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77) 실제적

'실제적 효용가치', '흥미롭고도 실제적' 다듬기

등록 2009.03.16 19:51수정 2009.03.1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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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실제적 효용가치

 

.. 중요한 것은 물건의 외형이나 값도 아니고, 실제적 효용가치인 것이다 .. <일본 멸망론>(사와따 요따로/장태환 옮김, 징검다리, 1990) 172쪽

 

'외형(外形)'이 아닌 '겉모습'이나 '껍데기'입니다. '효용가치(效用價値)'는 말을 어렵게 써서 그렇지, 한 마디로 말하면 '쓸모'입니다. 보기글을 보면 앞에서 "중요한 것은"이라 말하고 끝에서 "효용가치인 것이다"라 말하며 '것'을 겹으로 씁니다. 앞이나 뒤에서 한 번은 덜어내 줍니다.

 

 ┌ 실제적 : x

 ├ 실제(實際)

 │  (1) 사실의 경우나 형편

 │   - 실제 모습 / 실제 상황 / 실제 생활 / 실제 나이보다 젊게 보인다

 │  (2) 허망(虛妄)을 떠난 열반의 깨달음

 │  (3) = 실제로

 │   - 그 약은 광고는 거창하나 실제 효과를 보았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

 ├ 실제적 효용가치인 것이다

 │→ 얼마나 쓰일 만하느냐이다

 │→ 얼마나 쓸모있느냐이다

 │→ 얼마만큼 쓰임새가 있느냐이다

 │→ 참말 쓸 만하냐 아니냐이다

 └ …

 

'실제적'은 제법 많이 쓰이는 '-적'붙이 말투입니다. 그렇지만 국어사전에는 안 실렸네요. 좀 뜻밖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언제든 실리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시간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들은 '실제'에 '-적'이 붙은 '실제적'과 함께, '실제'라는 한자말은 얼마나 쓸 만할까요. 우리들은 이 한자말이 없이는 우리 생각을 못 나타내게 될까요. 우리한테 이와 같은 한자말 아니고는 우리 이야기를 알뜰살뜰 주고받을 수 없을까요.

 

 ┌ 실제 모습 → 참모습

 ├ 실제 상황 → 눈앞에 벌어진 일 / 지금 일어난 일

 ├ 실제 삶 → 참삶

 └ 실제 나이보다 → 참 나이보다

 

쓸 만하지 않은데 쓰이는 한자말은 아닌가 헤아려 봅니다. 쓸 만한 우리 말은 젖혀 놓거나 밀어 놓으면서 쓰이게 된 한자말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잊거나 우리 글을 잃지 않는가 돌아봅니다.

 

 ┌ 실제 효과를 보았다는

 │

 │→ 참말 효과를 보았다는

 │→ 제대로 효과를 보았다는

 │→ 눈에 띄게 효과를 보았다는

 └ …

 

"참말 얼마나 쓸모있느냐"나 "참으로 어느 만큼 쓰일 만하느냐"라 하지 않고 "실제로 얼마나 소용있는가"라 하는 우리들이 아닌가 궁금합니다. 꼭 써야 하기에 받아들여서 쓰는 '실제'가 아니라, 지식 자랑을 하거나 지식 내세우기를 하려고 들여온 '실제'와 '실제적'은 아닌가 궁금합니다.

 

어렵게 생각하면 그지없이 어려워지는 말이고, 비비꼬려면 잔뜩 비비꼬여서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듣게 되는 말입니다. 있는 그대로, 손쉽게,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단출하게 말하고 글쓸 때가 가장 낫습니다. 우리 말이 우리 말다울 수 있도록 마음을 기울이고 생각을 쏟고 얼을 가다듬을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ㄴ. 흥미롭고도 실제적이다

 

.. 독자들에게는 특별한 관심이 없겠지만,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이 분류는 흥미롭고도 실제적이다 .. <생각의 안과 밖>(김병익, 문이당, 1997) 199쪽

 

'독자(讀者)들에게는'은 '읽는 분들한테는'이나 '이 글을 읽는 분들한테는'으로 다듬습니다. "특별(特別)한 관심(關心)이 없겠지만"은 "딱히 눈길을 둘 일이 없겠지만"이나 "그다지 눈길 둘 만한 일이 아니겠지만"으로 손보고, "출판사의 입장(立場)에서는"은 "출판사에서 생각하기에는"이나 "출판사에서 보기에는"으로 손봅니다. '분류(分類)'는 '나눔'으로 손질하고, '흥미(興味)롭고도'는 '재미있고도'로 손질해 줍니다.

 

 ┌ 흥미롭고도 실제적이다

 │

 │→ 재미있고도 살갗에 와닿는다

 │→ 재미있고도 가슴에 와닿는다

 │→ 재미있고도 눈앞에 닥친 일이다

 └ …

 

'실제적'이 '실제로' 어떤 뜻인지를 또렷하게 말할 줄 알면서 이 말을 쓰는 분은 얼마쯤 될까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보면, '실제적'뿐 아니라 다른 '-적'붙이 말투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느 한자말이나 영어도 다르지 않습니다. 말뜻과 말쓰임을 제대로 알면서 말하는 사람보다는, '아마 그 말은 대충 이러하지 않을까'하는 느낌으로 쓰는 분이 훨씬 많다고 봅니다.

 

우리들이 어른이 되는 동안 말을 어떻게 배우는가를 곰곰이 살펴보면, 사람들 누구나 말을 엉망으로 쓰는 까닭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교과서는 말을 익히고 세상을 깨우치는 그릇이 되지 않고, 대학입시로 나아가는 문제풀이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제도권 정치틀을 단단히 지킬 수 있는 지식만 잔뜩 채워 놓아, 우리가 홀가분하고 싱그럽게 꿈과 생각을 키우지 못하도록 가로막습니다. 연표와 임금이름 외우기가 역사가 아니건만, 참 역사를 가르치는 일이 없습니다. 그나마, 이런 지식조각을 우리 머리속에 집어넣는 분들(교사)마저 말과 글을 옳게 쓸 줄 아는 이가 드뭅니다. 전문 교육과정은 배울지라도, 교육과정에 따라 지식을 집어넣도록 하는 말과 글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는 배우지 않습니다.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대학교에서조차.

 

이런 가운데 국어 교과목마저도 말을 말답게 하고 글을 글답게 쓰도록 이끌어 주지 못합니다. 그예 또다른 지식 가운데 하나일 뿐인 국어 교과목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단히 길 뿐더러, 집에서 말과 글을 익히는 일이란 없고, 학교 아니면 학원에만 가야 하는 우리 모습을 헤아리면, 어른이 되는 스무 해라는 세월에 걸쳐 뒤틀리고 비틀리고 엇나간 말과 글로 몸과 마음이 채워지게 될 뿐입니다.

 

(통째로 손질)→ 이 글을 읽는 분들한테는 그리 재미가 없겠지만, 출판사를 하는 사람한테 이 나눔은 재미있고도 살갗에 와닿는다

 

보기글을 들여다봅니다. 출판사를 하는 글쓴이한테는 '실제적'이라 하지만, 이이가 쓴 글을 읽는 사람한테는 '실제적이지 않을' 일이라고 말합니다. 출판사를 하는 글쓴이한테는 '재미있'는 일이라 하니, 이이가 쓴 글을 읽을 우리들한테는 '재미없'는 일이 되겠구나 싶습니다. 이렇다면, 우리들로서는 '그리 와닿지 않는' 일이고, 출판사를 하는 글쓴이한테는 '깊이 와닿는' 일이 될 테지요. "살갗에 와닿"고 "살갗으로 느껴지"며 "살속으로 파고드"는 일이 되리라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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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6 19:51ⓒ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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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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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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