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도'앵두나무가 서 있는 박도글방'
이종찬
세상이 아무리 어려워도 봄은 온다 "이곳 안흥 산골에 내려온 지도 올해로 만 5년째입니다. 저는 그동안 모두 25권 남짓한 책을 펴냈는데 여기 와서 12권 정도 펴냈어요. 지금 출판 중인 책도 몇 권 더 있지요. 오늘 청소를 하면서 책을 많이 버렸는데, 글을 써서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앞으로 남에게 버림 받지 않는 그런 책을 쓰려고 합니다." '찐빵마을' 안흥면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매화산 기슭에 '박도글방'이란 자그마한 간판을 내걸고 있는 작가 박도(63) 선생. 요즈음 안중근 의사를 쓰기 위해 여러 가지 자료를 모으고 있다는 선생도 만나고, 오랜만에 흙내음도 듬뿍 맡기 위해 지난 3월 20일(금) 오후 1시 5분 동서울터미널에서 안흥으로 가는 고속버스를 탔다.
서울에서 안흥으로 가는 고속도로변 곳곳에는 노오란 산수유와 개나리, 연분홍빛 진달래 등이 '저요! 저요!' 하며 앞 다투어 피어나고 있다. 저만치 드넓게 펼쳐진 들녘에서는 가물가물 아지랑이가 한바탕 봄꿈처럼 어지럽게 일고 있다. 경기침체 등으로 세상이 아무리 어려워도 이 땅에 봄이 찾아오기는 온 모양이다.
자료 정리가 끝나면 곧바로 안중근 의사가 다닌 길을 따라 걷기 위해 러시아와 중국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박도 선생. 그런 걸 보면 그는 소설가이자 수필기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실록작가이기도 하다. 일본문화기행서 <일본기행>과 한국전쟁사진첩 <지울 수 없는 이미지> 등, 직접 발로 뛰어 만든 책만 해도 여러 권 된다. 그 때문일까. 나그네는 그 앞에만 서면 자꾸만 작아지는 느낌이 들곤 했다.
차가 안흥면으로 들어서자 저만치 경운기를 몰고 논밭을 갈고 있는 사람들 모습이 띄엄띄엄 눈에 띈다. 쟁기를 끄는 소를 앞세워 논밭을 가는 모습이었다면 더욱 정겨웠을 텐데... 안흥면에 접어들자 낯익은 찐빵 집이 눈에 쏘옥 들어온다. 몇 주 앞, 나그네가 진빵마을 취재를 위해 들렀던 그 집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