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천마을 사태, 분양원가 공개가 '해법'

주민 80% 분양신청 한 상태에서 분양신청 잠정 중단

등록 2009.04.07 16:57수정 2009.04.0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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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 덕천마을 ⓒ 최병렬

안양시 덕천마을 ⓒ 최병렬

 

안양시에서 대한주택공사에 요청한 '덕천지구 분양신청 중지요청'이 받아들여져서 분양신청이 잠정적으로 중단됐다.

 

안양시는 지난 3월30일 "권리자인 주민들 의견수렴과 감정평가 이의신청에 대한 처리 및 검증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검증방안 수립과 충분한 설명 후 사업진행할 것을 요청한다" 는 내용의 공문을 주공측에 보내며 '분양신청을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주공은 다음날인 31일, '덕천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 분양신청 잠정중단' 이라는 공고문을 문화일보에 게재했다. 당초 주공이 주민들에게 제시한 분양신청 마감일은 4월9일까지였다.

 

분양신청이 잠정적으로 중단되자 그동안 감정평가 가격에 불만을 품고 분양신청을 하지 않고 있던 주민들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덕천마을 주민 이 아무개 씨(비대위 임원)는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일단 주민들 반응은 좋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아직 갈 길은 멀다"라고 말했다.

 

이씨가 '아직 갈 길이 멀다' 고 말한 이유는 비대위 소속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단순히 '분양신청 중단' 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씨를 비롯한 비대위 소속 주민 일부는 '재개발 사업 계획 자체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 하기를 원하고 있다. 주민 이씨는 주민대표도 다시 뽑고 시공사도 다시 선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단 분양신청은 중단됐지만 주민 이씨 말대로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이미 주민 80%가 분양신청을 완료한 상태기 때문이다. 주택공사가 안양시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이미 분양신청을 한 주민은 80%가 넘었다.

 

"감정평가 금액으로는 전셋집 구하기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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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천마을 ⓒ 이민선

덕천마을 ⓒ 이민선

 

주민들이 감정가에 불만을 품고 집단적으로 반발한 안양7동 덕천 마을 사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이다. 앞으로 안양시 전 지역에서 벌어질 사태에 대한 전초전이기 때문이다. 안양시는 만안지구 뉴타운 사업을 포함, 현재 33개 지역에 대한 개발이 예정돼 있다.

 

덕천마을 주민들은 지난 2월 9일, 주공에서 감정가액과 분양 예정 가액을 통보하자마자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감정평가 금액이 현 덕천마을 주택 시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개발이 예정되면서 덕천지구는 큰 폭으로 집값이 뛰었다. 전년도에 3.3m²당 약 2000만 원에 거래된 집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 입장에서는 1000만원도 되지 않는 감정 평가 금액에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아파트 분양받는 것을 포기했다고 가정한다면 감정평가를 받지 않고 전년도쯤 이사하는 것이 주민들 입장에서는 훨씬 유리했을 것이다.

 

주공에서 보도 자료로 배포한 감정가액을 살펴보면 3.3m²당 단독주택(대지기준)이 865만원, 연립주택(건평기준)이 798만원 수준이다. 또, 분양 예정 아파트 가격은 59m² 크기가 3.3m²당 1015만원, 84m² 크기가 1068만원, 114m² 가 12477천원, 139m²가 13395천원이다.

 

단, 주민들에게 통보된 감정가액은 각 호별로 다르다. 때문에 각 호별 정확한 감정가액은 알 수 없다.

 

주공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덕천마을 주민들이 만약 새로 지어진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많은 부담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3m² 크기 연립주택을 소유한 주민이 만약 84m² 크기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약 1억8천만 원이라는 거금이 필요하다.

 

돈 없으면 현금 청산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면 될 것 아닌가?라고 반문 하시는 분이 있을 터. 맞다, 일리 있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까? 라고 물으면 할 말 없다. 앞에서 밝혔듯이 안양시 대부분 지역은 현재 개발이 예정돼 있는 상태다. 때문에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있다.  주공에서 제시한 감정가액 가지고는 안양시에서 전셋집도 들어가기 힘들다.

 

이필운 안양 시장 발언, 임기응변이거나 아직 사태 파악이 덜 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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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천마을 ⓒ 이민선

덕천마을 ⓒ 이민선

이필운 안양시장은 지난 3월 안양시 임시회의에서 '재조사' 를 언급했다. 이 시장은 "호별 방문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호별방문을 하지 않아 불이익이 발생했다는 가구에 대해서는 주택 공사와 협의, 재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공측은 어떤 의도로 그런 발언을 하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공 관계자는 "얼마 전 주공 사장과 안양시장 사이에 있었던 면담자리에서 주공 사장이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재감정은 할 수 없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안양시민신문> 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 시장의 발언을 보면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한 듯하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감정평가 금액을 높이는 것이 대안은 아니다. 더군다나 주공에서는 재조사 할 마음도 없고 당연히 재 감정 평가할 마음도 없어 보인다. 때문에 이 시장 발언은 별다른 준비 없는 임기응변식 발언이거나 아직 사태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아야 맞을 것이다.  

 

일단 안양시는 공문으로 주공측 협조를 얻어 분양신청을 잠정 중단시켜 놓았다. 하지만 이것도 실효성 있는 대책은 아니다. 만약, 주민들 대다수가 분양신청을 하지 않았을 때 이런 조치를 취했더라면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었을 것이다. 최소한 주민 대다수가 충분히 생각 할 시간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기에.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미 주민 80%가 분양신청을 마친 상태다. 이 상황에서 분양을 잠정 중단한다고 달라질 것은 별반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감정평가 금액을 높여 주는 것일까? 감정평가 금액을 좀 높여주면 더 이상 반발하지 않고 분양신청 하겠느냐는 질문에 비대위 임원 이씨는 "그러면 분양가가 높아질 것 아닙니까" 라고 대답한다.

 

정답이다. 보상가가 높으면 당연히 분양가가 높아질 것이다. 때문에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비대위 임원 이씨는 재개발 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발 방식도 다시 검토하고 시공사도 다시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양원가 공개하고 주민과 대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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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천마을 ⓒ 이민선

덕천마을 ⓒ 이민선

주민 이 씨 말대로 원점에서 차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어떤 방식으로 개발하든 선결돼야 할 것이 있다. 분양 원가 공개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덕천마을은 공영개발 방식이다. 이 때문에 주공에서 분양 원가를 세부 항목까지 투명하게 공개, 주민들과 대화하고 조정해야 한다.

 

아파트를 짓기만 하면 가격이 펑펑 치솟던 시대는 지났다. 분양권 하나가 로또 복권이 되던 시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때문에 주민들에게 분양권을 주어도 예전처럼 기뻐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담스러워한다. 부담금 때문에. 즉, 재개발 한다고 무조건 박수 치지도 않을뿐더러 필연적으로 주민 반발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젠 주민들과 안양시 주공이 머리를 맞대고 차분히 대화해야 한다. 그 전에 선결돼야 할 것이 투명한 원가 공개다. 아파트를 짓는데 어느 정도 금액이 들어가기에 분양가가 이렇게 결정됐다고 투명하게 밝히고 주민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주민들도 새 집을 얻는데 필요한 자금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알고 수긍을 할 것이다.

 

사실, 주민 동의를 구하는 단계에서 분양원가 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처럼 동의를 모두 끝낸 상태에서 감정평가와 분양금액 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단이 나는 것이다. 이 점은 필히 개선돼야 한다. 주민동의서 받는 단계에서 감정가액평가와 분양원가 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 주민들은 그 자료를 검토해 보고 개발에 동의할 것인지 아니면 반대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투명하게 건축비를 포함한 종합적인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 또, 공개된 원가는 전문가 집단 검증을 받아 타당성 있는 가격이라는 판정을 받아 공신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 자료를 가지고 주민과 대화하면 길이 열릴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2009.04.07 16:57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덕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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