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는 왜 진보를 좋아하는가?

등록 2009.05.16 10:47수정 2009.05.1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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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황석영 작가의 동행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변절이라느니 그런 시각에서만 볼 것은 아니라느니. 지난 14일 밤, MBC <100분 토론>에 나온 한 시민논객의 발언도 있었지만, 우파 대통령과 좌파 문인의 동행은 얼마든지 아름다운 만남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황석영은 중도와 중도의 만남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우리는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런 변명이 필요하였을까?

 

변절은 '절개나 지조를 지키지 않는 것'이다. '진보'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닌 이상, 황석영이 진보에서 하루아침에 중도가 되었다 하더라도 변절은 아니다. 그러면 왜 그렇게 섭섭한 기분을 버릴 수 없는 것일까? BBK동영상으로 대표되는 수많은 부패의혹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명박 당선저지 운동에 앞장섰던 황석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변절은 틀린 말이 아니다. 진보를 배반한 것이 아니라 정의를 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 좌파가 많이 달라졌다. 생산관계도 바뀌어 고전적인 이론 틀로는 안 된다. 큰 틀에서 (이명박 정부에)동참하겠다."

 

충격적이다. 황석영은 단지 이명박이 보수라는 이유로 '이명박 당선저지운동'을 하였다는 말인가! 이 나라의 보수가 진정한 보수가 아니라 보수의 탈을 쓴 부패세력이기 때문이 아니었나? "한국인들은 부패혐의가 있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하였다"라는 외신들의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황석영이 변절하던 날. 그 날 밤 100분 토론에서 또 한번 우리들의 슬픈 현실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진보와 보수, 갈등을 넘어 상생으로. 언제 우리가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있었던가? 부패한 정치권력이 끊임없이 백성들을 억압하고 기만해 온 역사에서 누가 보수이고 누가 진보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진보논객 손석춘 박사의 '야박한 부자세금'에 눈물나게 공감한다. 그러나 여당이 감세를 추진하고 그에 맞서 더 많은 세금과 복지를 주장할 때, 행여나 재벌과 부패권력들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점에서 보수논객 이상돈 교수의 '여당의 감세와 야당의 복지'라는 날카로운 지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부자들이 얼마나 많은 세금을 부담하여야 하는가에 관하여, 과연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대립할 필요가 있을까? 여당의 감세도, 야당의 복지도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종부세나 양도세는 분명 중요한 이슈다. 그러나 시급한 것은 진보적 가치 또는 보수적 가치가 아니라, 조세정의에 있다. 왜 전직 국세청장이 기획출국(?)하여야 했는지, 그런 상황에서 왜 '국세청선진화'라는 밀실개혁이 진행되어야 하는지, 천․박․한 게이트가 붉어지는 상황에서 '천신일특검' 주장이 고개를 들다가 왜 조용히 수그러드는지, 그리고 삼성특검은 왜 허무하게 세월을 넘기고 있는지를 따지지 않는다면, 모든 논쟁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기만에 불과할 뿐이다.

 

조세정의가 바로 섰을 때, 증세가 가능하고 비로소 복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부자감세'를 내세워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대한민국 부자들이 1~2%의 세금에 목숨 거는 야박한 부자들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서민들이 몇 푼 복지에 좌지우지되는 그런 나약한 존재가 아니다. 설령 야박한 부자들이나 의존적인서민들이 일부 있다 하여도, 그 역시 정치놀음의 산물인 것이다.

 

평범한 국민들은 증세․감세 따위를 갈망하지도 분노하지도 않는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 상생으로 가고 싶지도 않다. 진보와 보수라는 숭고한 이념의 프레임에 가려 걷잡을 수 없이 추악해지는 권력과 재벌과 지식인들을 보고 싶지 않을 뿐이다. 황석영과 이명박 정권의 만남은, 황석영 쪽에서나 이명박 대통령 쪽에서나 잘못된 만남이다. 국민을 기만하는 수작이기 때문이다. 황석영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말을 던진다. 독자들이 당신을 존경하였던 것은, 당신이 진보주의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에게서 인간의 냄새가 났긴 때문이라고. 어느 판사들의 고백처럼 머리가 아프고 가슴만 답답하다.

2009.05.16 10:47ⓒ 2009 OhmyNews
#황석영 #천신일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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