훈 교사까지 거리로 내몰려 하고 있다. ⓒ 조진희

 

꼭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겠다

 

날은 어둑해지고 찬바람이 더 거세지는 가운데 정상용 해직교사가 마지막 발언을 하기 위해 나섰다. 눈과 비, 한겨울 살을 에는 듯한 바람 그리고 7차례의 농성장 침탈을 딛고 93일간의 노숙 철야 농성을 진행해온 결연한 모습이 노란 점퍼 속에 숨겨져 있었다.

 

"7명 가운데 3명은 파면이고 4명은 해임인데 왜 그런지 이유를 오늘 처음 알았다. 나는 2005년 학생정보인권 보장을 이유로 연가투쟁하여 견책은 파면이고, 송용운 윤여강 선생님은 전교조 결성 관련 민주화운동 유공자라서 파면이라더라. 민주화운동 유공자라면 오히려 징계를 감경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동안 나이 때문이다, 얼굴 생긴 것 때문이다 따위 온갖 추측을 무색케 하는 정말 어이없는 파면 이유에 교사들은 한숨 섞인 웃음을 지었다. "일제고사의 원조 미국에서도 일제고사의 선택권과 성적 공개의 동의를 학부모로부터 꼭 받고 있다"면서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는 일제고사의 선택권을 보장한 우리들에 대한 징계는 철회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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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위로 가는 오르막길 난간에 걸린 해직교사들의 캐리커처가 모짐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고 걸려 있다. ⓒ 조진희

소청위로 가는 오르막길 난간에 걸린 해직교사들의 캐리커처가 모짐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고 걸려 있다. ⓒ 조진희

 

7명 거리의 교사들은 학교로 돌아갈 것인가?
 
3월 15일 일요일 밤 MBC 스페셜은 '거리의 선생님들'이라는 제목으로 일제고사 파면 해임 교사들의 93일간의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방영한다. 해직교사들은 만약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다시 투쟁을 시작하겠다면서 17일 소청 결과에 따른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다. 17일 기자회견이 복직 축하의 장이 될 것인가 아니면 또 다시 투쟁의 알리는 마당이 될 것인가? 교육계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삼청동 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일제고사 관련 7명의 해직교사 소청위원회 징계 취소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16일 오후 2시 서울 삼청동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조진희 기자는 서울지역 교사입니다.

2009.03.15 17:48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조진희 기자는 서울지역 교사입니다.
#일제고사 #해직교사 #소청 #3월 31일 일제고사 #파면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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