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회관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노 전 대통령의 모교인 진영중학교 학생들이 조문을 마친뒤 분향소를 나서고 있다.
유성호
"선배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진영중학교 3학년 채국진 학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선배님"이라고 불렀다. 26일 오전 9시께 경남 김해 진영중학교 학생 40여 명과 교사 6명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영정 앞에 헌화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진영중학교 16회 졸업생이다. 진영중학교는 26년 동안 폐교 상태였으나 지난 2007년 다시 학생을 받았다. 현재 3학년 학생들이 졸업을 하면 제61회 졸업생이 된다.
봉하마을을 찾은 채국진 학생은 "1학년(2007년) 때 노 전 대통령이 직접 학교를 찾아왔는데, 그때 악수하고 사진도 찍었다"며 "토요일 소식을 듣고 놀랐는데,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고 슬픈 마음을 나타냈다.
학생들과 함께 온 이영애 교사는 "노 전 대통령의 뜻을 기리기 위해 교사 6명과 학생대표 40명이 함께 왔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방명록에 "당신은 우리의 진정한 대통령이십니다, 사랑합니다, 부디 편히 잠드십시오"라고 적었다.
이밖에 26일 오전 8시께부터 봉하마을에는 다시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조문객들은 봉하마을에서 약 4~5km 떨어진 곳에서부터 걸어와 헌화하고 있다.
[33신 : 26일 오전 8시 30분]천막 정비로 분향 1시간 반 중단... 새벽 6시부터 분향 재개
밤새 이어지던 조문객들은 26일 새벽 3시를 넘어서며 숫자가 줄었고, 마을 밖까지 길게 늘어져 있던 조문 행렬도 사라졌다. 장례 주최측은 1시간 반 가량 분향을 중단하고 분향소를 정비한 뒤 새벽 6시부터 분향을 재개했다.
새벽 4시 30분경부터 분향을 중단한 장례 주최측은 우천에 대비해 분향소 천막 지붕에 방수천을 덧입히고, 천막 뼈대를 보강하고, 시든 조화를 교체했다. 주최측은 분향 중단을 수차례 알렸지만 이때 도착한 조문객들은 아랑곳 않고 분향을 이어갔다.
일부 조문객들은 대형 스크린에 비춰지는 노 전 대통령 관련 동영상을 보며 밤을 새웠고, 일부는 조문객 대기소 깔개를 몸에 두르고 누워 잠을 청하기도 했다.
함세웅 "검찰권 독립 보장 고귀한 뜻 깨달아야".. 3000배로 아침 맞은 시민이에 앞서 새벽 3시 20분 경에는 함세웅 이사장을 비롯한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임직원과 이해학 이사장을 비롯한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임직원, 효림 스님 등이 분향소를 찾았다.
함 신부는 "역사는 뜻밖의 사건으로 변화하고 진전돼왔다"며 "이번 사건으로 우리는 하늘의 큰 섭리를 짚어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훈에 담긴 깊은 뜻 되새기며 절제된 유훈을 되살려 검찰권 독립을 보장했던 그분의 고귀한 뜻을 검찰이 잘 깨닫고 다시 태어나는 자정의 계기가 돼야 한다"며 "전직 대통령이 검찰로부터 모욕을 당했다면 보통 사람들이야 어떻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어슴푸레하게 동이 터오던 시각, 장장 10시간여에 걸친 조문을 마친 이도 있었다. 대구에서 온 38세 정아무개씨는 전날 저녁 7시 30분부터 분향소 앞 조문행렬 옆에 자리를 깔고 3000배를 시작했다.
정씨는 "원래 노 대통령 힘내시라는 의미에서 3000배를 하려고 했는데 바쁜 일들이 있어서 미루다가 다음 주쯤 하려고 했다"며 "그런데 결국 가시고 난 다음에 하게 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이제는 좋은데 가시라고 하는 3000배"라며 절을 계속했고, 몇몇 조문객들은 정씨를 응원화기 위해 옆에 스티로폼을 깔고 번갈아가며 정씨와 같이 절을 하기도 했다.
중간중간 아픈 무릎을 주물러가며 절을 하던 정씨는 결국 새벽 5시 15분경 3000배를 다 마칠 수 있었다. 마지막 절을 마친 그는 ""내 마지막 선물을 드렸으니 대통령님은 이제 내게 빚을 지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 선 함세웅 신부의 기도 |
거룩하신 하느님.
사랑하고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매우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느님의 역사는 뜻밖의 사건으로 이루어져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말씀, 그 큰 뜻을 마음에 새깁니다. 자신의 삶을 집약하는 열네줄의 유훈은 우리들에게 반성과 성찰의 계기가 됩니다.
인권과 민주화 운동을 위해 온몸을 던져 불의한 권력자 검찰을 무릎 꿇게하신 당신의 그 뜻을 하느님이 확인하셨습니다.
운명이다라는 마지막 말은 철학과 신학과 인간적 고뇌가 담긴 말씀입니다. 인간이 정의롭게 살고싶어도 살 수 없는 한계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몸을 던졌습니다.
그 고귀한 뜻 국민 모두의 길잡이의 뜻으로 새기겠습니다.
민족의 화해와 정화의 계기가 되게 하시고 은총의 삶을 살게 하십시오.
새시대를 밝힌 선구자처럼 저희들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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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흘째인 25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은 한 조문객들이 땅바닥에 엎드려 대성통곡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2신: 26일 새벽 2시 55분]봉하마을을 지키는 2000개의 새벽 별들 26일 새벽 1시경, 경남 김해 봉하마을 합동분향소에는 밤이 깊어가면서 조문객의 수가 다소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2000여명의 시민이 자신의 조문 순서를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밤이 깊어 기온이 떨어지자, 미리 준비해온 두터운 옷을 걸치는 조문객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추워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분향소 옆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생전 영상을 보는 조문객들의 얼굴은 붉게 상기됐다.
분향소에는 노 전 대통령의 유가족과 측근들이 번갈아 가며 상주 역할을 하고 있다. 26일 새벽 1시 현재 영화배우 명계남씨를 비롯해 이호철 전 민정수석 등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노 전 대통령을 보필했던 비서관들이 조문객을 맞고 있다. 장례준비위측은 "(25일) 밤 12시 현재 봉화마을에 34만명의 조문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가 됐다"고 밝혔다.
장하성 "외신은 정치적 사안으로 보는데, 한국 언론만 아니다?" 새벽 1시 10분경, 숨을 헐떡이며 분향소 앞에 도착한 진성자(54)씨와 조규숙(52)씨가 길게 늘어선 조문객의 가장 뒷 줄에 바짝 붙어섰다. 진씨는 부산 서면 시장에서 칼국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진씨는 "밤 11시 30분에 문을 닫고 이제 오는 길"이라며 "내일 오전 9시에 식당 문을 열어야 하지만, 오늘 밤에 잠을 자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조씨 역시 같은 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 조씨는 "부산에도 분향소가 있기는 하지만, 가기가 싫고 여기만 오고 싶더라"며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실 때 우리 식당에 한 번 오셔서, '너무 맛있다'고 했던 일이 생각난다"고 안타까워 했다. 두 사람은 "이제 국민들끼리 싸우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노 전 대통령이) 돌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도 새벽 1시 30분경 분향소를 찾았다. 장 교수는 "중국에 있다가 외신을 통해 소식을 접하고 귀국해서 곧장 오는 길"이라며 "처음 소식을 듣고 순간 멍했다. 농담인줄 알았다"고 안타까워 했다.
장 교수는 특히 "외신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정치적 사안으로 해석하고 있었는데, 한국 언론들은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보지 않고 있는 것이 더욱 놀랍다"며 "우리 사회는 갈 길이 아직 멀다. 보듬어줄 줄 모르고, 상대를 인정할 줄 모르고, 끊임없이 갈등적 상황으로 몰고가는 현실을 다시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을 부정하고 있다"며 "이제 사회가 한 단계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쉽게 과거로 돌아갔다"고 탄식했다.
전인권 "검찰이 심했다"... 임수경 "사랑한다는 말 외에는..."
▲25일 저녁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경남 김해 봉하마을회관 앞에 먀련된 빈소에서 임수경씨가 잔을 올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앞서 가수 전인권씨와 들국화 팬클럽 회원 5명도 조문을 했다. 전인권씨는 "(머리가) 멍하다"며 "검찰이 너무 심하게 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전씨는 이어 "그 당시(참여정부)에는 몰랐는데,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경제와 자유를 위해서 굉장히 노력했다"며 "아껴야 할 말도 서슴없이 뱉어서 보기가 좋았다"고 회상했다.
전씨는 조문을 마친 뒤, 분향소에서 나와 노 전 대통령의 사저 뒷편으로 발길을 옮겼다. 뒷산인 봉화산 중턱 부엉이 바위를 보기 위해서다. 부엉이 바위는 나흘 전 노 전 대통령이 생을 마감한 곳이다. 전씨는 "들국화 팬클럽 회원은 대부분 노사모"라며 "그의 죽음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1989년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해 '통일의 꽃'으로 불렸던 임수경씨도 노 대통령의 영전에 잔을 올렸다. 사고로 아들을 잃었던 2005년 경남 합천 해인사에 머물 때, 노 전 대통령 내외가 방문해 위로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이번엔 그가 위로하는 입장이 됐다.
임수경씨는 "'사랑합니다'라는 말 외에는 아무런 할 말이 없다"며 "이번 기회에 모든 사람의 가슴속에 되돌려진 민주주의와 인권, 인간의 존엄성이 새롭게 되살아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그는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모두에게 알려주신 것 같다"며 "정말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이 있는데 그 안타까움을 말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권 여사님의 아픔의 깊이를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 했다.
[31신 보강: 25일 밤 9시 20분]열한살 아이부터 팔순 노인까지 끊이지 않는 촛불조문
▲25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여고생들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삼일째인 25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꼬마 어린아이가 분향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저녁 7시 30분경 초등학생 열다섯 명은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았다. 이 학생들은 경남 함안에 있는 사랑샘지역아동센터공부방에서 왔다.
이아람(11)양은 여기가 어딘지 아느냐는 질문에 "노 대통령이 서거하신 곳"이라고 말했다. 이양은 "억울하게 돌아가셨지만…"이라며 말을 맺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이민화(11)양은 "뉴스에서 봤다. (노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신 분이고, 우리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신 분이다. 하늘나라에서 오래오래 사시라고 말씀드리러 왔다"고 말했다.
이 아이들은 국민생활보호수급대상자와 결손가정가족위탁 아이들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이은경(43)씨는 "아이들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가난하게 자라서 대통령이 되기까지 수많은 역경이 있었지만 본인이 노력하면 자기가 어렵더라도 충분히 가치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서 왔다. 실제 보여주기 위해서 왔지만 아마 지금은 못 느낄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함께 온 정인옥(65)씨는 "열심히, 정직하고 씩씩하게 자라 반드시 대통령이 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에 보탬이 되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남자든 여자든, 알았지"라며 리본을 달아주었다. 이에 아이들은 "네"라고 답변했다.
부산대 학생 80여명 등 대학생들과 종교단체 시민단체 등 시간이 갈수록 단체조문객들이 늘고 있다. 안득균 부산대 부총학생장은 "노 대통령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애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단체조문을 가자는 요구가 많아서 학생회에서 버스를 빌려서 같이 왔다"고 말했다.
저녁 8시가 넘어가면서 주변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곳곳에서 촛불이 켜지고 있다. 앞서 7시경 분향소 앞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생전 강연 모습이나 노 대통령의 생애를 다룬 언론사 프로그램들이 방영됐다. 분향을 마치고 나온 시민들이 스크린 주변에 모여 들여 영상을 보며 곳곳에서 흐느끼기도 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조문객들의 숫자는 오히려 더 늘고 있다. 일을 마치고 오는 직장인들이 늘어난 탓으로 보인다. 장례식 관계자들은 지난 주말에 이어 오늘까지 조문객이 4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주말과 달리 지금 현 시각까지는 사람들 늘어난 것 빼고는 굉장히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조문이 진행 중이다.
▲25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해병대 손영광 중위가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새하얀 예복에 빨간 명찰. 25일 오후 해병대 예복을 입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든 조문객도 봉하마을 분향소에 나타났다.
지난해 6월 중위로 해병대를 전역한 손영광(29)씨는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서 뒤늦은 전역신고를 했다.
그가 들고 나온 사진은 노 전 대통령이 2004년 12월 자이툰 부대를 전격 방문, 한 병사와 포옹하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
당시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과 유럽방문을 마친 노무현 대통령은 비밀리에 공식 일정을 변경, 쿠웨이트를 거쳐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하고 있던 자이툰 부대를 방문했다.
당시 이 병사는 "대통령님 한번 안아보고 싶습니다"라며 갑작스럽게 달려들어 포옹했고 그 장면이 그대로 사진에 담겼다.
손씨는 "노 전 대통령이 병사를 안고 안았을 때의 표정과 미소를 봤을 때 존경할 만한 최고의 지도자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한발한발 행보가 너무나 의미 있었다"며 "그것이 어떻게 해석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자주 국방을 위한 민족을 사랑하는 정신이었다는 것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30신 보강 : 25일 오후 6시 45분] 민가협 가족 조문... "노무현 전 대통령, 민주화운동의 선봉"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흘째인 25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회관 앞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오른쪽에서 첫번째), 고 박종철 열사 아버지 박정기씨(왼쪽에서 첫번째)와 민주화실천가족운동연합회 회원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유성호
25일 고 박종철 열사 아버지 박정기씨와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 등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이하 민가협) 가족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았다. 1987년 6월 항쟁에 앞장선 노 전 대통령과 깊은 인연을 가진 이들은 깊은 슬픔을 표현하면서 그의 죽음을 '타살'로 규정했다.
'박종철군 고문 치사 사건'은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박종철군의 아버지 박정기씨는 "6월 항쟁때 부산 대각사 앞 등 남포동 거리에서 노무현 변호사와 투쟁을 같이 했다"며 "노 변호사가 중앙교회를 중심으로 한 거리 투쟁 일선에서 직접 지휘하고 투쟁했던 게 생각난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문재인·노무현 두 변호사가 우리 집에 찾아와 조문을 하고 위로의 말을 전했던 일도 생각난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서 있었고 그 분의 뜻을 우리가 착실히 이행할 것을 다짐한다"며 "가시는 길 영면하시길 기도한다"고 노 전 대통령을 애도했다.
박씨는 "그동안의 검찰 수사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 정부는 경제 살리기에 치우쳐 있는데 더 중요한 것은 인권 아니냐, 인권과 경제살리기를 동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6월 항쟁의 와중에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은 검찰과 언론의 합작품"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것이 분하고 원통하다"고 힘겹게 말했다.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이었던 박형규 목사는 이날 민가협 가족들과 함께 조문했다. 박 목사는 "살인이란 것은 흉기로 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을 상하게 해서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정권과 검찰이 노 대통령 일가에 대해 벌인 수사를 보고 이것은 '합법적 살인'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나라도 그런 수모를 겪었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겠느냐"며 "신문 기사를 보며 잘 견딘다고 생각했는데, 상상하지 못할 만큼 괴로운 심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 분도 울분을 터트릴 방법이 없어 택한 것이 자신을 희생시켜 부당한 당국, 검찰의 압박을 국민에게 알리려고 한 것 아니었겠느냐"며 "그런 의미에서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독재에 희생된 희생자의 한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25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분향소를 방문한 고 건 전 부총리가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5일 오후부터는 참여정부에서 총리와 국무위원들 지냈던 인사들의 분향이 이어졌다. 고건 전 총리와 현재는 한나라당 의원인 김장수 전 국방장관, 임동원 외교안보특보와 이종석 통일부 장관 등이 빈소를 찾았다.
오후 4시경 참여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냈고,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김장수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았다.
다른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에 대해 보였던 반응과는 달리 조문객들은 김 의원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 의원은 임태희, 김광림 의원에 이어 3번째로 봉하마을 조문에 성공한 한나라당 의원이 됐다.
분향을 마친 김 의원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나라를 위해 앞으로 할 일이 더 있었는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서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냈고 탄핵 정국에서 대통령 직무대행을 수행한 바 있는 고 건 전 총리는 이날 오후 5시 50분쯤 이달곤 행자부 장관과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
고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정치개혁을 추진했다"며 "참으로 비통하다"고 말했다.
이미 도착해 있는 국민장 공동위원장 한명숙 전 총리와 장례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봉하마을을 찾은 이달곤 행안부 장관은 분향 뒤 아무런 말도 없이 비서관 숙소로 들어갔다. 이 장관은 먼저 도착한 한명숙 전 총리와 만나 국민장 절차에 대해 협의를 시작했다.
임동원·이종석 전 통일장관 조문... 박주선 "심적 고통 심했을 것"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흘째인 25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영화배우 문성근이 상주 역할을 대신해 조문객을 받고 있다.
유성호
국민의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과 국정원장을 지냈고 참여정부에서는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를 지낸 임동원 전 장관,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전 장관도 이날 오후 늦게 봉하마을을 찾았다.
임 전 장관은 "애통함을 금할 수 없다"며 "고인은 민주화와 국가 발전을 위해 큰 업적을 남겻고, 그 업적은 역사에 길이 남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으로 3번의 검찰 수사를 받아 구속됐지만 모두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는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도 분향은 마친 뒤 "앞으로 정치 보복이라는 말이 제도적으로 사려지길 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상중에 정치적인 이야기를 안 했으면 한다"면서도 "그 부분(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선 할 말이 많고 (노 전 대통령이) 심적으로 고통이 심했을 것이다. 무리하게 진행된 면이 있는데 차차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김완주 전북도지사를 비롯한 전북지역 기관장과 도의원 등 30여 명도 봉하마을을 찾아 조문했다. 김 지사는 "고인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너무 애를 쓰셨다"며 "200만 전북도민과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29일 새벽 6시 운구행렬 출발할 듯... '비석 쓸 돌 주겠다' 제의 쇄도장례 지원 업무를 맡은 전 청와대 관계자와 민주당 당직자들에 따르면, 영결식을 위해 노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은 29일 새벽 6시경 봉하마을을 출발해 오전 11시경 서울에 도착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화장을 하기로 했지만, 화장을 어디서 할지, 최종적으로 유골을 어디에 안치할지 등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종 장지 선정이 늦을 경우, 봉하마을에서 가까운 암자인 정토원에 임시로 안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또 봉하마을 장례지원처에는 노 전 대통령의 비석으로 쓸 돌을 보내주겠노라는 제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졋다. '작은 비석 하나 남겨달라'는 고인의 유언에 각계 각처에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서거 3일째 오후를 지나 저녁이 됐지만 봉하마을을 찾는 조문객들은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이날 30도에 육박하는 최고 기온과 뙤악볕에도 조문객들은 마을 입구에서 차를 내려 걸어서 분향소로 향했다.
김해 세영병원과 김해소방서는 공중보건의를 배치한 응급의료센터를 마을 입구에 열어 환자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센터에 따르면, 25일 오후까지 찰과상이나 탈수로 인한 환자 10여 명이 응급의료센터를 찾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흘째인 25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회관 앞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유성호
[29신 : 25일 오후 3시 10분]이해찬 "MB, 봉하 오는게 제일 좋지만 불미스런 일 생길 수도"
▲25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두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양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 장의위원회 고문을 맡고 있는 이해찬 전 총리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의 조문에 대해 "여기(봉하)로 와서 조문하는게 제일 좋지만 지금은 장의위원회가 (상가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불미스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올 경우 흥분한 사람들에 의해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어 안 오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밝힌 셈이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도 못 들어오고 돌아가지 않았느냐"면서 "서울에서 영결식이 열리면 불미스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양측이 노력하겠다"고 말해 이 대통령이 봉하 빈소에는 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뜻을 거듭 내비쳤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모시고 같이 일을 했는데, 진실하시고 좋으신 분"이라고 회고한 뒤 "사태가 여기까지 와서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앞서 이날 오후 2시 30분께 김원웅 전 의원이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김 전 의원은 조문길에 모친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때문에 그는 황급히 헌화만 하고 상경해야 했다. 이 전 총리는 김 전 의원을 만나 "드릴 말씀이 없다"며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국민장' 현수막으로 교체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흘째인 25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절차가 국민장으로 확정됨에 따라 분향소 현수막이 '국민장'이 표기된 현수막으로 교체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흘째인 25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회관 앞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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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신 대체 : 25일 오후 1시 33분]박희태 등 한나라당 대표단, 조문 저지당해 무산 일부 시민들, 박 대표에 물 뿌려... 경찰, 폴리스라인 설치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대표단이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조문하려 했지만, 시민들의 반대로 조문이 무산됐다.
한나라당 대표단은 2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에서 비행기로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차량으로 봉하마을에서 1.5km가량 떨어져 있는 산본공단까지 온 한나라당 대표단은 걸어서 마을로 향했다. 봉하마을에서 1km가량 떨어져 있는 삼거리에서 한나라당 대표단은 조문을 반대하는 시민들에 의해 막혔다.
봉하마을은 이날 오전 11시경부터 박 대표 등이 방문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술렁거렸다. 봉하마을에 있던 일부 시민들은 마을 입구에서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은 돌아가라"거나 "살인마 한나라당은 여기 왜 오느냐", "목숨을 걸고 저지할 것이다"고 외쳤다.
이날 낮 12시경 경찰들이 검정색 옷을 입고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일부 시민들이 "경찰은 관여하지 말라"고 외쳤다. 이에 일부 경찰관들은 시민들에 밀려 마을입구에서 500m가량 떨어져 있는 봉하경비숙소로 이동하기도 했다.
박희태 대표 등은 봉하마을에서 1km가량 떨어져 있는 삼거리에서 조문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마주쳤다. 시민 20여 명은 도로에 앉아 구호를 외치도 했다. 조문하기 위해 마을로 들어오던 상당수 시민들도 함께 가세했다.
경찰이 이들 시민들을 막으면서 몸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봉하마을 앞 도로에는 경찰관들이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기도 했다.
박희태 대표 일행은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시민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이런 속에 일부 시민들은 물을 뿌리기도 했고, 박희태 대표 등이 서 있는 곳에서는 우산이 펼쳐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돌아가서 좌파가 그랬다고 해라"거나 "죽을 때까지 노사모 할 것이다", "이명박 똘마니 박희태는 물러가라", "우리는 노사모도 아니고 김해시민이다", "국민 없는 정치가 어디 있나. 국민이 오지 말라고 하면 하지 말아야지"고 외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흘째인 25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초입에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정몽준 최고위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조문하기 위해 들어서자 시민들에게 저지되어 되돌아 가고 있다.
유성호
한나라당 조문단은 박 대표와 정몽준, 공성진 최고위원, 권경석(창원갑), 김정권(김해갑), 이주영(마을갑), 김재경(진주을), 최구식(진주갑) 의원 등이었다. 또 김태호 경남지사를 비롯한 경남지역 일부 단체장들도 동행했다.
대치 상황이 계속되던 상황에서 이날 낮 12시 50분경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나왔다. 박 대표는 문 전 비서실장을 만나 조문의 뜻을 전달한 뒤 돌아섰다.
한나라당 조문단이 발걸음을 돌리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삼거리 옆 야산에 올라가 있던 수십 명의 일반 조문객들도 박수와 함께 환호를 지르기도 했다.
김해가 지역구인 김정권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충격적이고, 믿기지 않는다"면서 "홈페이지에도 추모의 글을 올려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름대로 노 전 대통령의 극렬한 지지자들이 흥분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안타깝지만 조문할 수 있었으면 했는데, 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 관련자 중에는 임태희 전 정책위 의장이 지난 24일 새벽에 조문했고 김광림 의원(안동을)은 25일 이헌재 전 부총리와 함께 다녀갔다. 박근혜 전 대표는 24일 낮에 조문하기 위해 김해공항을 거쳐 오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생태환경마을 조성 등 사업, 계속될까 |
김해시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뒤 생태환경마을 조성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지 여부에 관심이 높다. 고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전후해 김해시는 일부 사업을 재검토할 뜻을 밝혔다.
김해시는 고 노 전 대통령의 생가 복원사업과 숲 가꾸기 사업, 화포천 정비사업 등을 계획했다. 생가 복원사업은 현재 진행 중이다.
김종간 김해시장은 25일 오전 시의원과 기관단체장 등 50여 명과 함께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김 시장이 분향을 마치고 나온 뒤 일부 시민이 다가가 물었다. 그 시민은 "시장님, 개발 사업 계속할 겁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김 시장은 "계속합니다, 잘 하고 있습니다"고 대답한 뒤 걸어갔다.
봉하마을을 지역구로 포함한 최철국 의원(민주당, 김해을)은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향에 내려와 숲 가꾸기와 오리농법, 화포천 정비사업 등을 하면서 마을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시고 나니 그 빈자리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 당시 김해시에서 계획했던 여러 사업들을 계속할지 고민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당시에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돌아가신 분의 뜻을 이어받는다는 차원에서 사업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봉하마을 가꾸기를 위해 지역구 의원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며, 주민이나 저도 노 전 대통령께서 돌아가시기 전에는 말을 하지 못했는데 조만간 김종간 시장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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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신 : 25일 낮 12시 30분] 장례식, 서울에서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