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해직을 감수하면서 일제고사에 반대하는가?

일제고사의 유용성과 함정

등록 2009.03.31 10:31수정 2009.03.3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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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복종 투쟁과 극단적 처벌의 대립

3월 31일 화요일 전국적으로 초등학교 4-6학년 중학교 1-3학년을 대상으로 국가수준의 진단평가가 이뤄질 예정이다. 그동안 교육청 자체적으로 국어와 수학에 한하여 진단평가가  실시되어 왔으나, 이번에는 사회와 과학 영어를 포함한 다섯 개 과목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에 특이점이 있으며, 서울시 교육청은 백지 답안 제출을 막기 위해 이번 시험에 학부모를 시험 감독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한편 한겨레신문은 이번 시험에 200여명의 교사들이 가정통신문을 보내 학부모의 일제고사 불참을 요구할 예정이라는 발표를 한 바 있으며, 참교육 학부모회는 이번 일제고사 거부에 1000여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일제고사 불참 운동도 점차 수위를 높여 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쇄기를 박기 위해 서울시 교육청은 법과 원칙에 따라 무관용의 원칙에 의해 처벌할 것이며, 서명에 참가한 교사들조차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나서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또한 교육청은 이번 진단평가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에게만 결과가 공개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것은 단순히 진단평가에 관련된 조항일 뿐이며, 학력고사에 대해서도 성적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2. 일제고사가 뭐기에 해직을 감수하면서...

이전의 6명의 해직교사들은 차마 해직이나 파면을 당할 거라고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직을 당했다. 어느 정도 사전 경고를 주고 일이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아무런 사전 경고도 없이 이루어진 파면 해임은 너무 충격적인 것이었으며, 또한 징계에 대한 재심사가 이뤄졌으나 파면 교사들이 해임으로 판결났을 뿐 여전히 6명의 교사들은 해임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다. 이러한 내용이 법정으로 갔을 때 어떤 판결을 받아낼지 알 수 없으나, 이미 해직이 결정된 상태에서 다시 해직을 감수하고 불복종 투쟁을 하겠다는 교사들이 꽤 나올 것으로 예상되어 파장은 매우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서 일반인들은 왜 교사들이 해직을 감수하면서까지 일제고사를 반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일제고사가 왜 나쁘고 그것이 얼마나 나쁜 것이기에 해직의 어려움을 무릅쓰면서까지 반대되어야만 하는가? 하는 의문이 그것이다.


3. 일제고사의 시작 : 교육의 기역자도 모르는 사람들의 횡포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에 영국은 세계 최초로 교육계에 신자유주의 원리를 도입하였다. 그 결과 그들은 학교별로 국가수준의 학력평가를 시도하였고, 그리고 국어와 수학 점수가  나오지 않은 학교는 폐교를 시키는 강한 조치를 실시하였다.(이 공약은 이행되어 실제 대다수 학생들이 다닐 학교가 없어졌다고 함)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으로도 퍼져 안 그래도 문맹자가 많은 미국에서 중요한 공약사항으로 등장하였다.


10년 전에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많은 교사들은 충격을 받았다. 이것은 학교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경제학자들이 권력을 남용해 경제 원리를 교육에 적용하는 엄청난 횡포를 저지르고 있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먼저 국내 교사들이 제기한 의문은 과연 교육이라고 하는 것이 과연 시험을 통해서 완전히 측정 가능한가 하는 점이었다. 인간의 지능이 수백개의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최근 지능보다는 감정지수가 중요하며, 또한 시험을 통해서 인간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그 단순한 지필고사를 통해 한 학교의 교육을 평가하겠다는 것은 실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그 결과를 가지고, 성적이 낮은 학교는 모두 없애고, 높은 점수를 낸 학교에는 재정적 지원을 한다는 식의 결과 처리에 대해서는 더군다나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은 거의 교사들에게 칼을 들이대고 높은 시험점수를 내라고 강요하는 것으로 부작용도 부작용이지만 부담을 느낀 교사들은 더더욱 좋은 교육을 할 수 없게 된다.

더군다나 지필시험을 통해 학교를 평가하겠다는 발상은 학교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변인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내놓을 수 없는 발상이다. 잘 사는 동네는 부모의 교육열도 높고, 문화적 환경도 좋아 높은 점수가 나오게 마련이다. 또, 못사는 동네는 부모가 교육에 대해 무관심한 데다가 부모 역시 자녀 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많이 부족하여 높은 지능에도 불구하고 낮은 점수가 나오게 마련이다. 그러한 가장 기초적인 사실조차도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한 시험점수로 학교를 폐교하고 재정을 지원한다는 것은 더군다나 어불성설이었다.

그 시점에 우리나라도 교육부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이 교육에 도입된다는 데에 대해 신선한 충격을 받고 일제고사를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여기에 검증되지 않은 미국 영국식의 제도를 막무가내 도입한다고 생각한 전교조 교사들은 일제고사 거부 반대투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4. 한 학교의 점수를 좌우하는 다양한 요인 

한 학교의 학력은 많은 요인에 의해 지배받는다. 먼저 부자 동네냐? 가난한 동네냐? 에 따라 그리고 학부모들이 교육열이 높으냐? 낮으냐? 혹은 부모들의 지적 수준이 높으냐? 낮으냐?에 따라서 많이 좌우 받는 것이 교육이다.

뿐만 아니다. 똑같은 교장과 교사가 가르쳐도  해마다 분위기가 바뀌는 것이 교육현장의 현실이다. 똑같은 학교라고 해도 해마다 학생들의 구성 성분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서울대 입학생의 통계를 해마다 내기도 하지만 해마다 그 결과는 늘 변하고 있다.

일선교사들은 자주 버릇처럼  3학년 아이들의 특성과 분위기는 어떻고, 4학년 아이들의 특성과 분위기는 어떻다고 하는 식의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그것은 초등 중등 고등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때로 학년 지망에서 특성이 안 좋은 학년은 기피대상이 되기도 한다. 많은 교사들은 우리 조상들이 정한 '띠'라고 하는 것을 왜 정했는가 하고 조상들의 지혜에 공감을 하기도 한다.

혹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작년 6학년 성적이 이러했기 때문에 작년 6학년 성적에 비교해서 올해 6학년 성적을 학교평가의 결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별로 타당하지 못하다. 모든 것은 변하고 있고, 해마다 특성에서도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미 동일집단이 아닌 집단을 대상으로 해서 성적을 비교한다는 것 역시 통계상의 오류이다.

뿐만이 아니다. 지역 주민들의 인구이동도 또한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우수학생이 얼마나 이동을 했고, 얼마나 부진한 학생들이 입학을 했는가? 하는 요인도 그 학교의 성적에 중요하게 작용을 할 수 있다. 가장 점수가 낮은 아동 둘만 빠져나가면 그 학급의 평균은 많이 치솟는다. 물론 평균의 상승도 상승이지만 학습 분위기의 상승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 반대의 경우로 우수한 학생이 한 명만 전학을 가도 일어나는 파급효과는 굉장히 클 수 있다.

5. 결과 보고 안달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소위 지성인들이 우글거리고,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들이 우글거린다는 미국과 영국에서 왜 결과만 보고 학교를 집단평가하고, 그 학교들을 폐교하는 그런 어리석은 만행을 저질렀는가 하는 것은 두고두고 이해가 가지 않는 미스테리이다.

하다 못해 물건을 만들어내는 일도 만들어낸 물건의 개수만 보고 근시안적으로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을 단순히 기계적인 시험으로 평가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이다.

만약에 자동차 만들어 내는 사람이 최종적인 판매량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무조건 많이만 만들어낸다고 박수를 친다면, 나중에 판매량에 어떤 결과를 끼치게 될 것인가? 그런데 만약에 교육 과정을 평가하지 않고 혹은 최종 산출물을 생각하지 않고 순간적인 결과만을 보고 교육을 좌지우지한다면 결국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겠는가?

6. 교육은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는 그렇게 치열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맹자들이 많아서 고심을 겪고 있다고 한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문맹자들이 하도 많아서 우체국에서 우체국원들이 제대로 분류를 할 수 없는 편지가 많아 미국에는 두 개의 우체국을 두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세계에서 최저의 문맹률을 자랑하고, 해마다 OECD가입국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에서 최상위에 가까운 실력을 보이지만 학생들의 흥미가 낮고 빈약해서 문제가 되는 우리나라에서 한사코 미국과 영국에서 실시하는 엄청난 파행적인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현장 교사가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교육은 결과뿐 아니라 과정까지 평가해야 마땅하며, 단순히 학력만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고, 창의성교육, 인성교육, 특기적성 교육, 글쓰기 및 예체능 교육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옳을 것이다. 다양한 교육의 영역들을 무시하고 오로지 시험에 매달리는 평가방식은 교육을 망치기 위해서 실시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평가 방식은 이전의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일제고사나 학력고사 등을 통한 비교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밖에 단정지을 수 없다.

7. 일제고사의 유용성과 함정

교육과정의 정당성을 평가하기 위해서 그동안 표집을 통해 전집을 추측하는 방법을 사용해 왔다. 물론 표집을 통해서도 오차 범위 내에서 전집을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은 통계학적인 상식이다.

전집을 통하지 않고서는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이 세상에는 정말 많다. 그러나 전집평가를 실시하면 국가정책의 수행자들은 좀 더 세밀한 정보를 얻을 수가 있을 것이고,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난 다양한 현상들이 더 많은 연구거리를 제공해 주게 될 거라는 생각도 해 볼 수 있다.

적어도 꾸밈없이 고사를 치르고, 거기에서 다양한 변인과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좋은 성취도를 보인 학교가 있다면 그 학교를 연구함으로써 더 좋은 방법과 시스템을 개발해 각 학교나 교사들에게 보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부모의 요구를 공교육이 전혀 등한시 할 수만은 없다는 점을 생각할 때 그러하다.

그러나 적어도 일제고사를 통해서 학교의 전체를 평가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잘못된 가정이다. 그리고 마치 일제고사가 전체인 양 성적을 학부모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더더욱 잘못된 일이다. 더군다나 학교와 학교가 비법을 비공개로 간직하고 서로가 비열하게 경쟁하도록 한다면 그것은 더욱 폐쇄적이고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일제고사는 일제고사로 끝나야 한다. 일제고사 내용을 공개하거나 학교평가의 자료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차라리 교장에게 학교운영 잘하는 비법을 전수하는 것이 오히려 빠르고 효과적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약한 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일제고사를 실시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결과를 가지고 교장 인사에 반영하겠다는 말도 있어, 그 목표와 목적이 의심된다. 결국 잘 가르치는 교장은 좋은 학교에 발령내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오히려 우수한 교사와 교장들을 높은 연봉을 주어 사교육이 없는 가난한 학교에 내보낸다면 정부의 진심을 믿어줄만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각 학교의 점수를 발표하여 학교를 서열화하고, 일제고사라는 편협한 잣대로 학교를 평가하는 것은 학부모 요구의 수용을 떠나서 교육 전체를 망가뜨리는 일이며, 또한 우수한 학생의 유출을 발생시킴으로서 교육불평등을 강화하는 일이 될 것이다. 정부는 단지 일제고사를 연구결과를 내는 데에 사용하고, 좋은 교육과 시스템을 보급하는 데에 써야한다. 학교에 대고 무조건 매를 때리는 것보다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발전을 위해 열배 유익하다.
#일제고사 #진단평가 #일제고사 불복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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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공간에서 3자녀를 키우며 살아가면서 4차원적 사고를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3차원 공간 속에서 4차원적인 문제발견력과 문제해결력으로 수학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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