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낮추는 직수굿한 말맛을 아세요?

[사는 이야기] 말의 씨

등록 2009.04.01 10:37수정 2009.04.0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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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꼬리를 잘라 먹는 사람이 있다. 어떤 이야기든 성말라서 끝까지 듣지 못한다. 남을 보살피는 마음이 넉넉하지 못하다. 때문에 자기 말만 해댄다. 그런 사람 곁에 있으면 덩달아 속이 탄다. 삶에 짬이 없는 까닭이다. 조그만 일이라도 느긋하게 생각하면 그만큼 푸근해지는데….


사람과 사람 사이를 두텁게 이어주는 다리는 '적극적인 경청'이다.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것보다 남의 이야기에 눈길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믿음자리가 된다. 오죽했으면 인간관계를 도탑게 하는 비결이 '아홉 가지를 듣고 하나를 얘기하는 데 있다'고 했을까. 상대방이 말할 때는 골똘히 경청하며 끝까지 들어줘야 한다. 자신의 말이 가로채인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아무리 속 좋은 사람이라도 속 썩는 마음을 떨칠 수 없다.

적극적인 경청은 든든한 믿음자리

말이 많은 사람들을 지켜보면 듣기가 안 된다. 무슨 얘기든 하나의 꼭지로, 같은 이야깃거리로 이어져야 하는데, 자꾸만 남의 다리를 긁는다. 그런데도 자꾸만 되풀이하는 것은 자신의 본데없음을 드러내는 몸짓이다. 뿐만 아니라 머리가 빈 사람일수록 들썩거린다. 보잘것없는 이야기도 뻥뻥 부풀리는 탓이다. 더군다나 남이 싫어하는데도 군더더기를 단다. 참 힘 빠지는 일이다. 어디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도 다 못하는 세상이 아닌가.

자신이 한 말이 자신에게 가장 큰 힘이 미친다. 말이 씨가 된다. 그러기에 자기가 한 말이 어떤 씨를 뿌리게 되는지를 생각하며 말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적게 말하고 많이 들어야 한다. 그래야 넉넉한 사람이 된다. 사람의 됨됨이는 그 사람이 무시로 내뱉는 말씨로서 가늠된다. 따뜻한 인간미를 가졌고, 너그러운 마음씨를 지닌 사람은 남을 함부로 맞이하지 않는다. 좋은 마음의 터를 가진 사람은 남을 함부로 대접하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나 자신이 성인군자라거나 부처님 손바닥은 아니다. 그저 그런 사람이다. 스스로 말 빛이 좋지 않아 말소리를 높이거나 일마다 핏대를 돋우는 일이 많다. 귀가 얇다. 그렇기 때문에 뜬금없이 쏟아지는 얘기들에 종종 속이 뒤집힌다. 살면서 듣기에 좋은 말, 부드러운 말만 하고 살 수는 없다. 거친 말, 좋지 않는 말이 무시로 쏟아진다. 그러니 세상에 속 앓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매질로 생긴 상처는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아문다. 하지만 삿된 말로 입은 상처는 끝내 지워지지 않는다. 마음에 새겨져 영원한 상처로 남기 때문이다. 그 동안 살면서 나는 사랑한다는 빌미로, 아이들과 아내에게, 친구들에, 직장 동료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남겼을까. 잠시 생각해 봐도 열손가락을 꼽고도 남는다. 말빚이 너무 많다.

삿된 말로 입은 상처는 끝내 지워지지 않는다

이제는 좋게 살아야겠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너그럽고 부드러운 말로 따뜻하게 감싸 안아야겠다. 애써 사랑해야겠다. 단지 말이 말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활 그 자체에서 묻어나는 향기가 새뜻하게 품어져 나야겠다. 아름다운 삶을 꾸려 간다는 것은 자신의 말 그릇을 곱게 부시는 사람에게 싹수가 있는 것이다.

같은 말이라도 때와 발 디딘 곳에 따라 가려 써야겠다. 말에도 온도가 있다. 그런 까닭에 상대방을 힘들게 하는 말보다 기분 좋게 하는 말로 대해야겠다. 말에도 맛과 향기가 있다. 입맛 떨어지는 말보다 감칠 맛 나고, 향기 나는 말을 더 많이 해야겠다. 밝은 말 빛깔로 상대방을 높이고, 가슴에서 우러나는 말을 해야겠다. 그게 듬직한 말이고, 살아 있는 말이며, 자신을 낮추는 직수굿한 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대화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교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장애인 소식지 <한빛소리> 2009년 4월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천안지역 장애인 소식지 <한빛소리> 2009년 4월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경청 #비결 #인간 됨됨이 #쌍방교류 #일방통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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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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