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완득이', 그 놈이 다시 왔다

연극 <완득이>, 3월 19일부터 5월 31일까지 앙코르 공연

등록 2009.03.18 11:57수정 2009.03.1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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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라! 교과서를, 부숴라! 교실을, 나가라! 운동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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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완득이> 포스터 연극 <완득이>가 3월 19일부터 5월 31일까지 앙코르 공연을 갖는다. ⓒ 김동수 컴퍼니

이는 연극 <완득이> 첫 공연(2008.12.19 ~ 2009.02.01) 때의 다소 과격하다싶던 광고 문구다. 그 <완득이>가 이번에는 "활력만점, 청춘예찬"이라는 달콤 쌉싸래한 광고 문구를 달고 3월 19일 앙코르 공연으로 관객에게 돌아온다.


나는 지난 1월 30일 관람 때 연극 <완득이>가,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수많은 독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준 베스트셀러 소설 <완득이>(김려령, 창작과 비평사)를 원작으로 삼았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였다. 원작 소설의 내용을 몰랐던, 아니 관람 날까지 굳이 내용을 알려고 하지 않았던 내게 연극 <완득이>는 과격한 광고 문구보다 더욱 강렬하게 남아있다.

웬걸? 뻔한 성장 이야기가 아니었네

애초에 나는 아는 선배가 출연하니까 모처럼 가볍게 연극 한 편 보자는 생각이었다. '한 청소년이 공부와 연애 문제, 집안 사정 등으로 방황하며 성장하는 뻔한 이야기'를 다룬 것이겠거니,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웬걸? 완득이가 방황하며 성장하는 이야기에는 그저 그렇지 않은, 결코 가볍지 않은 의미들이 듬뿍 담겨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작과 끝이 모두 경쾌한 춤과 음악으로 들썩거린 <완득이>는 유쾌했다. 연극을 보는 내내 웃음은 멈추지 않았고, 코끝이 찡한 장면에서는 눈물을 참아야 했다. 내가 연극을 관람할 땐 앞줄에 10대 학생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들을 의식해 차마 눈물을 흘리지는 못했다.


아니, 가슴이 따뜻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주는 연극을 만나본 지 너무 오래돼서 눈물을 흘리지 못했을 수도 있다. 소극장에서 배우들과 호흡하며 함께 웃고 박수치고 때론 자연스럽게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것이 연극 관람의 묘미인데, 난 아쉽게도 그 묘미를 마음껏 즐기지는 못했다.

그래서다. 이번 앙코르 공연은 작정하고 다시 관람할 생각이다. 눈물이든 콧물이든 박장대소든 어떻든 간에 가슴을 활짝 열어둘 것이다.

세상을 향해 희망의 주먹질을 하자, 완득아!

사실, 열일곱 살인 주인공 완득이를 통해 보여주는 학교와 세상의 모습들은 내가 예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집도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는 완득이는 주먹질 하나만큼은 자신 있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문제아다. 게다가 난쟁이 똥자루라 불리는 춤꾼 아버지와 베트남에서 시집 온 어머니, 철천지원수인 선생님 똥주, 전교 1등인 모범생 윤하, 어수룩하고 말까지 더듬는 삼촌, 다리를 저는 체육관 관장 등 완득이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역시도 결코 환영받지 못할 현실이다.

내 예상은 여기까지만 들어맞았다. 그러나, 이 각각의 등장인물들과 완득이의 만남에는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의미들이 담겨있었다.

미워할 수 없는 선생님 똥주를 통해 완득이의 삶은 많은 변화를 맞이한다. 완득이는 킥복싱을 배우면서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윤하와 연애 감정을 싹틔우면서 애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기억에 없는 어머니를 처음 만나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알아간다.

자칫 희망을 포기할 수도 있는 불우한 환경을 혼혈 소년 완득이는 불끈 쥔 주먹으로 당당하게 이겨낸다. 한바탕 웃고 난 뒤에 코끝이 찡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복한 결말은 그래서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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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공연 장면 연극 <완득이>는 1인 2역, 더블 캐스팅(한 역할에 여러 명의 배우) 등 볼 때마다 느낌이 달라진다. ⓒ 김동수 컴퍼니


그리고 청소년 극으로서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의식은 연극을 보고 난 뒤 알 듯 모를 듯 몇 번이고 기억을 되뇌게 한다.

완득이를 통해 보여주는 다문화 가정의 갈등은 물론이고, 삼촌과 관장을 통해서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어머니를 통해서는 이주노동자의 인권문제를, 완득이의 학교를 통해서는 공교육 해체 현실을, 윤하를 통해서는 반전의식과 종군기자의 꿈 등을 잔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이 많은 주제의식을 잡아내지 못해도 연극을 즐기는 데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대한민국의 오늘을 살고 있는 청소년들의 현실은 완득이가 이겨낸 극 중 현실과 비교된다는 점이다. 오늘의 청소년들은 촛불을 들고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할 수도 없고, 교실 안에 갇혀 점수 관리 대상의 신세로 지내야 하고, 사회에선 미숙하고 비행을 일삼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도 기성세대들에 의해서 말이다.

고맙다! 희망이라는 의미를 다시금 일깨운 완득아!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들. 그들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야 한다. 결코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연극 <완득이>가 유쾌한 기억으로 남은 이유는 여기에도 있다.

나는 운 좋게도 연극 관람 후, 선배의 주선으로 출연 배우 몇몇과 술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완득이와 윤하 등을 연기한 20대 초중반의 그들은 흔히 말하는 '배고픈 연극판'에서 꿈을 키우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보면서 연극 속 완득이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그들에게 사인을 요청하자, 아직은 무명인 그들은 망설이다가 마지못해 사인을 해줬다. 무명이면 어떤가. 나는 열정을 다해 꿈을 키워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희망을 싹 틔운다는 것은 무엇이든지 간에 아름답다.

화사한 봄날, 친구들끼리도 좋고, 아이들 손을 붙잡고 가족끼리도 좋고, 연애 감정이 시들한 연인끼리도 좋다. 연극 <완득이>를 보러 가시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리고 덤 하나. 공연이 끝나면 아래 사진처럼 출연 배우들과 기념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이 기념사진은 <완득이> 미니홈피에 멋진 추억으로 자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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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관람 후 찍은 기념사진. 연극 <완득이>는 극이 끝난 후, 이처럼 출연 배우들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다. ⓒ 김동수 컴퍼니

덧붙이는 글 | 연극 <완득이>
공연일시 : 3월 19일(목)~5월 31일(일)
평일 오후 8시 / 토ㆍ일ㆍ공휴일 오후 4시, 7시 /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 서울 대학로 '김동수 플레이하우스'(02-3675-4675)


덧붙이는 글 연극 <완득이>
공연일시 : 3월 19일(목)~5월 31일(일)
평일 오후 8시 / 토ㆍ일ㆍ공휴일 오후 4시, 7시 /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 서울 대학로 '김동수 플레이하우스'(02-3675-4675)
#연극 <완득이> #완득이 #김동수 컴퍼니 #김려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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