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대통령 자살? 이것은 타살이다.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고독했던 남자. 인간 노무현.

등록 2009.05.29 16:22수정 2009.05.2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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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노무현. 그리고 인간 노무현. 우리는 철저하게 달랐으면서도 똑같았던 그의 모습을 제대로 이해했었는가? 판사의 자리를 1년도 채 지키지 못하고 변호사 개업을 했고 변호사로서 쌓아야 했을 부를 채 쌓기도 전에 그는 81년 부림 사건 이후 인권변호사라는 힘들고 외로운 길을 선택했다. 유신정권을 지나 군사정권이 자리 잡았을 때의 이야기다. 인권 변호사라는 타이틀은 70년대보다 오히려 80년대의 길이 더 험했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3당 합당을 야합이라며 뛰쳐 나와 명약관화한 선거결과를 짐작하면서도 그는 홀로 국회의원 선거에 나갔고, 이런 외골수적인 기질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번번히 떨어지며 그 자신이 스스로 원외를 선택하게 된다. 스타 의원으로서, 야당의 대표 격으로 거두었던 참혹한 선거 승률을 뒤로 하고 그는 당당히 대통령 경선과 후도 단일화에 승부수를 던지며 우리의 대통령,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우뚝 섰다.

 

우리 모두 세상이 바뀌리라 생각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김대중 정권은 빚이 많았던 정권이어서 그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우리는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또한 그동안 호남을 위시로 한 TK 이외 지역에 대한 지역차별을 잡아나가는 것은 또 다른 역차별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지역주의 타파라는 본질에 대해서 김대중 정부는 과도기적인 성격이 강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 채무가 거의 없었고, 부산 출신에다 상고출신이었던 노무현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역주의 타파와 민주주의 정착을 할 수 있었던 유일무이했던 대통령이었다. 또한 유일한 정치적 채무라고 할 수 있었던 런닝 메이트 정몽준까지 채권 포기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의 대통령 선거 승리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충분했다.

 

그리고 그는 보답했다. 사회의 약자 편에 서서 예산을 편성하기 시작했다. 노인들을 위한 예산을 확보했고 장애인들을 위한 예산, 심지어는 신장 투석비용까지 그는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 돈을 갖고 있는 자들, 사회의 기득권이라고 하는 1%에게 뺏어와서 전국민의 80%인 서민들에게 나누어줄 궁리를 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했다. 그리고 목소리의 성량은 갖고 있는 부에 정비례했던 것이다.

 

조중동을 위시로 한 언론 재벌들은 일제히 엄청난 목소리로 그를 마녀사냥하기에 이르렀고, 재벌과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늘어가는 세금을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노무현이를 죽일 수 있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또한 그가 그렇게도 살리려고 했던 서민층은 어떠했는가? 그의 편이리라고 믿었던 1%의 기득권층에 대항하여주리라고, 자신의 아군이 되어주리라고 생각했던 서민들은 어떠했는가? 노숙자들에게 가도, 동네 시장바닥을 가도 노무현이는 빨리 물러나야 된다고 말했다. 그를 지지했던 그리고 그에게 한 표를 던졌던 사람들조차 노무현이는 안된다고 말했다. 혹시 당신은 한순간도 그러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그 당시 그렇게도 노무현을 욕했던 사람들에게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냐고 하면 뚜렷하게 말하지 못했다. 그냥 그의 정치가 싫다고만 했다. 우리도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는 그렇게 언론과 야권의 공세에 세뇌되었던 것은 아니었던가.

 

그가 그토록 욕을 먹고 기득권층과 싸워가며 얻어낸 돈으로 신장 투석을 받던 환자들조차 노무현이가 해놓은 게 뭐냐고 살기만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자신의 신장 투석 비용을 누가 챙겨주었는지 그들은 알바가 아니다. 다만 어제는 삼겹살을 먹었지만 오늘은 김치에 밥 먹는 일차원적인 빈곤이 중요했을 뿐이리라. 빵보다 자유를 달라고 할만큼 우리나라의 민도는 높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당신은 지금 이 시점에서 진정으로 자유나, 평등, 복지와 같은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가치가 입에 당장 들어가 배를 불려줄 빵보다 우선한다고 확언할 수 있는가.

 

박정희 유신시절 자유를 온통 빼앗기고 우리 선배들이 한 달에 영화 한 편, 짜장면 한 그릇 먹는 게 소원이었을 정도로 궁핍한 생활을 하여 경제를 일으켜 놓았음에도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은 박정희라고 믿는 것이 우리네 수준 아니었던가? 말 한마디 하면 정보부에서 잡아가던 시절 자신은 박정희 탓을 안해서 잡혀가지 않았기 때문에 잡혀간 그들에 대해서는 빨갱이나 시대를 모르는 모자란 놈 취급을 했던 것이 당신이 아니었던가?

 

전두환 시절 북한의 금강산댐이 무너지면 63빌딩 30층까지 잠겨서 우리 모두 수장이 된다는 무시무시한 TV뉴스를 보며 코 묻은 100원짜리 학교에 평화의댐 기금으로 냈던 당신이 너무 비참하고 억울하지 않은가? 그런 시절을 보낸 우리들이 노무현 정권시절엔 무슨 말을 했었는가? 그 시절 포니도 타지 못했던 당신과 우리들은 지금 최소한 모닝이나 아반떼 정도는 몰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그러면서도 전두환 정권때는 살기는 좋았다고 말하는 우리들이다. 조삼모사의 원숭이와 비할 정도로 한심한 우리네의 현주소이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 지만원씨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역대 대통령중 가장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를 한 대통령은 바로 노무현 전대통령뿐이라는 것이다.

 

일제치하의 기득권 세력을 인정했던 이승만,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는 국민은 희생하고 대기업을 육성해야 했다고 믿었던 박정희, 그렇게 커온 대기업과 정략결혼을 하면서까지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주었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은 언급할 가치도 없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적 채무를 청산하기에 바빴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떠했는가 말이다. 서민의 서민에 의한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한 사람은 노무현 한 사람이다. 이는 누구도 내게 반론을 달지 말길 바란다.

 

하지만 그의 끝은 어떠했는가? 우리는 지금껏 봐왔던 제왕적 대통령이 해왔던 언사와는 다른 그의 행실을 탐탁치 않아 했다. TV에 출연하여 국민과의 소통을 원했던 그를 가볍다고 여겼고 평검사들과의 대화에서 '막가자는 거지요?'라는 그의 한마디에 그를 대통령 감이 아닌 동네 이장쯤의 자리가 어울리는 가벼운 사람 취급을 했다.

 

그가 이루어 놓고 막았던 종부세나 금산분리의 원칙을 지금의 이명박 정부는 하나씩 깨어버리고 있다. 서민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 놓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분명 자신이 완벽하게 해놓진 못했어도 어렵게 이루어놓은 것을 설사 이명박 정부라고 해서 그것을 마음대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한 서민들은 어차피 낼 종부세가 없었으니 그것을 많이 걷든 걷지 않든 신경쓰지 않았다. 금산분리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국민은 전체 인구의 몇 퍼센트나 될까? 그저 서민들은 시끄러운 것이 싫었고 그러한 정책들 때문에 언론과 기득권으로부터 미움과 견제를 받고, 끊임 없이 국민들을 반노무현으로 만들려는 세뇌공작을 하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것을 우리는 받아드리지 않고 있다.

 

한 나라대 나라의 약속이었던 북한과의 약속마저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무시해버린 이명박 정권을, 부자에게 걷어내기 위해 세웠던 정책을 없애는 것으론 부족해서 소급 적용하여 다시 돈을 돌려주었던 이명박 정권을 당신은, 아니 우리 모두는 지지했다. 거리로 뛰쳐 나와 그에게 항의 하는 사람이 몇 명 있었는가? 기껏해야 우리는 우리의 직접적인 위협이 느껴지던 미친소를 안먹기 위해서 촛불 든 것밖에 한 것이 무엇이 있는가?

 

침묵은 긍정이다. 암묵적 합의이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노무현 정권이 우리를 위해 사투를 벌이며 이루어 놓은 것을 현 정부가 1년도 안된 사이에 모두 강탈해 간 것을 넋 놓고 보고만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20프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숫자 놀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절대 다수는 이명박 정부에게 힘을 주고 지지를 해준다는 의미 밖에는 안 되는 것이다.

 

군사 정권에 항거하여 총칼에 맞아 죽으면서도 자유를 외치고 민주화를 외치던 우리의 국민성은 어디로 갔나? 그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종로에서, 그의 삶의 터전이었던 부산에서, 노랑색 풍선을 흔들어대며 그에게 힘을 주었던 광주에서 과연 이명박 정부의 정치를 비판하거나 한 목소리를 낸 적이 있었던가 말이다.

 

그는 우리에게 실망했을 것이다. 지금의 국민은 너무 배불러 있다. 자신의 서민이 아니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빼앗길 것이 더 많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중산층이라는 의미가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는 막시즘에서 얘기하고 있는 노동자 계급이나 자산을 갖고 있는 화이트 컬러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중산층(中産層)이 아닌 중산층(重産層)으로 국민의 10퍼센트가 중산층이라는 것을 우리는 왜 느끼지 못하고 우리가 자꾸 중산층이라고 착각하여 자기 것만을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가 말이다. 노무현이 거두어 드리려고 했던 것은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최고의 의무중 하나인 재벌들이 내지 않으려고 항상 꼼수를 쓰던 수천억에서 수조원대의 법인세, 상속세 같은 것들이었는데 말이다.

 

당신이 노무현이었다면 이런 국민들에게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신이 피땀 흘려 그들의 권리를 회복시켜 주었더니 반대로 내 것을 왜 뺏어 가냐는 국민들에게 어찌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거기다 그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벗어난 검찰의 행태와 빨대 짓으로 이미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누가 그 상태의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그를 위해 행동으로 나섰는가? 그저 뒤에서 침묵하거나 '저건 아닌 거 같은데' 정도의 소극적 지지로 그를 더욱 외롭게 만들지 않았는가? 그러한 소극적 지지는 결국 그에 대한 배신이었을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배신감을 충분히 느낄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우리 세대 다시는 만나보기 힘든 대통령을 만났고 그를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들이다. 바보 노무현은 자살하지 않았다. 검찰이 죽인 것도 그의 반대세력이 죽인 것도 아니다. 4000만 국민이 그가 벼랑 끝에서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지켜보고만 있었던 자살방조요, 타살이다. 나 또한 부엉이 바위에서 그의 등을 떠민 4천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평생 멍에를 지고 가게 될 것이다. 당신에게 그 멍에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대해서 전혀 모르거나 지금 누리고 있는 당신의 모든 것이 과분한 자유보다 빵이 더 좋을 돼지에 불과한 사람일 것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이것은 당신이 좌빨 빨갱이든 수구 꼴통이든 예외란 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시청앞 광장의 사용을 불허하고 불교의 만장 깃대가 시위용품으로 둔갑할 수 있어서 사용을 제한하고, 죽창이 두려워 대나무 대신 플라스틱 조가리로 사용할 것을 명령했다. 무엇이 두려워서인지 유족측에서 부탁했던 김대중 전대통령의 추모사 낭독까지 불허했다.

 

당신은 과연 침묵해도 좋을 만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가? 우리가 보내버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대로 잊기에 이러한 현실은 너무 비참하지 않는가. 그는 국민적 지지도 없이 많은 것을 이루려고 했다. 그리고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그 자리를 내려서게 되자, 한 사람으로서 고향에 내려가 손녀의 할아버지가 되어 동네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 노인으로서의 삶을 정리하려고 했다. 그런 그를 우리는 이렇게 내친 것이다.

2009.05.29 16:22 ⓒ 2009 OhmyNews
#노무현 #노무현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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