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기 등록금 600만원에 '헉!'
그런데 장학기금까지 내달라?

[등록금이 가계에 미치는 영향 ⑥] 집요한 장학기금 요청, 너무 뻔뻔하다

등록 2009.04.27 08:46수정 2009.05.11 10:38
0
원고료로 응원
a

지난 17일 예술, 이공계열 대학생대표자 대정부 농성선포식에서 대학생 대표자들이 등록금 차등책정 철폐를 요구하며 삭발을 한뒤 눈물을 닦고 있다. ⓒ 유성호


아들이 올해 사립대학에 들어갔다. 일 년에 천만 원이 들어간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고지서를 보니 놀랍게도 한 학기 600여 만 원이었다. 일반 대학이 아니라 예체능계이기에 다른 데 보다 좀 더 나오리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많이 나올 줄은 몰랐다. 아들도 우리 부부도 그 고지서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행히 나는 교사이므로 무이자로 대출을 받아 기한 내에 낼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혜택이라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의 직장에 따라 전액 다 보조하는 곳도 있고, 일부 보조하는 곳도 있고, 나처럼 대출을 해주는 곳도 있겠지만, 전혀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한학기 등록금 600만원, 발전기금까지 내라고?

2월에 아들의 입학식에 아내와 둘이 참석했다. 갔더니 입구에서 학교발전기금을 받는 용지를 부모들에게 돌리는 것이었다. 읽어 보니 학부모들에게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금을 내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그것을 보고 우리 부부는 대학이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학생 학자금을 마련해준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600여만 원 등록금을 낸 학부모에게 그런 부탁을 한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여겼다.

물론 그것을 강제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학부모의 자유 의사에 맡긴 것이다. 기대한 만큼 많이 용지가 들어오지 않아서인지 입학식 내내 장학기금을 용지에 써서 내주면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아들의 뜻깊은 입학식에 정말 큰 마음을 먹고 왔는데 그런 용지를 받고 또 몇 번이나 방송을 통해 적극 참여를 바란다는 말을 들으니 짜증이 났다.

그 후 언론을 통해 예체능계 대학생들이 시위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른 대학보다 연간 200여 만 원이 더 비싸지만 정작 대학이 명목으로 내거는 실험실습비는 얼마 안 된다는, 그래서 등록금을 현실에 맞게 낮추어야 한다는 시위였다.


얼마나 상황이 절박했는지 그 가운데 일부는 삭발을 하며 대학 당국의 양심에 호소를 했다. 내가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현실에 맞는 실험실습비 책정과 등록금 인하라는 그들의 요구에 대학이 성의 있게 답변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그것을 보며 그 학생들의 요구에는 나와 같은 예체능계 학부모 전체의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장학기금까지 내라니... 정말 화가 났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에서 한 통의 우편물이 왔다. 궁금해서 얼른 뜯어보니 대학에 재학중인 어려운 학생들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장학 기금에 동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동참하는 학부모는 동봉한 용지에 적어서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화가 났다. 정말로 화가 났다. 그렇게 등록금을 많이 받으면서 또 이렇게 끈질기게 장학 기금을 요청하는 대학교의 행태가 너무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그것을 보며 불평불만을 쏟아 놨다. 그렇게 많은 등록금을 낸 학부모에게 손을 또 벌리기 전에 등록금을 좀 내렸으면 그렇게까지 화는 내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에서 그렇게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마련하고 싶으면 총장서부터 시작해서 전 교직원이 나서서 월급의 일부분을 장학금으로 내놓는 감동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냐며 투덜거렸다.

그래, 강제는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서 그런 말을 듣고 우편까지 받으면 짜증이 앞선다. 화가 많이 난다. 그리고 학생들이 울부짖으면서 요구하는 등록금의 책정 방법을 우리 부모들도 알고 싶다. 먼저 속 시원하게 왜 그렇게 등록금이 비싼지 알고 싶다. 그런 학부모의 바람을 들어줘서 이해 좀 시켜주었으면 정말 좋겠다.

대학의 장학기금 참여 요청에 참 좋은 뜻이라며 적극 참여하는 학부모들도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학부모 부류에는 속하지 않는다. 대학생 가운데 그 중에서도 예체능계 대학생 학부모 가운데 나와 같은 생각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학부모의 이러한 심정을 대학이 깊이 헤아려줬으면 좋겠다.

요즈음 아들에게 무리한 말을 가끔 한다. 장학생이 되라는 것이다. 입학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아 장학생이 되지 못했지만 학교 시험을 잘 봐서 장학생이 되어 달라는 것이다. 그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등록금이 너무 비싸서 조금이라도 덜 냈으면 하는 바람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 등록금, 제발 인하해주기를 바란다.
#유정열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는 요즈음 큰 기쁨 한 가지가 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마이뉴스'를 보는 것입니다. 때때로 독자 의견란에 글을 올리다보니 저도 기자가 되어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우리들의 다양한 삶을 솔직하게 써보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이게 뭔 일이래유"... 온 동네 주민들 깜짝 놀란 이유
  2. 2 3일마다 20장씩... 욕실에서 수건을 없애니 벌어진 일
  3. 3 팔봉산 안전데크에 텐트 친 관광객... "제발 이러지 말자"
  4. 4 참사 취재하던 기자가 '아리셀 유가족'이 됐습니다
  5. 5 이시원 걸면 윤석열 또 걸고... 분 단위로 전화 '외압의 그날' 흔적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