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노동자는 왜 죽음 택했나

[주장] 노동절과 어느 노동자의 죽음

등록 2009.05.05 10:37수정 2009.05.0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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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과 어느 노동자의 죽음

 

지난 5월 1일은 119회 세계 노동절이었다. 1800년대 말 독점자본에 맞서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미국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는 날이다. 더불어 오늘날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노동현실을 고발하고 해결을 촉구하는 의미 있는 날이다.

 

물론 이 날을 노동자 마라톤이나 축제로 즐길 수도 있고 노사화합의 장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펼쳐지는 노동현실은 그렇게 한가롭지 않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경제 강국과 G20 국가로서의 위상과 달리 노동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0개국 중에서 장시간 노동시간, 비정규직비율, 중대노동재해(사망)율, 남여임금격차, 교통사고 사망률, 자살률 등에서 1위에 위치한다. 반면 국제노동조약 비준이나 사회보장비 지출은 하위권에 맴돌고 있다.

 

민주노총이 여의도에서 노동절 행사를 하던 도중에 한 노동자가 위험한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퍼졌다. 그 이유는 4월 29일 재벌그룹의 노조탄압에 맞서 투쟁 중이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광주지부 화물연대 광주지부 1지회장이 연대투쟁을 호소하는 글을 남기고 잠적하였고, 4월 30일 새벽에는 홈페이지에 "투쟁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면 바쳐야지요.", "길거리로 내몰린 동지들이 정정당당하게 회사에 들어가 우렁찬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십시오.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기 때문이었다.

 

결국 5일 만인 5월 3일 낮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봄꽃이 만발할 아카시아 나무에는 '대한통운은 노조탄압 중단하라'는 걸려 있었다.

 

왜 그는 대한통운 노동자들을 지원했나

 

한편 노동절(법적 명칭은 '근로자의 날')을 맞이해 대한통운 노사는 상생의 문화를 다시 한 번 다졌다. 동아일보는 5월 1일 "노사상생이 꽃피운 48년 무분규, 9년 무교섭 신화... 대한통운 노사 법정관리 위기 딛고 업계 1위 도약"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다뤘다.

 

"파업 참여로 국가산업의 핏줄인 항만이 멈추는 상황만은 막아 달라"는 회사의 주문에 "회사가 있어야 노조도 있는 것 아닙니까?"라고 맞장구를 친 대한통운 노조였다. 대한통운은 1996년 이후 4년 연속 노사문화 우수기업이었다. 대한통운은 지난해 택배물량 1억 6000만 상자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금년 1분기 매출액 5410억 원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54.7% 늘었고 영업이익은 45.6% 증가했다. 이런 성장의 이면에는 길거리에 내몰려 고통 받아온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서려 있다.

 

대한통운은 지난 3월 16일 택배분회 소속 76명의 조합원을 휴대폰메시지로 집단 계약해지했다. 숨진 지회장 등은 지난 달 23일 대한통운 물류센터가 있는 대전으로 상경해 정문 앞에서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왔다.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노동절이 열린 여의도 광장에는 실종된 지회장의 가족과 조합원들이 그의 사진을 들고 분신 등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 대회장 주변을 헤집고 다녔다. 그러나 그는 이미 죽음을 선택하고 결행했다.

 

화물노동자들은 운송물류자본가들의 비용절감 계획에 따라 노동자에서 강제적으로 형식적인 자본가(사업자등록)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자본의 관리통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노동부는 화물 기사들의 단결체인 '화물연대'가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운수노조에 속한 것이 문제라며 상급단체를 탈퇴하지 않으면 민주노총을 비롯해 상급단체를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특수고용직(현식은 자영업자 또는 사용주이나 실제는 노동자)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3권 문제는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2009.05.05 10:37 ⓒ 2009 OhmyNews
#노동절 #택배노동자 #자살 #특수고용직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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