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해욱 신부 "고 장영희 교수에게 오히려 영적인 조언 받아"

등록 2009.05.12 16:12수정 2009.05.12 16:12
0
원고료로 응원
암투병중에도 의연하게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던 고 장영희 서강대 영문과 교수가 지난 9일 별세했다.

고 장 교수의 서강대 동료교수이자 영적 지도신부로  때로는 영적 친구이기도  했던 가톨릭 예수회 소속의 류해욱 신부는 12일, "고 장 교수는 존재 자체가 주변 사람들에게 기쁨인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류해욱 신부는 고 장 교수가 암에 걸리기 전부터  가까이 지냈고  장 교수가 10년간 암투병하는 과정을 곁에서 기도로 지켜온 인물이다. 특히 장 교수가 별세하기 전 일주일 전에는  장 교수에게 병자성사도 주고 매일 같이 장 교수를 방문해 한 두시간씩 기도를 했다.

류 신부는 "장 교수는 우리에게 '희망의 전도사다', '희망의 메신저다', 그런 표현을 듣게 되는데 정말 마지막까지도 희망을 나누고 싶어 하는 그런 모습들, 삶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그런 모습들과 그런 것을 나눠주는 모습들은 정말 친구이지만 감동적으로 다가왔다"고 회고했다.

그는 "장 교수 제자가 쓴 글 중에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미국 문학 시간, 선생님이 목발을 짚고 천천히 문으로 들어오실 때 가슴으로 퍼지던 행복감…'"이라고 제자의 편지를 소개하며 "제가 그 글을 보면서 정말 장 교수는 존재 자체로 그냥 기쁨을 주는 선생님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장 교수 제자 중에 몇 분이 예수회 신부가 됐는데 그 제자 중에 한 분이 저한테 편지를 보내왔다. '선생님은 제게 희망하는 법을 가르쳐준 분입니다. 선생님께선 이제  하느님 곁에서 생전에 그렇게 희망하시던 모든 것을 누리고 계시겠지요, 저 역시 선생님을 다시 만날 때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삶을 증거하리라 다짐해봅니다'라는 예수회 신부가 된 장 교수 제자의 편지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장 교수와  대화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신앙적인 얘기가 많이 나왔다 . 그런데 대화를 하다보면 오히려 신부인 제가 영적인 조언을 받는 것을 느낄 때가 참 많았다. 사람들은 제가 장 교수의 영적 지도신부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분들도 있는데, 아니다, 영적 친구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누었던 우정이 각자의 영적인 삶에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신부는 이날 특히 장 교수 가족들의 장 교수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에 대해 많은 얘기를 를 했다.

그는 "저는 장 교수처럼 정말 가족과 깊은 유대를 맺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특히 동생들을 보면 그냥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특히 밑에 동생이 영주씨고 그 밑이 영림씨인데  두 동생은 (장 교수가 병이)재발한 2004년 그때부터 병원에 갈 때는 늘 언니 곁에서 언니 분신처럼 지켜주고 옆에 있어주고 그래서 정말 저는 장 교수가 그렇게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은 정말 받쳐주는 동생들 때문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류 신부는 "정말 그 두 동생이 곁에서 지켜줄 뿐만 아니라 늘 기도하는 그런 모습들이 아름다웠다"며 "저에게 인상적인 것은 그동안 저는 그런 기도를 하는 것 본 적이 없었지만, 하느님께 언니 병 재발하고 다시 아프고 했던 원망했던 것을 용서해달라고 그렇게 울면서 용서해달라고 청하는 기도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동생들의 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류 신부는 "또  입관예절을 지켜봤는데 입관 마지막 순간에도 바로 밑에 동생이 '언니 때문에 정말 행복했다'고 '언니 고마워', ' 언니 짱이야',' 언니 사랑해' 이런 것이 그냥 나오더라구요"라고 입관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류 신부는 "장 교수의 강함은 어머니에게 오지 않았나 싶다"면서  장 교수가 마지막으로 남긴 엄마의 의미에 대해 "나중에는 말을 잘 할 수가 없었어요. 얼마나 가족들에게 말을 하고 싶었겠어요. 그런데 그냥 할 수 있는 말이 엄마 한 마디인데 그런데 엄마 한 마디안에 모든 것이 담겨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류 신부는 장 교수가 마지막 남긴 편지와 관련 "장 교수의 마음이 정말 잘 드러나 있는, 엄마에게 엄마보다 먼저 떠나는 자식으로서 우리는 불효하고 하잖아요, 그런 마음, 그러나 정말 엄마에게 위로를 주고 싶은 마음이 그런 것들이 잘 드러나 있는 편지였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류 신부는 영적 친구이기도 했던 장 교수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기도 했다.

류 신부는 "저는 사실 장 교수에게 후배인데 장 교수가 8, 9년 10년 전부터 친구로 지내길 원했고 그래서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죠. 저는 정말 장 교수 친구였던 것이 자랑스럽구요 가끔 친구라고 하기 곤란한 자리에선 저한데 농담처럼 사람들에게 이 신부님은 제 새카만 후배예요 라고 얘기하기도 했는데 정말 친구로서 부족함이 많았던 저를 한결같이 가까운 친구로 대해주었고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해도 개의하지 않고 친구로 받아준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고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 프로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이 같은  장 교수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피력한 류 신부는 고 장 교수와의 책 번역에 얽힌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2004년 여름에 장 교수가 저에게 책을 하나 번역해달라고, 원래는 자기에게 섭외가 들어온 책이었는데, 그때 제가 바쁘다는 핑계로 처음엔 거절했었어요. 그러다가 2004년 9월 8일 장 교수가 암이 전이돼서 척추암으로 입원하게 됐고 그래서 제가, 원래 저에게 대신 번역해달라는 책 내용이 미국의 유명한 여의사 레이첼 레멘이란 사람이 쓴 책인데 암 전문의이고 이 암전문의가 암환자들과 상담하고 난 후 체험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제가 매일 하나씩 번역해서 장 교수에게 이메일로 보내주고 그렇게해서 그 책을 번역하게 됐지요 제목이 '그대 만난 뒤 삶에 눈 떴네'란 제목의 책"이라고 장 교수와 책 번역에 얽힌 인연도 소개했다 .

류 신부는" 사실 이 책 제목도 장 교수가 쓴 글에서 제가 양해를 구해서 뽑게 됐는데 서문에서 장교수가 그 글 내용 하나하나가 정말 병이라는, 여기서 '그대'라는 의미가 사실은 여러 가지의미가 있지만 병을 만났을 때 오히려 새롭게 삶에 눈뜨게 되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어서 삶에 대해서 각인시켜주는 내용의 글을 써주셨던 것 기억한다"고 말했다.

류해욱 신부는 최근 서강대를 퇴직하고 지금은 강원도 홍천에서 '영혼의 쉼터'라는  피정의 집 마련을 준비중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오동선 기자는 평화방송 프로듀서입니다.


덧붙이는 글 오동선 기자는 평화방송 프로듀서입니다.
#장영희 #류해욱 신부 #예수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자식 '신불자' 만드는 부모들... "집 나올 때 인감과 통장 챙겼다"
  2. 2 10년 만에 8개 발전소... 1115명이 돈도 안 받고 만든 기적
  3. 3 김흥국 "'좌파 해병' 있다는 거, 나도 처음 알았다"
  4. 4 23만명 동의 윤 대통령 탄핵안, 법사위로 넘어갔다
  5. 5 김건희 여사 연루설과 해병대 훈련... 의심스럽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