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견] 서울광장 사용,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꿉시다

등록 2009.05.28 10:19수정 2009.05.3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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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서울광장에서 노제를 하게 되었다. 며칠 동안 맘고생 해가며 얻어낸 성과. 그런데 어쩐지 기분이 찜찜하다.

 

궁금하다. 시청앞 광장을 사용하는 일이 왜 그렇게 힘든 것일까? 분명 이상하다. 서울광장을 사용하기 위해 종교단체, 시민단체, 국회의원이 나서고, 온라인 서명운동을 하고 여론 조사까지 했다. 그렇게 겨우겨우 서울시장을 설득시켰다. 정말 이렇게까지 힘들어야 했던 걸까?


'서울특별시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대한  조례' 제1조에 서울광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5조에는 만약 신청내용이 "광장의 조성목적에 위배" 되는 경우에는 시장이 광장사용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사용"이란 이렇게 정의된다.

 

제2조 (정의) 1."사용"이라 함은 서울광장(이하 "광장"이라 한다)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이용함으로써 불특정 다수 시민의 자유로운 광장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를 말한다.


말하자면 "불특정 다수 시민," 즉 일반사람들을 막고 우리끼리 뭔가 행사를 해야 할 때 서울광장 사용신청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인 듯하다. 좀더 쉽게 말하자면 광장을 예약하는 제도라고 할까?


그래 이해가 간다. 식당에 자리를 예약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 아니겠나.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는 없을 테니 우리끼리 사용하려고 할 때 다른 사람들에게 미리 알려주고 양해를 구하는 것, 당연하지 싶다. 신청서 내는 불편함쯤이야 나같은 성숙한 시민으로서 어려울 것 없다.


그런데 분명한 건 서울광장 예약하기란 식당을 예약하는 것보다는 백배천배 어렵다는 사실이다. 식당예약할 때에는 언제 몇 명이 가는지만 알려주면 되었는데, 서울광장을 예약할 때에는 누가 오는지, 와서 무얼 할 건지, 과격한 시위로 번질 것인지 아닌지, 인구의 몇 퍼센트가 찬성하는지 이런 걸 다 알려줘야 한다.


그나마도 조례 1조에서 말하는 여가선용이나 문화활동에 꼭 맞아 떨어지면 다행인데, 이번 추모제처럼 독특한 경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이다. 서울광장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서 그런 걸까?

 

제3조 (관리) 서울특별시장은 시민이 자유롭게 보행할 수 있도록 광장환경을 조성하고,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광장을 관리하여야 한다.


조례 3조를 보니 서울시장은 "시민이 자유롭게 보행할 수 있도록 광장환경을 조성"해야 한단다. 또 시청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광장을 '관리'할 책임이 있다. 비유하자면 시청은 시민을 위한 서울광장의 관리사무소쯤 된다고 할까? 그런데 이상하다. 그렇다면 서울광장을 예약하는 일이 그렇게나 어려워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 며칠 동안의 경험을 생각해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예약하는 게 이렇게 힘들어서는 안되겠다. 이런 예약시스템으로는 도무지 "시민이 자유롭게 보행할 수 있도록 광장환경을 조성하고,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광장조성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그러니 여러분, 서울광장의 사용신청방법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자. 이렇게 복잡하게 매번 시장님께 허락 받지 말고, 시민이 필요할 때 누구나 간단히 신고하여 예약할 수 있게 하자. 관리사무소에서 공원사용 신청하는 게 이렇게 힘들어서야 되겠나?

 

나의 광장을 관리하는 책임을 맡은 이들이, 되려 내게 주인행세를 하는 것을 용납하기 어렵다. 그 공간에 대한 지금의 규칙, 그들의 '허가' 여부에 무력하게 굴복해야 하는 그 억압적인 규정에 나는 반대한다.

2009.05.28 10:19ⓒ 2009 OhmyNews
#서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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