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이 竹이네"

비온 뒤 죽순 쑥-쑥- 자라는 담양

등록 2009.05.18 11:41수정 2009.05.1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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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순. 대의 땅 속 줄기 마디에서 돋아나는 어린 순이다. 요즘 대밭의 색다른 볼거리다. ⓒ 이돈삼


비가 내렸다. 봄비치고는 꽤 많은 양이다. 대지를 촉촉이 적셔 계속된 갈증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 여러 모로 생기를 불어넣어준 봄비였다. 비 그친 뒤 날씨가 어느 때보다 맑다. 하늘도 드높다. 하지만 한낮의 햇살은 장난이 아니다.

여름이 멀지 않았다. 벌써 시원한 그늘이 그리워진다. 한낮에도 서늘한 대숲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전라남도 담양이다. 대숲은 시끌벅적한 것보다 한적할 때 제 멋이다. 호젓한 운치도 좋다. 댓잎이 몸을 부대끼며 내는 감미로운 연주음악도 눈과 귀를 황홀하게 한다.


대가 기지개를 켜는 소리도 들려온다. 톡-톡- 땅을 뚫고 올라오는 죽순의 소리다. 죽순이 한창 올라오고 있다. 죽순은 대의 땅 속 줄기 마디에서 돋아나는 어린 순이다. 대밭의 색다른 볼거리다. 죽순은 또 식욕을 돋워주는 데도 제격이다. 길이가 40∼50㎝ 정도일 때 가장 맛있다.

죽순은 생장이 참 빠르다. 품종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평균 하루에 50∼60㎝씩 자란다. 기록에 의하면 하루에 110㎝나 자란 것도 있다. 시쳇말로 자고 일어나면 쑥-쑥- 자라 있다. 대밭에 들어갈 때 죽순에 표시를 해놓았다가 나올 때 보면 얼마만큼 자란 것이 보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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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 쑥- 자라 껍질을 벗고 있는 죽순과 갓 돋아난 죽순.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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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녹원. 전라남도 담양에 있는 대숲 테마공원이다. ⓒ 이돈삼


죽순은 비 온 뒤 쑥-쑥- 더 잘 자란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도 여기서 나왔다. 죽순 따는 시기가 짧은 것도 그것 때문이다. 잠깐 한눈 팔면 금세 커서 대가 돼버린다. 맹종죽이 4월 중순 이후, 솜대(분죽)은 5월에 죽순이 돋아난다. 왕대는 6월에 많이 나온다. 죽순이 어엿한 대로 자라는 기간은 통상 30∼45일 정도 걸린다.

이 기간 성장이 끝나면 단단해지는 일만 남는다. 대가 홀쭉이로 자랄 것인지, 통통한 것으로 클 것인지도 죽순에서 결정이 된다. 떡잎 때 알아본다고. 죽순 때 홀쭉이는 다 자라서도 홀쭉이다. 처음 통통했던 것은 영원한 뚱뚱이가 되는 것이다.

대의 나이는 대 표면의 색깔로 구별한다. 속이 비어 있기에 나이테가 없다. 게다가 대는 나무도 아니다. 풀로 분류된다. 표면이 연한 색이 어린 것, 진할수록 어른 대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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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에 자라난 죽순. 대숲 여행에 동행한 슬비가 제 키보다 큰 죽순을 가리키고 있다. ⓒ 이돈삼


담양에는 대숲의 청량함을 만끽할 수 있는 대숲이 여러 군데 있다. 관방천변에 있는 죽녹원은 여러 해 전 담양군에서 개인 소유의 대밭을 사들이고 단장해서 여행객들에게 개방한 죽림욕장이다. 드넓은 동산에 죽제품의 재료가 되는 분죽(솜대)과 국내에서 제일 지름이 큰 맹종죽, 왕대 등이 자라고 있다. 댓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먹고 자라는 죽로차도 대숲에 많이 있다.

운수대통 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죽마고우길 등 별난 이름의 대숲 산책길이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대숲 전망대와 인공폭포도 있다. 어린아이 손잡고 거닐기에도 무난하다. 토요일 오후에 가면 대숲마당에서 열리는 예술공연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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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로차. 죽녹원 대숲에서 이슬을 먹고 자라는 차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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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연못. 담양 죽향문화체험마을 안에 있다. ⓒ 이돈삼


지난달 문을 연 죽향문화체험마을도 연계해서 돌아볼 수 있다. 여기에는 가사문학의 산실인 담양을 대표하는 면앙정을 비롯 송강정, 식영정, 광풍각, 명옥헌을 축소해 만든 정자가 시선을 끈다. 여기저기 발품을 팔지 않고도 한번의 방문으로 여러 누정을 둘러보고 그 분위기까지 느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1박2일> 출연자들의 베이스캠프로 쓰였던 우송당은 담양읍에 있던 명창 박동실의 판소리 무대를 옮겨 복원해 놓은 곳으로, 판소리 체험공간이다. 우송당 뒤에 이른바 '이승기 연못'도 있다. 전통한옥 형태에 현대적 편의시설을 갖춘 한옥민박 체험장도 있다. 대숲에서 자생하는 죽로차를 만들고, 이것을 맛볼 수 있는 죽로차 제다실도 있다. 잔디광장도 넓고 산책도로 잘 다듬어져 있다.

죽녹원 말고 일반인들이 가볼 수 있는 대숲이 또 있다. 담양읍에서 순창방면, 금성면 봉서리에 가면 대나무골테마공원이 있다. 언론인이면서 사진작가인 신복진씨가 40여 년 동안 한결같이 가꿔온 대숲공원이다. 대와 소나무는 물론 초록의 잔디운동장도 있다.

장성방면, 대전면 행성리에 담양대숲도 있다. 이들 대숲은 모두 광고나 영화 등을 통해 눈에 익은 곳들이다. 하여 산책로를 따라 대숲을 거닐다 보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대숲에서 즐기는 죽림욕은 운치가 있다. 건강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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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정. 담양에 있는 누정 가운데 하나. 담양군 봉산면에 있다. ⓒ 이돈삼


대숲 말고도 담양엔 가볼만한 곳이 많다. 누정은 운치를 더해준다. 누정은 누각과 정자를 통상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송강정, 식영정, 면앙정 등이 여기에 속한다. 숲의 자연상태를 그대로 조경삼아 적절한 곳에 집과 정자를 배치한 것을 원림이라 한다. 소쇄원, 명옥헌, 독수정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담양에는 이런 누정과 원림이 30∼40군데 있다. 식영정 앞 광주호를 따라 조성된 광주호 생태호수원도 여유를 갖고 둘러볼만 하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과 관방제림도 유명하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언제 걸어도 시원하다. 지금 한창 푸르름을 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이다. 이 길에서 가족, 연인과 함께 자전거 타는 것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는다.

관방제림도 언제 봐도 아름답다. 수령 300년이 넘었다는 느티나무와 푸조나무, 팽나무 등 거목이 즐비하다. 슬로시티 창평의 돌담길을 거닐어보는 것도 색다른 운치를 선사한다. 유홍준 교수가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서 강진과 해남을 '남도답사 일번지'로 칭했다. 여기에 빗대 담양을 '남도여행 일번지'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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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5·18민주묘지. 광주민중항쟁 29주년을 맞아 추모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 이돈삼


담양에서 가까운 국립 5·18묘지를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묘지 한켠에 있는 5·18추모관도 꼭 들러볼 일이다. 29년 전 이 땅의 민주와 자유를 위해 피 흘리다 산화해 간 분들의 넋을 기리고 우리의 마음을 다잡아보는 기회가 된다. 광주시내 상무지구로 들어가면 당시 군사재판이 열렸던 법정과 영창이 복원된 5․18자유공원과 기념공원도 있다. 여기선 법정과 영창체험이 가능하다. 자녀들과 함께 찾으면 현장 체험학습까지 겸할 수 있어 더 좋다.

담양은 먹을거리도 푸짐하다. 우선 떡갈비와 숯불구이, 대통밥이 널리 알려져 있다. 죽순무침과 죽순된장국 등 죽순요리도 특별하다. 특히 죽순회무침은 쫄깃쫄깃 고기 씹는 맛이 나고, 아삭아삭 씹히는 소리가 귀까지 황홀하게 만든다. 담양천변 국수의 거리에서 맛보는 국수와 삶은 계란도 별미다. 광주호 부근에도 맛있는 식당들이 많다.

한적한 농가를 고쳐 만든 '명가은' 등 예쁜 찻집도 있어 호젓한 분위기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대의 어린잎을 따서 만든 대잎차도 맛볼 수 있다. 대잎차는 식이성 섬유질이 풍부한 반면 카페인이 없고 칼로리도 낮아 건강차로 알려져 있다. 담양리조트 옆에 가면 대잎차 체험도 해볼 수 있다. 대숲에서 죽림욕을 즐기며 죽순의 신비를 만나고, 누정에서 한낮의 여유도 만끽할 수 있는 담양. 5월의 여행코스로 담양만한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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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을 돋우는 죽순회무침(왼쪽)과 담양천변 비빔국수(오른쪽).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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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녹원. 대숲과 어우러진 인공폭포가 마음속 안개까지 말끔히 씻어준다. ⓒ 이돈삼


#죽순 #죽녹원 #이승기연못 #죽향문화체험마을 #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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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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