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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당시(唐詩). 그 당시 중에 자연과 서정을 노래한 왕유 시인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나이가 들어가니 고요함을 좋아하게 되고, 모든 일에 마음을 쓰지 않게 되었네"라는 시어처럼 나이가 들어가니 점점 고독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노후로 가는 그 길, 이는 자신만의 세계의 완성의 길인 듯도 하다.
오늘도 어김 없이 새벽 일찍 집을 나왔다. 사방 팔방 흩어진 도심의 길에서 조용한 산책길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그 도심에서 조금만 걸으면 부산은 바다가 보이는 해안길이 산책길로 그저 그만이다. 늘상 다니는 길이지만 이 해안길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청사포가 내려다 보이는 와우산의 숲에는, 희귀한 한국 야생조가 많다. 내가 그 이름을 다 알기 힘든 새들이 날아와 지줄대는, 새벽 공기를 마시면 하루 종일 매연에 찌든 내 폐부가 깨끗하게 씻기는 것이다.
새벽 산책 하다 보니 정말 계절이 지나면 다시 보기 힘든 풍경과 한해 한해 지도가 바뀌는 듯 달라지는 골목길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일기를 대신 했다. 그런데 서울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는 아이들과 객지에 있는 사촌 조카 등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하고 안부를 묻어올 때, 나는 그동안 찍은 카메라 일기와 오마이 기사를 메일로 보내준다.
내 아이들과 조카들은 서울에 살아서인지 내가 보내 주는 부산의 풍경(그들에게는 제 2의 고향)을 좋아한다. 그리곤 "너무 너무 작품이 좋아요" 하고 칭찬(?)해주는 바람에 열심히 찍게 되는 새벽 풍경이다.
오늘은 해월정사 높은 지붕 위에 앉은 '새벽새(이름을 몰라 내가 붙였다)를 찍었다. 이 새벽새도 메일로 아침 일찍 전송해 주었더니, 도심에 사는 아이들과 사촌 조카들은 또 "너무 너무 작품이 좋아요" 하고 소쿠리 비행기를 하늘 높이 태웠다.
나이가 들어 좋아하는 취미가 있다는 것은 훌륭한 삶이라는 인생론을 펴는, 이제는 머리 굵어진 아이들의 상찬에, 나는 이제 어린애처럼 어깨가 으쓱해진 '어른의 아버지'된 것인가? 그렇다. 칭찬은 원숭이도 춤추게 한다는 속담처럼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희망을 불어주는 영혼의 입김 같은 아닐까. 그러나 윙윙윙 잡음을 생산하며 하늘을 비행하는 철제 새(헬리콥터) 찍다가 자칫 방파제에서 발을 헛디딜 뻔 했다.
나는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내가 아는 지인 사진작가 말의 옮기면, "무조건 많이 찍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그 중에서 좋은 작품이 나올 겁니다. 열심히 찍으세요"라고 강조한다.
나도 열심히 많이 사진을 찍으면 언젠가 좋은 사진 작품 하나는 남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출근하면서 카메라를 핸드폰처럼 가지고 나왔다. 그래, 사진은 순간이다 ! 인생도 이 순간을 놓치면 다시 그 기회 얻기 어렵다. 기회를 그저 얻으려 애를 쓰기 보다는, 주어진 기회를 잃지 않으려고 열심히 사진 찍듯이 인생도 노력해야 하겠다.
2009.05.18 15:05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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