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를 그곳으로 이끌었을까?

서울시민광장 노제 참관기

등록 2009.05.30 13:35수정 2009.05.3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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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차량 노제를 마친뒤 군중에게 둘러싸인 영정 선도차량 ⓒ 이래헌


불꽃처럼 살다 불꽃처럼 스러지다

충격적인 서거 소식이 전해지고부터 1주일이 지난 지금까지의 시간동안 우리 사회의 모습은 '추모 신드롬'이나 슬픔으로 인한 '패닉' 상태에 빠져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우리 사회의 애도물결은 가히 범국민적, 아니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웬만한 일로는 사람들이 잘 모이지 않는 대전에서 자발적인 추모 인파가 연일 넘쳐났던 것도 그러하려니와 서울역 광장과 덕수궁 시민 분향소 등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장례전야의 추모 열기는 좀체 흥분하지 않는 필자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도 급기야는 뜨거운 무엇인가가 복받쳐 용솟음치는 것을 느끼게 했다.

서거 소식을 알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적 목적을 가진 명백한 표정 수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막상 수사 대상인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상당히 냉담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 중의 한 명으로서 이런 감정 상태에까지 빠지게 됐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일이다.

무엇 때문일까? 고인은 자신의 인생 역정을 불과 몇 줄 밖에 되지 않는 단문의 유언만으로도 모두 드러낼 수 있을 만큼 담백하고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노무현 시대에 대한 역사의 평가가 새 시대의 맏형이거나 구시대의 막내이거나에 관계없이 가고자 했던 궁극의 목적지가 필자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으므로 비록 정치적 시각의 차이나 가치 추구의 방법론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불꽃처럼 살다가 불꽃처럼 스러졌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치열하게 살아온 정치인 노무현의 삶과 정치인으로서의 열정을 인정하고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들었는가? 노란 민심의 거대한 함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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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집한 추도객들 광화문에서 서울 광장은 물론이고 광장 진입로 전방향이 추모객으로 가득했다. ⓒ 이래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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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행렬 수백개의 만장행렬이 추모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 이래헌


장례기간 내내 고인을 애도하는 애틋한 사연들이 촘촘히 적힌 리본과 카드로 분향소 주변을 노랗게 물들이는가 하더니 장례일 노제가 펼쳐지는 서울 시민광장에서는 화산처럼 넘쳐 용솟음쳤다.


휴가를 내고 이곳을 찾았다는 직장인이나 가게 문을 걸어 잠그고 직원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자영업자나 떠나는 뒷모습이라도 보겠다며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들이나 모두 처지와 환경은 달랐지만 고인에 대한 열렬한 추모의 마음만은 한결 같았다. 수십만 인파의 추모 열기로 뜨겁기만 했던 서울광장에서 비록 처음 보는 사람일지라도 마주치는 사람 모두에게서 가족 같은 유대감을 느꼈다.

낯선 사람끼리 음료를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고 배려하며 고인을 추모해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광장 주변 모니터로 장례식장 모습을 지켜보면서 때론 울고 때론 분노했다. 고인이 직접 부른 '사랑으로'가 방영되자 추모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권력에 의해 타락한 공권력에 의해 고인을 빼앗긴 분노와 아쉬움을 더 말해 무엇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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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객의 애도를 받는 운구차량 노제를 마친 운구 행렬이 추모객의 애도속에 서울광장을 떠나고 있다. ⓒ 이래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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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열하는 추모객 슬픔을 이기지 못하는 추모객의 모습 ⓒ 이래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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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는 시민의 오열 ⓒ 이래헌


정권과 정치 검찰에게 이것 한 가지만은 분명하게 전하고 싶다. 이명박 대통령의 헌화 모습이 방영될 때는 수십만 군중이 함께 외친 분노의 야유가 함성이 되어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지극히 정치적인 목적의 수사로 고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정권 책임자와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검사들에게 묻고 싶었다.

'당신들은 들었는가? 이 노란 민심의 거대한 함성을.'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과 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과 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노무현전대통령장례식 #시청광장노제 #추모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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