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이 없거나, 수사할 마음이 없거나

[검찰의 생각 vs. 시민의 생각③] 촛불진압 경찰폭력 사건 수사

등록 2009.05.18 16:47수정 2009.05.1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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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지난 3월 25일 "이명박 정부 1년 검찰보고서"를 펴낸 바 있습니다. 이 보고서의 2부에는 25건의 사건을 선정해 검찰의 수사진행경과와 결과, 그리고 수사담당자와 지휘라인, 간단한 평가를 담았습니다. 이 검찰보고서가 발표된 지 40여 일이 지난 5월 6일 대검찰청은 '참여연대의 "이명박정부 1년 검찰보고서"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라는 32쪽짜리 장문의 반박자료를 발표하였습니다.

참여연대(사법감시센터)와 오마이뉴스는 검찰의 주장과 설명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시민들이 다시 검찰의 주장에 대해 의견을 말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검찰이 반박을 한 것 중 다음 4개의 사건 수사에 대한 검찰의 주장을 4회에 나누어 소개합니다. △ 촛불집회(참가자) 수사, △ 미네르바 박 모씨 수사, △ 촛불집회 참가시민 폭행 경찰 고소사건 수사, △ 용산참사 수사.

검찰의 주장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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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는 '촛불'에 대한 경찰의 폭력진압에 대한 보고서를 내면서 "경찰 및 경비 장비의 오용을 포함하여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경찰력의 행사, 자의적 체포 및 구금, 적절한 훈련을 거치지 않은 경찰력, 경찰의 책임규명 미비" 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진 속 인물은 노마 강 무이코 국제 앰네스티 동아시아지역 담당조사관 ⓒ 유성호


E. H. 카가 말했다던 "역사는 과거와 현재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됩니다. 뜬금없이 무슨 말이냐고요? 지난해의 '촛불'을 두고 벌이는 일련의 '기억투쟁'을 보면서 드는 생각입니다.

해외에서 만난 시민운동가는 한국의 촛불을 'tender candle demonstration'라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영국 언론인 가디언은 촛불에 대해 "거대한 생일 케이크 같아 보였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축하하는 것은 아니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죠.

국제앰네스티는 '촛불'에 대한 경찰의 폭력진압에 대한 보고서를 내면서 "경찰 및 경비 장비의 오용을 포함하여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경찰력의 행사, 자의적 체포 및 구금, 적절한 훈련을 거치지 않은 경찰력, 경찰의 책임규명 미비" 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 '기억'에 대한 혼돈스러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촛불시위에 참가했던 단체들을 무더기로 '불법시위관련단체'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또한 검찰은 시위단순참가자들에게도 '일반교통방해' 등의 죄목을 일률적으로 적용하여 기소했지요. 반면에 무리한 경찰진압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사의 진척이 없으며 기소여부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이명박 정부 1년 검찰 보고서'에서, 이와 같은 촛불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발생한 폭력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공정한 검찰권 행사와 법질서 준수라는 점에서 공권력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한 잣대를 대야 할 검찰이 사실상 수사를 방치한 대표적 사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따라서 이는 "정치적 편향성과 함께 검찰이 주장하는 공명정대함과 법질서 준수가 허구라는 비판을 초래하고 있는 수사"라고 비판했지요.

여기에 대해 검찰이 발표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실제 행위자가 특정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고소된 사건"이며 "수사를 방치한 것이 아니라 경찰로 하여금 현재 관련 동영상 등을 분석하여 실제 행위자를 특정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 중"이랍니다. 실제 촛불 경찰폭력으로 고소고발된 사건들은 서울중앙지검에서 다시 서울종로경찰서 수사과 지능1팀으로 넘어가 있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겠죠, 라고 넘어갈 수, 있을까요? 다른 일도 바쁠 텐데. 실제 경찰폭력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고소한 사람의 입장은 어떨까요? 그 사람도 그렇게 관대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능력이 없거나, 수사할 마음이 없거나
하원상 (경찰폭력 피해자)

실제 행위자가 특정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고소된 사건이며, 수사를 방치한 게 아니라 동영상 분석 등을 통하여 행위자를 특정하도록 구체적인 수사 방향 등을 지휘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경찰의 욕설과 급소가격, 물대포에 의한 결막출혈, 요추부 좌상 등의 피해를 입어 어청수 경찰청장 등을 고소하였고 이에 대한 고소인 자격으로 종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고소장을 제출한 때가 2008. 6. 중순 정도였고, 고소인 조사를 받은 때가 2008. 7. 하순경이었을 것이다.

검찰 보고서는 동영상 분석 등을 통하여 피고소인들을 특정하고 있다고 하는데 적어도 특정이 필요 없는 경찰청장이나 당시 현장을 지휘한 간부들에 대해서는 처리를 못하는지 알 수가 없다.

검찰의 표현에 따른 촛불집회 주동자라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불과 얼마 되지도 않아 수배 내려진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이들에 대해서도 동영상 분석하고 사진채증해서 한 것인가? 그럼 경찰의 수사장비나 수사능력이 훌륭한 것일 텐데, 이런 능력이라면 고소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서 피고소인들에 대한 동영상 분석은 벌써 나왔어야 하고, 그래도 더 분석이 필요하다면 이들 중 동영상 분석이 필요 없는 집회 진압 지휘자들에 대한 조사결과가 나와도 네, 다섯 번은 나왔어야 할 것이다. 동영상분석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보면 결국 수사를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니 사실상 수사를 지휘하지 않고 있거나, 검찰 표현대로 수사 지휘를 한다고 하더라도 수사결과가 신속하게 나오지 않도록 수사 지휘를 하고 있다고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고소인 조사가 끝나고 담당 형사가 한 마디 던졌다. "불법집회에 참여한 거 같은데 참여한 게 아닌가요?" 조서에 기재되어 있는지 알 수 없다. 고소인 조사를 담당했던 일선 경찰의 시각이 이러할진데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은 과연 고소인들을 피해자의 입장에서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지, 아니면 고소인들을 불법집회에 참여한 범법자들의 고소여서 시큰둥하게 수사지휘를 하고 있는 게 아닌지 궁금하다.

어느 누가 봐도 피고소인의 특정이 어려울 게 없는데 지금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능력이 없거나, 수사할 의지가 없거나.

 [촛불집회 진압 경찰폭력 피고소 사건 수사]
'참여연대 검찰보고서' vs. '참여연대 보고서에 대한 검찰의 입장'
['참여연대 검찰보고서' 수록 내용 중]

사건 개요

촛불집회 참가한 시민들 중에 집회를 강제해산하거나 참가자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이 폭력을 행사하거나 규정을 벗어난 장비를 사용한 일들이 빈번하고 또 불법체포감금하는 일들이 다수 발생하였음. 이런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직접 폭력을 행사한 경찰관을 비롯해 그 지휘관들을 고소한 사건임.

약평

공정한 검찰권 행사와 법질서 준수라는 점에서 공권력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한 잣대를 대야 할 검찰이 사실상 수사를 방치한 대표적 사건으로 정치적 편향성과 함께 검찰이 주장하는 공명정대함과 법질서 준수가 허구라는 비판을 초래하고 있는 수사임.

['참여연대 보고서에 대한 검찰의 입장' 수록 내용 중]

○실제 행위자가 특정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고소된 사건임
○수사를 방치한 것이 아니라 현재 관련 동영상 등을 분석하여 실제 행위자를 특정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중에 있음
○검찰은 경찰로 하여금 관련 동영상 분석 등을 통하여 실제 행위자를 특정하도록 하고 구체적인 수사 방향 등을 지휘하고 있으므로 '사실상 수사를 지휘하지 않음'이라는 기재는 사실과 다름

#검찰 #검찰보고서 #참여연대 #검찰1년보고서 #대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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