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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을 불러주자 '진달래 꽃'이 되었더이다. ⓒ 임현철
▲ 이름을 불러주자 '진달래 꽃'이 되었더이다.
ⓒ 임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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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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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을 불러주자 비로소 '매화' 꽃이 되었더이다. ⓒ 임현철
▲ 이름을 불러주자 비로소 '매화' 꽃이 되었더이다.
ⓒ 임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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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피어 철 이른 일광욕을 즐기던 생강나무 '꽃'
"뭐해? 이 화창한 봄날, 집에 있지 말고, 어디 봄나들이라도 갈까?"
지난 일요일, 지인의 전화에 의기투합하였더이다. 아이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것들이 컸다고 이젠 안 따라 나서네' 싶었더이다. 이럴 땐 빨리 포기해야 덜 서운하더이다.
지인과 여수시 망마산에 오르니 중턱 체력 단련장에 아이들이 봄을 만끽하고 있더이다. 집에 있을 아이들이 아쉽더이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생강나무 꽃은 홀로 피어 철 이른 일광욕을 즐기며 꽃 향을 피우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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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강나무. ⓒ 임현철
▲ 생강나무.
ⓒ 임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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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유가 있는데 매화 꽃 구경 갈까요?"
"좋지. 어디에 매화가 만발했어?"
하여, 망마산에서 여수시 소라면 현천으로 직행해 매화 꽃 구경에 나섰더이다. 현천 매화 밭은 봄바람이 산들거리더이다. 벌은 꿀 모으느라 정신없이 움직이더이다. 그 모양새가 여지없는 춘심(春心)이더이다.
여인들은 매화에 코를 대고 향취를 맡으며 푹 빠져 헤어 나올 줄 모르고 하늘거리더이다. 그 모습이 톡 건드리면 금새 터질 것 같더이다. 그야말로 봄날의 연정을 잔뜩 품은 여심(女心)이더이다.
"여보, 우리 자태 시진으로 남겨줘요."
여심에 드리워진 춘심을 사진으로 남겼더이다. 꽃이 사람인지, 사람이 꽃인지 알길 없더이다. 그제야 여심은 꼬리를 감춘 채 인심(人心)으로 산화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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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는 곧 '춘심'이더이다. ⓒ 임현철
▲ 매화는 곧 '춘심'이더이다.
ⓒ 임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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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심에 겨워 벌도 바삐 움직이더이다. ⓒ 임현철
▲ 춘심에 겨워 벌도 바삐 움직이더이다.
ⓒ 임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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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불러주자, 봄꽃이 된 '진달래'와 '광대나물'
"쑥 한 줌 캐 국 끓여 먹을까요?"
매화에 빠진 여심들이 한 줌 쑥을 캐는 동안, 나그네는 홀로 진달래와 광대나물을 쫓았더이다.
"너희들 어딨니?"
"나, 찾아봐라~!"
자신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라던 '진달래'. 광대처럼 다양한 자태를 자랑하는 '광대나물'과 술래잡기를 하였더이다. 꽃을 피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던 진달래와 광대나물을 만났더이다.
그러자 진달래와 광대나물은 김춘수 님의 <꽃>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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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을 불러주자 '광대나물' 꽃이 되었더이다. ⓒ 임현철
▲ 이름을 불러주자 '광대나물' 꽃이 되었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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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 임현철
▲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 임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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