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10월 30일 이근영씨 농장에서 수확한 배를 산지 폐기처리 하고 있다.
이정구
지난해 과잉생산된 배의 홍수출하를 방지하기 위해 아산에서 처음으로 배 산지폐기를 실시한 이근영씨(67·아산시 방축동) 농장을 다시 찾았다.
작년 10월30일 이씨는 출하를 포기하고 20㎏들이 300상자의 배를 산지 폐기해 땅에 묻었다. 당시 과수원 바닥에 버려졌던 6톤 분량의 배는 이미 땅에 흡수돼 사라지고, 잔해만이 조금 남아 있다.
그 위로 배꽃이 만개해 있다.
이씨는 당시 "이제 더 이상 무슨 농사를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올해는 홍수와 태풍피해가 없어 그 어느 해보다 배농사가 잘됐다. 하나하나 정성껏 수확한 농작물을 다시 파묻어야 하는 심정을 누가 알겠는가"라며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과수전업농민인 이씨는 작년에 연일 치솟던 기름값, 비료값, 농약값, 각종 농자재값, 인건비 부담이 너무 컸었다고 한다. 수확기에는 탐스럽게 익은 배를 팔아 각종 영농자재비와 대출금도 값고 생활비를 마련하려 했으나, 오히려 부채가 늘었다는 푸념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