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그래도 꿈꾸며 살아야죠

그들만의 꿈의 시작 : Contemporary Space

등록 2009.05.15 14:56수정 2009.05.1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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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ontemporary Space" - 동시대의 공간이라는 다소 애매모호한 이름이었지만, 이곳은 두 젊은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꿈을 펼쳐나가는 공간이었다.

"Contemporary Space" - 동시대의 공간이라는 다소 애매모호한 이름이었지만, 이곳은 두 젊은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꿈을 펼쳐나가는 공간이었다. ⓒ 남재현


88만원 세대? 어느 날부터 이 용어는 세계경제위기와 극심한 취업난을 직면한 대학생, 넓게는 20대를 지칭하는 말로 자리잡았다. 88만원 세대라는 말은 지금의 20대 상위 5%만이 대기업, 공기업, 고급 공무원과 같은 탄탄하고 안정적인 직장에 자리를 잡게되고, 나머지는 비정규직으로 살게되며 그 중에서 20대가 받는 임금은 평균 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한 88만원 정도 될 것이라는 예상을 드러낸 용어이다.


그래서 취업 준비생들은 상위 5%에 들어가기 위해 너나 할것없이 해외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대기업 인턴에 지원하며,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을 따며 바쁜 나날을 보낸다. 대학생은 1학년 때부터 학점을 잘주는 교수들의 수업을 골라 선별적으로 듣고, 토익, 토플과 같은 영어 자격시험에 목을 맨다. 얼마전 뉴스에선 수능이 끝난 고3 수험생들이 대학 입학 전에 행정고시, 사법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고시학원에서 선행공부를 한 이야기가 나왔었다.

그렇다면 상위 5% 들어가기 위한 많은 준비 속에서 빠진 것은 무엇일까? 바로 개인의 적성과 흥미 정도이다. 자신의 적성과 흥미 정도를 무시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안정적인 직업으로의 무조건적인 지향은 결국 나중에 낮은 직업 만족도로 드러났다. OECD가 5월 4일 발표한 '2009년 회원국 사회지표'에 따르면 직업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한국이 69%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였다.

최용훈(27), 김소정(25)이라는 두 젊은이가 연 "Contemporary Space"라는 옷가게는 이런 상황 속에서 비단 단순한 옷가게로 보여지진 않는다. 그들은 그 속에서 요즘 대부분의 20대 젊은이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며 사회와 소통하고 있었다.

두 젊은이를 만난 건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였다.

a  최용훈(오른쪽)씨가 가게에 대한 소개를 해주고 있다.

최용훈(오른쪽)씨가 가게에 대한 소개를 해주고 있다. ⓒ 남재현


 -가게의 이름이  'Contemporary Space'인데 그 의미가 무엇이죠?
"직역을 하면 '동시대의 공간'이라는 뜻이잖아요. 일종의 편집 매장이죠. ABC마트 아시죠? 그 곳에 가면 나이키, 아디다스를 비롯한 신발과 관련된 정말 많은 메이커들의 상품이 있잖아요. 저희 가게도 지금 시간, 지금 때의 여러 디자인의 옷을 모아놓았다는 뜻이에요."


 -이 가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이화여대 패션디자인학과 졸업 후, 보그코리아에 수습디자이너로 3개월간 근무하였어요. 그러나 그 회사에서는 내가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들 수 있는게 아니라 제가 속한 회사의 브랜드를 위한 옷을 생산해야만 했죠. 그런 회사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을 즈음에 서울시와 동아TV가 공동으로 진행한 '신진디자이너 콘테스트'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4월 중순쯤 콘테스트 종료후 동대문의 두산타워에서 1층 디자이너 셀렉션샵의 운영자를 찾고 있다는 것을 콘테스트를 통해 알게 된 분으로부터 알게되었고, 그 콘테스트에 같이 참가한 최용훈씨와 공동으로 가게를 시작하게 되었죠."(김소정)

"국민대 의상디자인학과 졸업후 어학과 디자인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연수를 다녀올 생각 이었지만 동아TV의 'Wannabe Fashion Designer'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그 프로그램 후에 두산타워에서 가게 운영자를 찾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고, 제가 만든 작업물에 대한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제출하고 뽑혀서 5월 1일 'Contemporary Space' 열게 되었죠."(최용훈)


 -신진디자이너콘테스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해주시겠어요?
"동아tv의 'Wannabe Fashion Designer'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한 35명의 참가자 중 총 15명을 선발하여 SETEC에서 2009 서울 춘계 패션위크 패션쇼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주는거죠. 그리고 그 15명의 진출자는 서울시에서 지속적인 인큐베이팅을 받을 수 있어요."

(*좀 더 자세한 사항이 궁금하시면 http://www.dongatv.net/program/wannabefd/를 참조해주세요.)

a  'Contemporary Space' 의 가게 전경사진. 오른쪽 작품이 김소정씨의 서울 춘계 패션위크 패션쇼 출품작.

'Contemporary Space' 의 가게 전경사진. 오른쪽 작품이 김소정씨의 서울 춘계 패션위크 패션쇼 출품작. ⓒ 남재현


 -가게에 진열된 옷들은 어떻게 만들어진거죠?
 "과거 디자인했던 옷을 좀더 상업적으로 바꾸어서 만든다든가 아니면 이번 'Wannabe Fashion Designer'라는 프로그램에 사용한 디자인의 옷을 사용하기도 했어요. 아직 제 작품은 가게에 들어오지 않았고요. 김소정씨의 작품은 2~3일 후부터 가게에 진열되죠. 또 도식화한 디자인을 옷을 만드는 전문업체에 맡겨 소량생산하여 판매하기도 하죠. 아니면 동료 디자이너 혹은 위탁받은 디자이너의 옷을 판매합니다. 한 10명 정도의 디자이너 옷이 있어요."

 -소위 짝퉁옷이라고 불리는 옷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불법음반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현대는 지식이 곧 돈이 되는 사회인데 그렇게 본다면 개인이 디자인한 옷 혹은 회사에서 디자인해서 나온 옷 같이 의상 디자인 자체도 하나의 지식자산으로 보아야해요. 그러나 짝퉁옷을 통한 지식의 복제로 지식자산의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이 아닌 복제를 한 사람이 그 가치를 옮겨받는 것은 도둑질과 같은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동대문이 처음 알려지게 된 것은 유명 브랜드의 카피본으로 인해서가 아닌가요?
"동대문의 모태가 된 것이 바로 그러한 Fast fashion이었죠. 이것은 빨리 생산을 해서 빨리 이득을 취하겠다는 정신에서 나온 것인데요. 이런 것으로 인해서 유명브랜드의 카피본이 버젓이 가게에 걸리게 되고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옷도 생산되게 되는거죠. 저희는 그런 것을 지양하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은 동대문도 과거 이런 방식에서 많이 벗어났어요. 주위를 한번 봐보세요."

a  인터뷰 질문에 응해주시는 최용훈(가운데)씨와  김소정(오른쪽)씨

인터뷰 질문에 응해주시는 최용훈(가운데)씨와 김소정(오른쪽)씨 ⓒ 남재현


 -디자이너 셀렉션샵이면 옷의 가격이 많이 비싸겠네요.
"아니에요. 물론 다소 비싼 옷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옷도 있어요. 옷의 가격은 옷의 품질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품질에 맞는 가격을 내려고 하죠."

 -현재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난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의상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들도 온라인 쇼핑몰을 쉽게 만드는게 요즘의 현실이잖아요.
"그것은 개인의 취향과 진로에 따라 결정한 행동이기 때문에 제가 뭐라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아요. 옷에 대한 열정과 정열이 있고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만의 가게를 갖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러나 일부 매체에서 소개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소위 '대박'을 친 사람들의 얘기만 듣고 돈을 목적 삼아 가게를 여는 것은 제가 걷고자 하는 길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요즘 대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적성보다는 안정성과 남들의 인정에 신경을 써서 선택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어떤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시나요?
"이런 현상은 그 나라의 의식 수준을 반영한다고 생각해요. 외국에서는 청소부나 버스기사라고 해서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직업이 아니거든요. 또 어렸을 적 꿈이 만약 트럭 운전사였다면 정말 그것을 자신의 직업으로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종종 찾아 볼 수 있고요.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자기 만족보다는 부나 명예를 중요시 여기는 의식수준을 가지고 있어요.

이걸 옷에 예를 들어 설명을 하자면 전세계에서 브랜드 충성도가 가장 높은 나라를 꼽으면 한국과 중국을 꼽을 수 있어요. 옷의 핏이라든가, 디자인 등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옷의 브랜드로 그 옷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죠. 예를 들자면 외국의 C브랜드의 옷은 한국인의 체형에 거의 맞지 않죠. 전체 몸의 사이즈에 비해 팔의 길이가 너무 길게 나왔거든요. 그러나 이 브랜드는 한국에서 굉장히 인기를 끄는 브랜드 중 하나예요.

이러한 사실이 증명하고 있는 사실이 바로 한국인의 의식수준이죠. 학생들은 어렸을 적 자신이 관심이 있고 하고자 하는 방향이 있었지만 부모님의 권유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 아니면 경제적 이유 때문에 그것을 포기하고 있는데요. 그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에요. 또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는 행동이고요.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때 사회구성원으로서 사회에 일조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나 어느 어느 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해"라는 얘기보다 "나 동대문에서 가게 운영해"라는 얘기를 전혀 거리낌 없이 할 수 있겠네요?
"제 명함에 가게 이름과 동대문 어디어디에 있다고 써놨잖아요. (웃음)"

a  가게의 명함. 'Contemporary Space'라는 가게 이름과 위치, 이름이 반듯하게 적혀있다.

가게의 명함. 'Contemporary Space'라는 가게 이름과 위치, 이름이 반듯하게 적혀있다. ⓒ 남재현


 -그럼 끝으로 마지막 질문하나 더 드릴께요. 최종목표가 무엇이에요?
"지구 정복이요. 일단은 이번 가게를 하며 뭔가를 배워 더 발전해나가는게 목표에요"(최용훈)

"패션학교를 설립하는 거예요. 지금 패션을 공부할 수 있는 곳이 대학교, 학원밖에 없거든요. 저는 대학과 학원 개념이 아닌 패션을 알고 사랑하는 사람이 나이, 성별 등에 상관없이 모두 모여 서로 토론하고 공부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또 꾸뛰르를 해보고 싶어요. 이것은 기존의 옷가게는 이미 만들어진 완제품을 판매하는 형식이었잖아요. 저는 어떤 디자인의 형태를 손님이 고른 후 제가 직접 그 고객님의 사이즈, 취향, 신체적 특징 등을 고려해서 맞춤복을 만들어 드리는 가게를 만들고 싶어요. 그것이 제 꿈이죠."(김소정)
#88만원 세대 #꿈 #디자인 #동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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