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형 용마루에 팔작지붕 범종루, 신기하네

10여 년 전 지은 범종루 건축양식이 독특한 공주 마곡사

등록 2009.05.13 09:52수정 2009.05.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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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희귀한 건축양식인 열十자형 용마루와 팔작지붕 형태의 공주 마곡사 범종루

희귀한 건축양식인 열十자형 용마루와 팔작지붕 형태의 공주 마곡사 범종루 ⓒ 이승철

희귀한 건축양식인 열十자형 용마루와 팔작지붕 형태의 공주 마곡사 범종루 ⓒ 이승철

"저 범종루 좀 봐? 아주 특이한 모습이네, 저런 지붕을 뭐라고 하지?"

"어디 뭐가 특별하다는 거야? 저 지붕 말인가?"

"지붕도 그렇고, 저렇게 크고 유별난 범종루 본 적 있어?"

 

경내로 들어서 다리를 건너며 바라본 범종루는 정말 예사 건물이 아니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본 범종루는 멀리서 바라본 것처럼 정말 아주 특이한 건축물이었다. 지붕 용마루가 위에서 내려다보면 열 십(十)자 형태인 데다 그 네 방향의 지붕들이 모두 팔작지붕들이었다.

 

팔작지붕은 지붕 중앙에 있는 용마루에서 곧바로 추녀마루로 이어진 맞배지붕과 달리 용마루에서 내림마루로 이어지고, 내림마루에서 다시 추녀마루로 이어진 모습을 말한다. 추녀마루와 추녀마루 사이 앞에서 바라보면 한문자의 여덟 팔(八)자 같은 모양이어서 이런 지붕 형태를 팔작지붕이라고 하는 것이다.

 

범종루가 열 십(十)자 용마루와 팔작지붕의 희귀한 건축양식인 마곡사

 

더구나 건물 위에서 내려다 본 용마루의 형태가 열 십(十)자 모양의 건축물은 매우 희귀한 건물에 속한다. 이런 양식의 건축물로는 아름답기로 소문난 창덕궁 부용지에 세워져 있는 부용정이 대표적인 건물이다.

 

a  마곡사 일주문

마곡사 일주문 ⓒ 이승철

마곡사 일주문 ⓒ 이승철

a  마곡사 해탈문

마곡사 해탈문 ⓒ 이승철

마곡사 해탈문 ⓒ 이승철

그런데 이런 희귀한 건축양식의 건물이 사찰에, 그것도 범종루로 지어져 있는 것이 여간 신기한 모습이 아니었다. 이 범종루가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충남 공주에 있는 마곡사였다. 마곡사를 찾은 날은 지난 5월 5일 어린이 날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마곡사로 향하는 길가엔 노란 유채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석탄일을 지난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휴일을 맞아 마곡사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주문이 서있는 길은 넓어서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걷기가 매우 수월했다.

 

조금 걸어 올라가자 오른편 길가를 따라 흐르는 유구천 개울물이 넉넉하게 흐른다. 산은 그리 높지 않았으나 차령에서 이어진 골짜기가 매우 깊고 길어서 수량이 많은 것이리라. 한참을 걸어서야 개울 건너에 절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a  전설 속의 동물 해치 등에 앉은 곱상한 얼굴이 특이한 마곡사 사천왕상

전설 속의 동물 해치 등에 앉은 곱상한 얼굴이 특이한 마곡사 사천왕상 ⓒ 이승철

전설 속의 동물 해치 등에 앉은 곱상한 얼굴이 특이한 마곡사 사천왕상 ⓒ 이승철

a  대광보전 앞마당에 가득한 연등

대광보전 앞마당에 가득한 연등 ⓒ 이승철

대광보전 앞마당에 가득한 연등 ⓒ 이승철

그러나 그렇게 절집들을 바라보며 조금 더 걸어 올라서야 오른편으로 꺾이는 길을 지나자 해탈문이 나타난다. 일주문을 지나면 사찰 경내라고 하지만 실제 경내로 들어선 것은 해탈문을 지나서였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일행 한 사람은 해탈문을 지나면서부터 두 손을 자주 모은다.

 

다른 사찰의 사천왕상과는 모양도 표정도 전혀 다르고 특이한 마곡사 사천왕상

 

다음에 나타난 건물은 사천왕문, 그런데 문안 양쪽에 두 명씩 서있는 사천왕상들의 모양과 표정이 매우 독특하다. 우리나라에 있는 거의 모든 사찰들의 사천왕상 생김새와 표정이 모두 다르긴 하지만 이 마곡사의 사천왕상 중 하나의 모습은 아주 특별한 것이었다.

 

이 사천왕상은 비구니처럼 곱상한 얼굴이 우선 대개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는 다른 사천왕상들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더구나 이 사천왕상은 그냥 서있는 것이 아니라 전설 속의 동물로 알려진 두 눈이 동그란 해치라는 동물의 등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a  길과 담장과 연등의 어울림

길과 담장과 연등의 어울림 ⓒ 이승철

길과 담장과 연등의 어울림 ⓒ 이승철

a  마곡사 대웅보전

마곡사 대웅보전 ⓒ 이승철

마곡사 대웅보전 ⓒ 이승철

사천왕문을 지나자 개울 건너편에 수많은 연등들이 걸려 있는 마당이 바라보인다. 개울을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자 오른편에 있는 예의 범종루가 눈길을 끈다. 일반적인 범종루보다 훨씬 큰 건물일 뿐만 아니라 그 독특한 건축양식 때문이었다. 부근에서 만난 보살에게 범종루를 새로 지은 지 얼마나 되었느냐고 물으니 10여 년이 지났다고 한다.

 

연등들이 즐비하게 걸려 있는 마당 안쪽의 보물 799호인 5층 석탑 뒤에 서있는 커다란 건물이 보물 802호인 대광보전이었고, 그 뒤채가 역시 보물 801호인 대웅보전이었다. 마곡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 사찰이다.

 

이 사찰은 '마곡사 사적입안'의 기록에 따르면 서기 640년(신라 선덕여왕 9)에 자장율사가 창건하였다. 그 후 고려 명종 때인 1172년 보조국사 지눌이 중수하고, 범일이 재건하였으며, 그 후에는 도선국사가 중수하고 순각이 보수하였다. 사찰의 역사는 기나긴 1500여 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창건 당시에는 건물 30여 채의 대사찰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몇 채의 건물만 남아 있었다.

 

대광보전을 오른편으로 돌아 올라가는 길은 오른편에 멋스러운 담장과 매달아 놓은 연등들이 운치를 더하여 준다. 단청이 벗겨져 고색창연한 대광보전과 달리 단청이 고운 대웅전 안에는 몇 사람의 신도들이 예불을 하고 있었다.

 

a  마당가에 있는 특이한 모양의 소나무

마당가에 있는 특이한 모양의 소나무 ⓒ 이승철

마당가에 있는 특이한 모양의 소나무 ⓒ 이승철

a  영은암 입구 전나무 숲길

영은암 입구 전나무 숲길 ⓒ 이승철

영은암 입구 전나무 숲길 ⓒ 이승철

주변에 여섯 개의 암자가 있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고찰 마곡사

 

대웅전 앞을 지나 돌아 내려오는 오른편 가까운 곳엔 골짜기를 돌고 돌아 흘러온 유구천 큰 개울물이 시원한 풍광이다. 다시 대광보전 앞마당으로 내려오는 건물 앞에는 땅바닥 가까이 옆으로 자란 소나무 고목 한그루가 이채롭다.

 

"저 범종루 말인데 저런 건축양식은 건축하기도 힘들고 공사비도 많이 드는 건물이거든, 저 건물 세월이 오래 흐른 후엔 우리나라의 국보 건축물이 되지 않을까?"

 

"글쎄, 그거야 알 수 없는 일이지, 그렇지만 전국의 어느 사찰에도 저런 건축양식의 범종루는 없을 거야, 참으로 멋진 건물임에 틀림없어"

 

마당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잠깐 쉬고 있던 일행들도 범종루의 특이한 건축양식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열 십자형 용마루와 팔작지붕의 범종루는 건축물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매우 특이하고, 아름답고, 멋진 건축물로 바라보였기 때문이리라.

 

마곡사를 둘러보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나가는 입구에 있는 관광안내도를 살펴보니 마곡사 주변의 산자락 여기저기 여섯 개의 암자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역시 역사 깊은 고찰이며 교구 본사 사찰답게 주변에는 많은 암자들이 산재해 있었던 것이다.

 

a  유채꽃밭에 드리운 산 그림자

유채꽃밭에 드리운 산 그림자 ⓒ 이승철

유채꽃밭에 드리운 산 그림자 ⓒ 이승철

"이 길이 영은암으로 올라가는 입구로구먼, 전나무 숲이 멋있잖아?"

 

해탈문을 지나 길을 돌아 내려오는 오른편으로 정말 멋진 전나무 숲길이 바라보인다. 숲길 옆 나무그늘에는 할머니 몇 분이 앉아 산나물들을 팔고 있는 모습이 조용하다.

 

주차장이 가까워지는 유채꽃밭에 이르자 그 사이 기운 해가 꽃밭 위로 산 그림자를 드리웠다. 뉘엿뉘엿 기우는 해를 아랑곳하지 않고 마곡사를 찾아가는 사람들은 그때까지 줄을 잇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마곡사 #용마루 #팔작지붕 #이승철 #범종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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