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는 '일제히 조작된 고사'였다?

[주장] 일제고사 파동의 진짜 주범 교과부가 책임져야

등록 2009.04.15 11:13수정 2009.04.1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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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재조사 결과]

전체 교육청의 90%, 건수로는 32%가 오류, 7.2% 답안지 유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장관 안병만)가 드디어 지난해 치러졌던 학업성취도에 대한 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가 가관이다.

 

2월부터 한달간 진행되었던 재조사에 약 1만 7천 명의 인원이 투입되어 찾아낸 오류가 1만 6천여 건이라고 하니 1인당 1건을 찾아낸 셈이다. 교사, 장학사 등이 한 달 동안 1만7천 명이 투입되어 고생한 결과가 1인당 1건. 이를 두고 개고생, 생고생이라고 하면 너무 심한가.

 

전국적으로 180개 지역 단위 교육청의 90% 이상인 160여 개 교육청에서 성적 오류가 적발되어 전국의 거의 모든 지역교육청에서 오류가 있었는데, 이를 적발 건수로 환산하면 성적 오류가 전체의 32%에 해당하는 1만6천여 건에 달한다. 세상 어느 나라에 90% 대상 기관에서 오류가 있고, 전체 32%에 성적 오류가 발생하는 시험이 있을까? 아마 전세계에 대한민국의 일제고사가 유일할 것이다.

 

시험 이후의 사후 관리에서 역시 문제점이 있었는데, 전체 900만 장의 답안지 중 약 7.2%인 65만 장이 사라진 것이다. 전 응시생의 답안지 모두가 없어진 '전체 유실'은 38만6천여 장에 달했고, '일부 유실'은 26만5천여 장이었다. 교과부는 그 원인을 졸업, 교사 전보, 교실 변경, 학교 공사라고 발표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까?

 

답안지 폐기 관련하여 기관경고(4개 시·도 교육청, 32개 지역교육청), 기관주의(3개 시·도 교육청, 31개 지역교육청)를 받았는데 성적 조작으로 전국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임실 교육청은 답안지를 폐기하지 않았다고 여기에서 빠졌다는 황당한 소식도 있다.

 

일제고사는 '일제히 조작된 고사'?... 전국적 조작, 오류 투성이!

 

교과부는 이번 재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국적으로 많은 오류가 있었지만 전국적인 성적 분포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언뜻 수치만 보면 그런 것처럼 보인다.

 

전체적으로 +와 -를 해보면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인데 이 발표 역시 꼼꼼히 살펴보면 교과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이유가 보인다.

 

a  학업성취도 평가 재조사 결과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어떤 교육청은 2배로 늘어나고, 어떤 교육청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교과부는 더하고 빼면 원래 결과와 달라지지 않으니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학업성취도 평가 재조사 결과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어떤 교육청은 2배로 늘어나고, 어떤 교육청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교과부는 더하고 빼면 원래 결과와 달라지지 않으니 문제가 없다고 한다. ⓒ 김행수

학업성취도 평가 재조사 결과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어떤 교육청은 2배로 늘어나고, 어떤 교육청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교과부는 더하고 빼면 원래 결과와 달라지지 않으니 문제가 없다고 한다. ⓒ 김행수

 

먼저, 중3학년 국어 과목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비율 변동을 살펴 보면 교과부 발표의 신뢰성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2차 조사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감소한 지역 교육청을 살펴보면, 충북 G교육청의 경우 10.4에서 5.4로 무려 48%나 감소하고, 전북 M교육청 41%, N교육청 39%, D교육청 36% 등 채점 오류라고 하기에 도저히 이해가 안 될 정도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감소한다. 교과부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도대체 교사들은 애초에 눈감고 채점을 했다는 말인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비율이 증가한 교육청 역시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충남 Y교육청의 경우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3.5%에서 9.8%로 무려 180%가 증가하여 거의 3배로 늘어난다. J교육청의 경우 역시 2배 이상 증가하며, 경남 S교육청, 충북 J교육청 등에서도 50% 이상 증가한다.

 

2차 채점 결과에 따라서 어떤 곳은 1차에 비하여 기초미달학생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어떤 학교는 3배로 늘어난다. 이를 더하고 빼면 전체적으로는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한다. 이른바 제로섬 게임이다. 차라리 도둑질을 해도 누군가 그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니 사회 전체적으로는 바뀐 것이 없다고 하는 편이 더 정직해 보인다. 도대체 교과부는 이것을 변명이라고 하는 것일까?

 

a  영어 과목도 국어와 별로 다르지 않다. 2배로 늘어나고, 절반으로 줄어들고..... 교과부는 어느 나라에서 교육학을 배우고, 어느 별에서 통계학을 배웠을까?

영어 과목도 국어와 별로 다르지 않다. 2배로 늘어나고, 절반으로 줄어들고..... 교과부는 어느 나라에서 교육학을 배우고, 어느 별에서 통계학을 배웠을까? ⓒ 김행수

영어 과목도 국어와 별로 다르지 않다. 2배로 늘어나고, 절반으로 줄어들고..... 교과부는 어느 나라에서 교육학을 배우고, 어느 별에서 통계학을 배웠을까? ⓒ 김행수

영어의 결과도 국어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전북 M교육청과 충남 S교육청 등은 재채점 결과 기초학력 미달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한편 충남 Y교육청과 충북 C교육청 등은 2배로 늘어난다. 지구 상 어느 시험 중에 재채점 결과, 학력 미달이 2배로 늘어나고,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험이 있을까?

 

2배로 늘어난 결과와 절반으로 줄어든 결과를 더하고 빼면 원래 결과에서 변함이 없다고 발표하는 교과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교육학을 전공했고, 어느 별에서 통계학을 배운 것일까?

 

왜 미응시 학생수는 공개하지 않고, 왜 이들 학교장은 징계하지 않는가?

 

교과부의 재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미응시 학생수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교과부는 지난 학업성취도 평가가 전수평가라는 이유로 서울, 강원에서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안내하였다는 이유로 13명의 교사들을 해고하고 전북에서는 교장 선생님까지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런 교과부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운동부, 특수학생 등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을 중심으로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학생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교과부의 논리대로라면 전수 평가인 학업성취도 평가에 이들 운동부와 특수학생 등이 응시하지 않은 것은 명백하게 불법이며 똑같이 파면해임을 당해야 한다. 그런데 파면 해임은커녕 숫자도 공개하지 않았다.

 

왜 교과부는 미응시 학생수를 공개하지 않고, 이들 학생들이 일제고사에 미응시하도록 한 교장들을 파면해임하지 않았을까? 교과부의 이중잣대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교과부의 허무 개그... "오류는 많았지만 문제는 없었다?"

 

교과부의 가장 황당한 결과 발표는 재조사 결과에 대한 총평이다. 교과부는 "이러한 결과는 전국 및 시·도교육청 수준에서 당초 발표된 내용과 크게 달라진 것이 아니며, 특히,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도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교과부의 말을 종합하면 "오류는 많았지만 문제는 없었다. 그래서 이전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없다"이다. 그래서 특별히 징계 받을 사람도 없고, 책임질 단위도 없으므로 모두 경고나 주의로 마무리하려는 것이다. 어느 연예인이 술을 먹은 후 차를 운전하다가 적발되자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고 변명한 이후 최대의 코미디가 이번 교과부의 일제고사 재조사 결과 발표라는 비아냥을 들을 만하다.

 

왜 진짜 주범 교과부는 책임지지 않는가?

 

임실의 '조작된 기적'과 강원도 '오류의 힘'으로 대표되는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 파동의 주범은 교과부이다. 아무런 준비나 합의 없이 표집 평가에서 전수 평가로 변경한 것부터 문제였으며, 갑작스럽게 모든 학교와 모든 학생의 평가 결과를 수합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런데 교과부 장관, 차관을 비롯하여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 흔한 사과문도 없고, 경고 주의도 없다. 모든 문제는 일선 학교와 지역 교육청의 잘못이라고 떠넘겼다. 누가 이들을 대한민국 교육의 수장이라고 하고, 그들이 대장을 하면 누가 그들 뒤를 따를까? 교과부는 스스로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2009.04.15 11:13ⓒ 2009 OhmyNews
#일제고사 #학업성취도 평가 #교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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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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