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대통령 다시 가질 수 있을까요

등록 2009.05.28 15:17수정 2009.05.2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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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정치인과 관련해서, "그리움"에 목이 메이고, 마음이 아프며, 눈물이 흐를 것이란 예상은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그리움"이란 단어가 매일 떠오르네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도, 노사모도 아니었던 제가 이 정도 마음이 아프다면, 그 분 옆에서 그 분과 함께 했던 분들의 아픔이 어느 정도일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을 5공 청문회 때 텔레비전으로 처음 뵌 것 같습니다. 그 뒤 그 분의 대통령 당선 소식은 참 신선하고 감격적이었지요. 비록 나라를 떠나 있었지만, 그런 올곧은 대통령이 우리에게도 있다는 것이 참 자랑스러웠었습니다. 다른 나라 친구들에게 자랑했던 유일한 우리나라의 대통령이었습니다. 그 분이 정치적 역경을 거칠 때, 비록 한 번도 그 분을 지지하는 행동도 한 적 없었고, 글도 쓴 적이 없었지만, 늘 마음은 그 분을 지지했었습니다. 물론 그의 정책에 대한 실망도 당연히 있었지요. 그래도 그 분이 우리 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민족과 국가를 위해 일하셨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지요.

 

퇴임하시고 봉하 마을로 돌아오시는 그 모습에서부터 늘 그 분의 동향에 관한 소식을 보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지요. 우리에게도 그런 소탈한, 국민들이 다가갈 수 있는 전직 대통령이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자랑이 되었지요. 제 일생에 처음으로, 언젠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분과 한 번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도 가졌더랬습니다. 우리 나라 정치에 대해, 그리고 정치인들에 대해 부정적인 제게 그것은 참 놀라운 일이었지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런 전직 대통령이 있어서 마음이 참 행복했었습니다.

 

그런데 4년 만에 돌아온 고국에서 그 분의 서거 소식을 듣게 되네요. 다시는 그 분의 생전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그리고 그 분의 그 소탈한 웃음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제게 아픔이 될 지는 몰랐습니다. 한 번도 멀리서라도 그 모습을 직접 뵌 적도 없는데, 오랫만에 돌아와 마음껏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는데도, 입맛이 나질 않네요. 컴퓨터 앞에 앉아 보지만, 일도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구요. 

 

그 분이 추구했던 그 가치들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그 분은 "사람 사는 세상"이 되길 원하셨겠지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 그리고 민주주의가 실천되는 세상에서 우리 국민들이 하나되어 살아가길 원하셨겠지요. 그 분이 추구했던 그 가치들이 제가 추구하는 것들이랑 너무 똑같기 때문에... 그런 분을 잃은 것이 제게 참 큰 충격이 되나 봅니다. 그래서 제 마음이 이렇게 허한가 봅니다. 

 

그 분이 걸어오신 길을 생각하면서, 우리 역사를 생각해 봅니다. 조선과 우리의 근현대사를 통해 보건대, 개혁을 내세운 정치인들은, 설사 그가 왕이었다 할지라도, 언제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쳤고, 핍박을 받았고, 또는 목숨을 잃었지요. 이러한 우리의 역사를 생각할 때마다 참으로 마음이 아프고, 또 분노도 느끼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보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 봅니다. 그 분은 비록 가셨지만, 그러나 그 분이 추구했던 그 가치들은 우리와 함께 남아 우리 나라 발전에 힘이 되겠지요. 

 

첫째는 그 분이 말씀하신 우리 국민의 하나됨을 위해서 애써야 하겠지요. 나라 밖에 나가보면, 우리 나라가 얼마나 작은 나라인지 절감하게 됩니다. 그 작은 나라에서 서로 싸우며 지역을 나눈다는 것이 참 마음 아프게 느껴지고,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서로를 경쟁상대로 여기거나 싸움의 대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마음을 넓혀서 세계를 무대로 봤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감싸안는 그런 마음이 커지길 희망해 봅니다.  

 

한편으론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믿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일반 백성이 권력을 창출할 수 없었지만, 우리는 국민이 권력을 창출할 수 있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지요. 정치인들이 나오면, 그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올바른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겠지요. 그리고 뽑은 일꾼들에 대해서는 그들의 무엇을 하는 지 살펴볼 필요도 있겠지요.

 

이제는 우리도 상식이 통하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기본적으로 원리와 원칙을 지키는 세상, 그래서 상식이 통하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부당한 일로, 억울한 일로 우는 이가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원칙을 지켜려 노력하면, 그런 사회가 좀 더 빨리 오겠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보면서, 우리가 저런 대통령을 다시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참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 어딘가에 우리 민족과 나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세계 속에 당당한 대한민국이 가능함을 믿으며,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그런 사회를 열망하는 그런 지도자가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런 분이 나타날 수 있도록 토양을 마련하며, 또 그런 분이 나타났을 때, 그 분이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드리는 것은 우리의 몫이겠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뿌린 그 씨앗들이 자라나, 그 분이 꿈꾸던 그 사회가 우리 나라에 속히 이루어지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가길 기대합니다. 그리하여 그 분이 꿈꾸던 세계 속에 당당한 대한민국, 서로가 하나되어 나아가는 대한민국, 그리고 모두가 희망과 꿈을 가질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합니다.

2009.05.28 15:17 ⓒ 2009 OhmyNews
#노무현 대통령 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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