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새 신부 같으세요", 줄 선 어르신들

영정사진 촬영 등 계룡시 농소리서 자원봉사 한마당잔치 열려

등록 2009.05.14 15:44수정 2009.05.1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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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작은 시골마을에서 무슨일이 있는걸까?  도농복합도시 계룡시에서 가장 오지마을인 농소리에 오랜만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았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무슨일이 있는걸까? 도농복합도시 계룡시에서 가장 오지마을인 농소리에 오랜만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았다. ⓒ 김동이


오랜만에 낯선 이방인들의 방문이 반가운지 순서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얼굴은 내내 웃음기로 가득했다.


또한, 어르신들을 향한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을 읽었는지 날씨 또한 화창했고, 산속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도 더위를 식혀줄 만큼 적당하게 불어왔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아침부터 산골오지마을이 행사를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바쁜 움직임으로 시끌시끌했다.

a 농소리로 가는 길  풍선아트가 길을 장식하고 있다.

농소리로 가는 길 풍선아트가 길을 장식하고 있다. ⓒ 김동이


강원도 두메산골보다는 덜하지만 도농복합도시인 계룡시에서 가장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농소리 마을에서는 계룡시 자원봉사센터와 충청남도 자원봉사센터가 공동 주관하는 '충남사랑 자원봉사의 날 행사'가 열렸다.

충청남도 자원봉사센터가 지역의 오지마을을 대상으로 순회하며 개최하고 있는 이 행사의 대상마을로 선정된 농소리 마을은 계룡시가 인구 5만 내지 6만 명 유치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계룡대실지구 개발사업의 중심지역으로 올 하반기부터 보상이 시작되면 보상을 받고 떠나야 하는 마을이어서 이번 이방인들의 방문이 더없이 반갑게 느껴졌을 것이다.

행사준비를 마치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마을회관과 마을의 정자나무 아래에 마련된 체험행사장에서 진행되었다.


동정은 반듯해유? 잘 찍어줘유

a 영정사진 촬영 한 할머니가 꽃단장을 하고 영정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영정사진 촬영 한 할머니가 꽃단장을 하고 영정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 김동이


행사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장면은 마을 어르신들의 영정사진을 찍는 모습이었다.


16절지 종이에 쓴 이름표를 들고 순서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은 조금이라도 더 사진이 잘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지는 모습이었다.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어르신들의 뒤쪽에는 또다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할머니들의 줄이 있었는데, 이는 바로 자원봉사자가 연출해주는 화장을 하기 위해 대기하는 모습이었다.

화장을 하는 자원봉사자는 할머니들의 사진이 잘 나오게 하기 위해서 눈썹 하나, 립스틱 하나, 분칠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었고, 대기하고 있는 할머니들은 화장을 마친 할머니의 옷매무새를 바로잡아 주는 등 영정사진 촬영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곱게 화장을 마친 할머니는 사진촬영을 위한 의자에 앉고는 아직도 옷매무새가 마음에 걸리는 듯 사진사에게 다시 되묻는다.

"동정이 반듯히유? 삐뚤지는 안이유?"
"좋습니다. 할머니! 여기 보세요. 자~찍습니다. 하나, 둘, 찰칵~"


영정사진 촬영을 마친 어르신들은 사진 찍기가 무섭게 영정사진 촬영장 옆에 마련된 뜸과 침 시술소로 발걸음을 향한다.

어디가 아프세요? 어르신들을 위한 뜸, 침 시술

"어디가 아프세요? 손 내밀어 보세요."

a  쑥뜸 시술을 받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

쑥뜸 시술을 받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 ⓒ 김동이


마을의 정자나무 아래에는 뜸과 수지침을 시술하는 체험행사장이 마련되었고, 평소 몸이 불편했지만 거리가 멀어 보건소를 이용하지 못했던 어르신들은 뜸과 침을 체험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마침내 뜸 시술이 시작되고 행사장은 향긋한 쑥 내음새로 물들었다. 뜸 시술을 받는 어르신도 만족스러운 듯 조금씩 타 들어가고 있는 뜸을 주시하며 편안한 시간을 가졌다.

a 수지침 "손을 내밀어 보세요"

수지침 "손을 내밀어 보세요" ⓒ 김동이


또한, 뜸을 뜨고 있는 옆에서는 어르신들에게 불편한 부위를 물어본 뒤 부위에 따라 수지침을 놓고 있었다. 손가락 가득 수지침이 놓아지자 시술한 자원봉사자는 침을 뺄 시기를 친절하게 일러주기도 했다.

오늘은 새신랑 같으세요... 이미용 봉사

a  머리를 다듬고 있는 할머니. 잠시 명상에 잠기셨네요.

머리를 다듬고 있는 할머니. 잠시 명상에 잠기셨네요. ⓒ 김동이


쑥뜸 냄새를 뒤로 하고 마을회관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양지바른 곳에서는 어르신들이 목에 보자기를 두르고 이발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발을 하는 자원봉사자에게 머리를 맡긴 어르신들은 잠시 명상에 빠지기라도 한 듯 눈을 지그시 감고는 이발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외지라서 그런지 한동안 다듬지 않은 덥수룩한 머리는 자원봉사자의 가위가 지나가자 조금씩 말끔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다 되셨어요. 할머니! 새신부 같으세요."
"새신랑 같네 그려."


이발이 끝나자 이발을 담당했던 자원봉사자와 이발하는 모습을 구경하던 마을 어르신들이 기분 좋은 말로 한마디씩 거든다.

a  말끔한 할아버지. "새신랑 같으세요"

말끔한 할아버지. "새신랑 같으세요" ⓒ 김동이


이발을 마친 어르신들은 깔끔해진 모습으로 영정사진 촬영을 위해 정자나무 아래로 발걸음을 옮긴다.

a  자원봉사자들이 환경수세미를 뜨게질로 뜨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환경수세미를 뜨게질로 뜨고 있다. ⓒ 김동이


a  재향군인회여성회가 어르신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뒷건물이 새옷으로 갈아입은 마을회관.

재향군인회여성회가 어르신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뒷건물이 새옷으로 갈아입은 마을회관. ⓒ 김동이


이 밖에도 이날 행사장에는 환경수세미 뜨개질과 풍선아트, 스포츠마사지 등의 다채로운 체험행사가 펼쳐졌으며, 두마면 재향군인회여성회에서는 어르신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준비하는 등 풍성한 행사가 펼쳐졌다.

특히, 이날 행사를 통해 그동안 낡은 옷을 입고 있었던 마을회관도 내부 도배 등 새옷으로 갈아입는 횡재를 누리기도 했다.

한편, 오전 체험행사에 이어 오후에는 이벤트 행사로 어르신 노래자랑과 축하공연 등이 마련돼 이날 계룡시의 오지마을인 농소리 마을 어르신들은 마을을 떠나기 전에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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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이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계룡시 #농소리 #계룡시자원봉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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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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